올블로그를 믿지 말지어다

올블로그라는 사이트는 블로그 메타 사이트입니다. 비슷한 종류의 사이트들 중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사이트죠. 이 사이트의 유저들에게는 재미있는 반응이 있는데, 뭔가 이슈가 되는 주제가 있으면, 그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어 수십개의 비슷한 주제의 글이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어제와 오늘은 MBC의 대통령 관련 다큐멘터리(MBC 스페셜 대한민국 대통령 1부 – “청와대 사람들”) 덕분인지, 혹은 신문의 말도 안되는 사설의 반작용인지,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에 대한 아쉬움이나 그의 재평가, 긍정적인 평가에 대한 글들이 연속으로 올라왔습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잠시후면 그런 주제에 대한 반박글들(노무현은 여전히 안좋은 대통령이라든지)이 올라옵니다. 그리고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왜 블로그스피어가 편향적이냐며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옵니다. 이런 과정들은 거의 수순이라고 할정도로 반복됩니다. 디워라든가, 2MB라던가, 특검이라든가, 다른 각종 이슈에 대해서도 마찮가지죠.

이런 현상에서 일부 블로거분들이 너무 앞서나간것은 “올블로그 = 블로그스피어 = 네티즌 = 여론”라고 보는 것입니다. 올블로그는 블로그 스피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가장 인기 있는 메타 사이트지만, 그것은 블로그 전체에서 극히 일부만을 커버할 뿐이며(가장 큰 네이버 블로그중 몇%나 올블로그에 가입했겠습니까?), 블로그는 전체 활동 네티즌 중 극히 일부일 뿐이고, 네티즌의 반응은 여론의 극히 일부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노란 잎이 달린 나무 2그루를 보고 가을이 왔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물이 조금 부족할 뿐인데 말입니다.

올블로그내에서 조차 이슈를 만드는 블로그는 극히 일부입니다. 예로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글은 사실 100개 남짓밖에 되지 않습니다. 2일동안으로 제한하고 주제가 다른글을 빼고 한사람이 중복되서 쓴글들을 빼고 하면 반으로 줄어듭니다. 올블로그에 등록된 14만개의 블로그중에 극히 일부가 쓴글입니다. 올블로그에서는 한두명의 파워블로거가 좋은 글을 쓰거나, 몇명이 상황에 맞는 낚시성 글을 쓰기만해도 인기글이 된다는 것은 알것입니다. 그리고 그 글들이 어느정도 공감이나 재미를 일으킨다면 다른 블로거들이 비슷한 글을 쓰는 것을 견인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은 곧 “블로고스피어는 지금”이라는 이슈 키워드에 선정되게 되고, 이 때부터는 하루나 몇일간의 폭발적인 반응이 시작됩니다. 그 이후는 이 글의 맨처음에 적은 것과 같게 됩니다. 그저 재채기로 시작된 눈사태…그게 올블로그입니다. (숭례문 사건이나 기름 유출 사건등에 바로 애도의 배너를 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올블로그의 방향성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올블로그의 시스템이 잘못되어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올블로그는 네이버의 인기 검색어처럼 극히 이슈에 민감하도록 시스템이 고안되어 있을 뿐입니다. 다양성 문제등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슈를 증폭시키는 자체는 올블로그의 방향성에 해당합니다. 올블로그는 지금까지 각종 개편때마다 그러한 방향성을 더 확고히 해나갔습니다. 올블로그에게 이슈 시스템 자체를 바꾸라는 주장은, 마치 민노당에게 서민 위하는 정책은 마음에 들지만 다른건 싫으니 보수화 하라거나, 디씨 인사이드의 커뮤니티는 마음에 들지만 진지함이 없는게 싫으니 완전실명화 하자거나 하는 정체성을 뒤엎어 다 바꾸라는 주장일지도 모릅니다. 올블로그에 주로 방문하는 자신은 이슈만 눈에 들어오는게 싫다고 말하면서도 이미 그런 시스템에 중독되어 있는겁니다. 이슈를 증폭하는 시스템은 올블로그의 장점이자 한계입니다.


역시 검색어등의 각종방법으로 이슈를 이용하는 네이버.
여기서도 ‘노무현’ 키워드는 급상승중.

올블로그를 이용하되, 믿지는 마십시오. 올블로그의 추천받은 글과 “블로고스피어는 지금”은 그저 ‘이게 조금 더 커서와 키보드를 유혹했더라’에 불과합니다.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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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2개

  1. 저는 정치에는 별 관심 없어서 그런지, 지금과 같은 현상에 별 느낌이 없네요. “정치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들이 올블로그에 상대적으로 많다..” 라는 명제, 그것 뿐 아닐까요? ^^

    1. 음..
      제 말은 올블로그도 그게 그거라는 겁니다. 정치이슈가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건 어느곳이나 마찮가지죠. 신문도 해드라인이나 앞페이지는 대부분 정치잖습니까? ^^

  2. 올블로그에 대해 제가 읽은 글 중에서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글인 거 같습니다. 뭔가 이슈가 있으면 편향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너무 노렸다 싶은 글들이 자주 보이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요.. ^^

    1.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넷 서비스에는 항상 장단점의 양면이 있는거 같습니다. 어떻게 장점만 잘 취하냐 하는것은 이용자와 서비스 개발자들이 같이 고민해야겠지요.

  3.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이리 어쩜 콕콕! ㅠ_ㅜ)=b
    올블로그 역시도, 넘쳐나는 수 많은 미디어 중 아주 작은 일개 미디어 일 뿐인걸요. 올블로그에서 꼭 ‘사실/진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기 보다, ‘어쩌면 조금 다른 이야기를 그나마 찾아볼 수 있는 곳?’ 정도로 인식하고 지켜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Ps.
    그냥 어쩌면 그런, 글들, 다른 곳에서는 쉽게 이야기 되고 있지 못할지 모르는 것들에 있어서도 조금은 조명 받아지는 곳이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보면, 한편으로는 뿌듯합니다. ^^;

    1. 하하. 하늘이님의 댓글을 기다렸습니다.
      올블도 나름 블로그와 글수는 엄청 늘어나는데, 그것을 어떻게 불만없이 솎아내느냐를 가지고 고민이 많으실거 같아요. 의외로 사람들은 자신의 글들이나 마음에 들었던 글들이 묻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은거 같더군요.
      이런 저런 불만들도 하늘이님 말씀대로 올블로그의 관심과 인기를 반영하는 거겠지만요 ^^

  4. 전 올블로그를 볼 때 올블로그 라이브로 글을 읽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원하는 내용을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올블로그는 님이 지적한 것 같이 이슈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슈 중심으로 포스트가 상위에 올라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아울러 사람이 조정하기 보다는 네이버의 인기검색어 마냥 자동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소수의 세력만으로도 충분히 조작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참고로만 살펴보고, 괜찮은 글을 보는데 도움이 되는거지 인터넷, 온라인의 큰 흐름을 살펴보는데는 한계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는 네이버도, 다음도, 이글루스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블로그를 미디어 혹은 여론으로 본 지도 얼마 안 된터라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야 현상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올블로그는 메타블로그로서 어느정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앞으로 가입자도 늘어나고 관심이 더 많아지는 등의 변화와 추천시스템 등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예전보다 나아지는 모습으로 바뀌겠죠).

    1. 저도 올블 라이브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가끔 리스트가 안뜨고, 에러나고, 추천도 잘 안되고 그래서 불만이지만요.

      올블로그는 아무래도 개선해야 할것이 많지만, 이용자들이 너무 앞서나가지 말자는 의미로 글을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

  5.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곰곰 생각해보니, 비단 올블로그의 경우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문과 방송 또한, 소수의 편집권자와 데스크에 의해 의제가 선정이 되고, 이 의제를 미디어가 서로 재인용하여 확대 재생산됩니다. 그래서 신문이, 방송이 다뤘다고 해서 그게 여론은 아닙니다. 올블로그의 화제글처럼 말이죠.
    그렇지만, 신문과 방송이 다루었던 의제는 여론 형성의 기폭제가 됩니다. 그점에서는 블로그도 마찬가지겠지요. 물론, 그 영향력에 있어서는 사회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말입니다.

    1. 네 맞습니다. 모든 매체가 비슷한 속성이 있습니다. 매체라고 할것도 없고 사람 자체가 그런 속성이 있죠. 블로그라는게 사람의 개인개인을 가장 잘 반영한 인터넷 매체라고 보면, 통하는 속성을 가진게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블로그의 영향력과 기대감에 대해서는 요즘 재고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좀더 제대로 기폭제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6. 핑백: Vincent's Blog
  7. 사용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보여집니다.
    지적하신대로 올블의 시스템은 몇몇의 조작만으로도 인기글로 등단됩니다.
    민감한 이슈에만 눈길을 주고 클릭을 하고 있기에 이런 시스템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새로운 글을 읽고 좋으면 추천을 한다면 신선한 소재의 글들이 상위에 배치가 될수 있습니다.

    (그런데 애드센스 배치가 절묘하네요. 제가 본중에 최고의 위치입니다)

    1. 아마도 그런 이유로 발굴왕같은 개념이 올블로그에 생긴거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그것도 부족하지요. 올블로그와 사용자의 노력이 다 필요한데 쉽지만은 않겠군요.

      에드센스에 대해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8. 장점이자 한계죠.트래픽을 쫒는 블로거들이 의외로 많은거 같아요.
    하지만 이걸 이슈마다 균등하게 배치할수도 없는게 그런 작업을 하면 정말로 조작이 되버리는거니까 마치 바닥없는 수렁에 빠진것 같은 상태가 되버린거죠.

  9. 외람된 말씀 입니다만, 포스트 내용 끝에 붙은 RSS구독하기 이미지를 직접 만드신 것인지요?
    제가 본 것중 가장 깔끔하고 예뻐서 제 블로그에도 가져다 쓰고 싶은데요. 가능할런지요? ^^;

  10. 그렇습니다. 올블로그 하나만 놓고보자면 블로고스피어의 한 조각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가장 잘 알려져있다는 메타인데도 불구하구요..
    예전에는 올블로그가 더 커지고 다양해지길 기대했지만 이제는 다른 세상으로 직접 찾아다니는 것을 택했습니다.

    1. 저도 올블로그의 영향력과 블로고스피어 자체가 지금보다 더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역시 한계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오네요. 어째튼 저는 욕심이 작은편이라 아직은 좀더 지켜보고, 제 블로그안에서 더 노력할뿐입니다.

  11. 결국 목소리 큰놈(?)이 이긴다는 옛말이 온라인에서도 통한다는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지요.
    게다가 저는 과연 이슈들이 지극히 기계적으로만 선정이 되는지도 의문이구요.
    제가 못찾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추천시스템이나 기타 이용에 대한 깔끔한 설명도 없고..
    나름 대표적인 메타 블로그 사이트인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아직 많이 아쉽습니다..

    1. 목소리 큰놈(?)이 이기는건 뭐 납득할수 있지만, 작은 목소리들도 항상 눈에 띄고 잘 알릴수 있다면 더 바랄건 없겠지요.
      추천시스템에 대해서는 알고리즘을 너무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됩니다. 알려지면 악용은 더 쉬워지겠지요.

    1. 북경에서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쪽에 태풍을 일으킨다고 북경의 나비를 다 잡아들일수는 없지요. ㅎㅎㅎ 그런경우는 그냥 태풍이 일어나는걸 받아들이는게 자연스러운 겁니다. 물론 원리 탐구나 그걸 이용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적 노력은 계속되어야하지요.

  12. 재미있는 글이네요.
    제가 지금 이 글을 읽고 곧바로 ‘동감’포스팅을 하게 된다면, 주인장님께서 말씀하셨던 ‘반응1단계’에 속하게 되겠어요. ^^
    그래서 ‘동감’포스팅을 할지 말지 고민이 듭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네이버뉴스 댓글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봅니다. ‘블로그로 하는 댓글놀이’ 랄까요.

    1. 전 그런 반응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봅니다. 어느 누구도 생각이 완벽할수는 없죠. 하지만 2명이 같이 생각하고 글로 정리하면 2배로 완벽에 가까워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하고 보완해갈수록 완벽하진 않아도 완벽에 무한히 가까워지는것이 진짜 집단지성이고 커뮤니티의 장점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슈를 부각시키는 것이 장점이 있다라고 하면 과장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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