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The Moon Is a Harsh Mistress) 해적판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 로버트 A. 하인라인 / 임창성 옮김 / 도서출판 잎새 / 1992년 7월 12일 1쇄

내가 고등학생이었던 92,93년때 갑자기 해외 SF소설들이 많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많은 걸작 SF들을 읽을 수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이 바로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다. “여름으로 가는 문”등으로 유명하고 “스타쉽 트루퍼스”영화의 원작자로 유명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이다. 50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이 책을 6500원에 사서 읽던 날, 나는 밤을 새서 이튿날 고생해야 했고, 그후로 그 감동을 다시 얻고 싶어서 여러번 더 읽었다.

소설은 마치 호주처럼 죄인들이 달로 보내어져 달 세계가 개척되고, 세계연방에 의해 식민통치되며, 과잉 인구에 의해 식량이 부족한 지구를 향해 자력 사출기로 식량이 수출되던 그런 2075년의 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달세계 컴퓨터 기사인 마뉴엘은 정부청사내의 중앙 컴퓨터의 수리기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는데, 바로 정부청사의 컴퓨터가 살아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 컴퓨터는 인간의 문학과 유머에 관심을 가지고 주인공을 귀찮게 하는 친구가 된다. 주인공은 항의 집회에서 집회 발언자중 하나인 와이오밍이라는 미모의 여성을 알게 되었지만 행정부 소속 경호원들이 집회를 진압하자 탈출하게 된다. 주인공과 와이오밍, 그리고 그의 스승인 베르나르도 데 라 파스 교수, 이 세사람은 도피도중 컴퓨터 마이크를 알게 되고, 그로부터 7년후에 달세계가 식량수출에 의한 유기물 부족으로 식품폭동이 일어날것이라는 예측 계산을 얻어낸다. 세사람은 이를 막기 위해 세계연방으로부터 독립하는 혁명을 계획하고 마이크의 능력을 이용하여 조직을 불리고, 자금을 모으며, 행정부를 속인다. 주인공 마뉴엘은 마이크와 우정을 나누며, 그를 혁명의 지도자로, 또는 자신의 대리인으로, 동료로서 함께하고, 마침내 달세계 행정부를 무너트리고 독립을 선언한다. 그리고 독립선언을 무효화하기 위한 세계연방과의 전쟁을 치루게 되고, 끝내 성공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교수는 고생끝에 죽고, 마이크는 폭격을 당해 외부와의 연결을 잃어버리자 자아을 상실하고 일반적인 컴퓨터로 돌아가게 된다. 마뉴엘는 마이크의 어설픈 유머를 그리워하면서 소설은 끝난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은 미래 달세계(환경에 의해 생긴 가족제도, 인간의 습성, 관습등의 사회요소와 기술)와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혁명이론, 엔지니어링, 천체물리, 인공지능 컴퓨터와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된 인간사회에 대한 치밀한 예상이 담겨 있는 소설이다. 마뉴엘이라는 똑똑하지만 권위적이지 않은 적절한 인물에 의해 표현되는 달세계는, 방대하고 지구와 전혀 다르면서도 쉽게 독자들에게 다가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마치 어려운 추리과정을 왓슨박사에 의해 쉽게 풀이되는 셜록홈즈 소설처럼 말이다. (소설에서도 셜록홈즈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온다)

60년대 소설이기 때문에 시대적인 한계가 있기는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라고는 인터넷이 아닌 전화선뿐이고, 지금처럼 수많은 서버가 아닌 마이크 혼자 모든걸 관장하며, 컴퓨터의 프로그램 입력은 천공 타이프를 해서 읽게 하는 방식으로 묘사된다. 마이크가 책을 읽는것도 전자책이 아닌 책을 도서관에서 꺼내서 페이지 넘겨가며 스캔하는 방식이다. 놀라운것은 아날로그적인 몇가지 묘사를 제외하고는 과학과 기술이 훨씬 발달한 현재 읽어도 전혀 어색하거나 유치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구에 곡물을 수출하는 강철통을 마이크가 컨트롤해서 미국의 경도와 위도가 만나는 격자선에 전략 폭격을 가하는 장면에서는 요즘의 밀리터리 스릴러를 읽어도 느낄수 없는 전률이 느껴지기도 한다.(마이크도 그 장면에서 오르가즘의 의미를 알았다느니 떠들어서 주인공을 난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마이크는 ‘멍청이가 아닌 친구’를 얻어 자신이 만든 유머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여러분은 멍청이가 아닌가? 아니라면 한번 이 소설을 도서관에서라도 찾아서(절판된지 오래라 서점에는 없다) 마이크의 유머 친구가 되어 보기 바란다. 유쾌하면서도 외롭고 공평한 비평가인 그는 당신을 반겨줄것이다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The_Moon_Is_a_Harsh_Mistress

Canon EOS-1D Mark III 리콜?

원문 http://www.dpreview.com/news/0710/07103002eos1dm3recall.asp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아닌 모양인데, 영국 캐논이 Canon EOS-1D Mark III를 출하를 멈추고 판매중인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한 정보는 위의 링크에서 계속 업데이트 될거라고 하는 군요.

참고로 설명드리자면, Canon EOS-1D Mark III는 본체가 400만원대인 고급 디지털 SLR카메라이며, 풀프레임 센서는 사용하지 않았지만 워낙 바디 성능과 신뢰성이 높고 연사가 좋기 때문에 프레스(보도사진)용 바디로 가장 많이 보급된 EOS-1D시리즈의 최신모델입니다. 그런데 최근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는 등의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던 참입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雲のむこう, 約束の場所, 2004)

21세기 초의 일본은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유니온의 홋카이도와 미군에 의해 통치중인 그외의 지역으로 남북 분단상태. 특히 홋카이도에는 유니온에 의해 끝을 알수 없이 높은 의문의 흰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 탑을 동경하는 후지사와 히로키와 사라카와 타쿠야 두 중학생 소년은 그 탑에 도달하기 위해 벨라실라라는 비행기를 비밀리에 조립하고 있다. 그 소년의 공통점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사와타리 사유리라는 소녀를 좋아한다는 것. 어느날 그 소녀에게 벨라실라를 보여주며 두 소년은 탑에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때 사유리가 갑자기 사라지고, 두 소년은 실의에 빠져 비행기 제작을 그만두게 된다. 히로키는 외로히 학교를 다니고, 타쿠야는 아미 칼리지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탑 연구를 하게 된다. 탑은 평행우주를 이 세상으로 불러들여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도구였고, 그 변화 능력으로 무기도 될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탑이 예상외로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은 의식을 잃어버린 사유리의 꿈속으로 평행우주의 신호가 흘러들어가고 있었던 것. 즉 사유리가 깨어나면 세상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사유리가 그들을 버린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히로키는, 그녀를 탑에 데려가기로 다시 약속한다. 그리고 그러기만 하면 그녀가 깨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히로키는 타쿠야를 설득하고, 타쿠야는 아미 칼리지의 연구소에서 사유리를 빼어낸다. 그리고 벨라실라를 조립해 미군과 유니온의 전쟁을 틈 타 탑으로 날라간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구름 저편, 약속 장소”는 초속 5센티미터, 별의 목소리,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등으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4년 작품이다. 초속 5센티미터의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훨씬 밝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고, 해피엔딩이라고 할수 있는 결말덕에 더욱 마음에 드는 애니매이션이다. 모든 작품에서 시공간적 이별과 외로움을 표현하는 점에서는 공통이지만, 이 애니매이션에서는 밝음과 어두움이 밸런스가 맞아 있고, 외로움의 표현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적당히 비현실과 현실을 섞은 SF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풍경, 심금을 울리는 바이올린의 음악은 매우 어울린다.

약간 아쉬움이 있다면, 결국 비행기가 2인승이고 팔을 다친 타쿠야가 양보하는 것으로 결말이 되지만, 세 명의 주인공간의 삼각관계 갈등이 잘 표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유리가 깨어나는 전후로 편집이 흐름이 끊기게 되어 있는건 왜인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애니는 여러 편집판이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것일까?

내 친구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은 멋진 비행기나 로봇을 만들기를 꿈꾸다 어른이 되면 현실에 밀려 포기하게 된다. 그런 계기가 바로 이 소년들처럼 고등학생에 진학하거나, 일을 하게 되거나, 이성과 이별을 하게 되거나 하는 등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것들이다. 소년들이 비행기를 하늘로 올리는 꿈, 우리 우주의 평행우주인 애니매이션을 보면서만이 누릴수 있는 꿈이다. 브이 포 벤데타에서 브이가 “영화에서만 가능한” 해피엔딩의 영화를 이비에게 권했듯이, 꿈을 포기해야 했던 어른이 된 소년들에게 이 애니매이션을 권한다.

페이지랭크 떨어졌네요…

구글이 제 블로그의 페이지 랭크를 4에서 3으로 떨궈버렸습니다.  구글이 알고리즘 전체를 바꾼거 같군요. 그저께 다른 분들이 불평을 할땐 4가 유지되고 있었는데, 어제 다시 체크해보니 떨어져 있습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저보다 훨신 높아서 6까지 되던분이 같이 3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으니 불만표현은 별로 못하겠습니다. ^^;

사실 이런 일은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일이지요. 페이지랭크에 대해 사람들이 ‘감’을 잡기 시작하기도 했거니와, 많은 웹페이지들이 많은 링크를 자동/수동으로 늘리거나 검색엔진 최적화등을 통해 페이지랭크가 인플레이션화 되고 있었거든요. MMOPRG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만렙을 찍으면, 새로운 레벨제한을 만들던지 새로운 스킬을 도입해서 사람들이 거기에 매달리게 하던지 어째튼 새로운 서열화가 필요하게 됩니다. 구글도 같은 ‘리밸런싱’을 하게 된거죠.

네이버의 경우도, 최근들어 외부 블로그들의 글들을 네이버블로그보다 검색결과순위에서 홀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등, 검색 엔진이 기준들을 재정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군요. 저야 뭐 취미로 하는 블로그니 상관없지만, 그런 검색결과에 예민하거나 수익에 영향이 있는 사람들에겐 불만이 클수도 있겠습니다.

감기 걸렸다고 수면시간이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사실은 약기운이랑 싸우느라고) 블로그를 한동안 버려뒀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500힛 정도 카운트가 되는거 보면 참 신기하네요. 곧 30만힛도 채울거 같습니다. 최근 네이버 검색 유입률이 감소하고 야후와 구글의 유입률이 급 상승세이며, 리눅스 유저나 파이어폭스 유저의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는게 제 블로그 방문자들의 경향이군요. 별로 기대하는 분들 없겠지만, 다시 블로그 글쓰기와 관리를 재가동합니다.

파이어폭스 2.0.0.8 이제야 업데이트 되네

우분투 7.10이 발표되고 나서, 각종 업데이트 미러들이 엑세스가 심해서 자잘한 문제들이 생기는군요. 요즘 업데이트 메시지도 너무 조용하고 파이어폭스 업데이트 메시지도 안나오길래, 업데이트 서버 설정을 다음FTP 미러로 바꿔봤더니 바로 이것저것 업데이트.
다음 덕분에 파이어폭스 2.0.0.8도 뒤늦게 깔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7.10 한글 모양새(안티앨리아싱) 렌더링 설정

우분투 7.10 에는 한글 렌더링 방식이 바뀌었다. 7.04까지는 한글폰트는 안티앨리어싱이 안되었으나, 7.10부터는 한글폰트도 안티앨리어싱이 먹는다.

덕분에 한글이 희미해졌다거나 읽기 힘들다는 말이 많은데, 다음과 같이 설정하면 좀더 보기 좋은 설정이 된다.

시스템 – 기본설정 – 모양새 – 글꼴 – 자세히 를 누르면 다음과 같은 창이 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여기에서 힌팅을 “살짝”으로 선택하면 훨씬 보기에 선명하고 편해진다. 없음을 선택하면 도로 흐려지는 현상이 보이는데, 버그인듯.

포토샵의 대안이 될것인가? Pixel Image Editor

전에도 언급한적이 있지만, 인간이란 한번 쉬운 방법을 이용하면 어려운 방법으로 일하기 정말 싫어한다. 정말 좋은 도구를 맛보면 훨씬 불편한 도구로 작업하기 싫어진다. 포토샵은 2D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최강 최적의 툴이다. 이미지를 리터칭했다는 의미로 “포샵질”이라는 용어가 사용될정도로 사진 편집과 이미지 작업에는 따라올 강자가 없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쟁 프로그램이 나왔으나, 결국 포토샵의 비싼가격의 약점을 파고든 페인트샵 정도만 빼고 전부 대결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포토샵은 윈도와 맥 OS에서만 돌아간다. 이게 무슨 문제냐 하면, 리눅스등 다른 OS에서는 포토샵이 안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래픽 작업하기 힘든 OS”가 되어버리고, 그 여파로 다른 유명 상용 그래픽 프로그램도 리눅스용은 수요와 공급이 0을 향해 무한히 수렴한다는 의미이다.

그래도 당연히 이미지 편집툴은 있는데, GIMP라는 유명한 GNU 이미지 편집기이다. GIMP는 훌륭한 이미지편집기이나, 포토샵을 쓰던 사람에게는 전혀 적응하기 힘든 인터페이스와, 단축키를 가지고 있고, 그리고 부가적인 고급 기능- 웹디자인과 관리를 위한 기능이라던지-이 여러가지 부족하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 일단 스크린샷을 보자.

포토샵 스크린샷이 아니다.

Pixel Image Editor http://www.kanzelsberger.com/pixel/

자세한 정보는 해당 홈페이지에 나와 있지만, 리눅스뿐 아니라 유닉스, 윈도, 맥OS 등 수십가지 OS를 지원하며, 포토샵에 거의 흡사한 인터페이스와 단축키, 메뉴, 기능을 지원한다. HDR 합성기능이나 웹작업을 위한 슬라이스, HTML 코드 생성등 포토샵 CS만의 기능도 지원한다. 어도비에게 고소당하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 프로그램 용량도 작아서인지 포토샵에 비해 월등히 빠른 실행속도를 자랑한다.


제작자가 미놀타 7D 쓰시나..

Pixel에는 아직 문제가 있다. 올해말까지 정식 1.0버전이 나올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10월달인 지금도 아직 베타버전이다. 최신버전인 베타7 버전에는 아직 많은 버그가 있다. 내가 잠시동안 찾아낸것만

  • 우분투 7.04에는 에러와 함께 설치 안됨.
  • 우분투 7.10에서 와콤 타블렛에서 압력감지가 안됨. 윈도에서는 와콤으로 아예 커서도 안움직임.
  • 내 캐논 스캐너 작동시 오류.
  • 홈페이지 설명과 달리 한글이 입력 안됨.
  • 몇가지 메뉴 기능이 대화상자가 안열림
  • 불안정한 종료

이정도이다. 아직 디지털 카메라의 RAW포멧도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38달러(정식버전이 나오면 89달러로 인상 예정)로 세일해서 팔고 있어 매우 저렴하지만, 불안한 버그들 때문에 선뜻 살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하지만 Pixel Image Editor는 포토샵이 필요한 리눅스등 유저들에게 큰 기대가 될 프로그램임은 분명하다. 실행 한 후 무심코 누르는 포토샵 단축키들이 정확히 작동되는 Pixel은 그렇지 못한 GIMP에 비하면 감동 그자체이다. 좀 더 프로그램의 개발 추이를 지켜봐야겠다.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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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는 보기엔 재미있게 볼수 있는데, 감상을 쓰기에 참 어려운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무수한 상상과 비유, 인용, 과장이 섞여 있다. 셰익스피어, 윌리엄 블레이크, 무정부주의와 전체주의, 폭압정치와 테러리즘, 현대의 영웅의 의미와 잔다르크, 집단 수용소, 생체실험, 집단 공포, 민주주의에 대한 희망과 회의, 동성애, 민족주의, 공포에 의한 국민 제어와 매스미디어의 관계, 고전 음악, 고전 영화, 각종 문화적 아이콘들 등등, 다양한 요소들을 이용해서 단순할수 있는 ‘부당한 정권에 대한 테러리스트’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쉬우나, 사실 그렇게 다 섞고나서도 복잡하지 않고 진국으로 느껴지는게 바로 기술인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한때는 자매가 되었냐고 보도되고 난리였지만)는 그런면에서 매트릭스 시리즈 이후로 대단한 능력을 보여줘 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화려한 데이터 속에 가려진 헛점이 매우 많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의사당폭파를 보러 나오는 민중들은, 사실 그동안 공포에 질려서 꼼짝 못하던 그 민중이라고 볼 때, 갑자기 용기를 드러낸 동기가 불명확하다. 가면 때문일까? 아니면 브이가 보여준 방송국 테러때문에? 혹은 핑거맨이 아이를 죽여서? 브이는 나름대로 열심히 복수를 하러 다녔지만, 그게 민중에게 동기를 심어주었기엔 약하다. 무언가 하기는 했을텐데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고, 후반부에는 갑자기 나탈리 포트먼 능욕(?)으로 감정적으로 빠지다가 최종에는 총알 다 받아주기 액션을 펼친다음 전형적인 영웅 연애물 (영웅은 그녀 품에서 최후를) 로 마무리 지어진다. 독재정권에게 억눌린 민중의 봉기가 쉽지 않다는것과 단순히 군대 앞에 나서면 어떻게 되는지는 광주 민주화 투쟁을 겪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핀치 형사의 말대로 “총앞에 나서면 뻔하지”이다. 그걸 스스로 말하고나서 다르게 비켜가는 비현실적인 영화이다. 민중봉기의 어려움을 촛불시위 수준으로 착각하고 있다고나 할까?

배역들은 정말 멋지다. 휴고 위빙은 얼굴도 나오지 못하는데도 목소리와 가면만으로 상당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브이의 알듯말듯한 개성은 다 그의 노력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일부러 그렇게 보여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본 그녀의 영화중 가장 여성스러운 헤어스타일로 아름답게 나오다가 머리를 잘려서 너무 안타깝다. 그 나이에 몸을 안아끼는 연기를 하다니 정말 대단한 배우다. 제대로 형사 연기를 해준 스테판 리 아저씨는 이상하게 내가 안보는 영화에만 나오다가 오랫만에 보여서 반가웠고, 방송국 PD 인 스테판 프라이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해리포터 영화에서 나레이터도 했었네..)

ps.
이 영화는 영국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고, 영국 만화를 원작에다가 배경도 영국이고, 배우들도 영국인이거나 영국식 영어를 쓰고 있다.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해서 미국과 영국이 합작을 하거나 미국영화이면서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가 많아지고 있는데, 과연 이게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혹시 영국 느낌이라는건 미국 사람들이나 영연방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드라마를 보듯이 아련한 추억같은 느낌이라도 있는것일까?

IMDB http://www.imdb.com/title/tt0434409/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V_for_Vendetta (원작)
http://en.wikipedia.org/wiki/V_for_Vendetta_%28film%29 (영화)

우주전쟁 (War of the World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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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때, 학교 도서관에 SF전집이 있어서 탐독하곤 했다. 그중 가장 유치했던 제목이 바로 ‘우주~’가 붙는 제목들이었다 “우주전쟁” “우주소년” “우주대소동”… 그중 우주전쟁은  화성인이 처들어오고, 인간은 대포로 막아내려고 발버둥치는 식의 유치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엔딩은 마음에 들었다. 첨단 무기를 가진 화성인이 고작 세균들에게 전멸 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참신하고 충격적인 ‘반전’이었기 때문에. 이 소설은 많은 리메이크 소설과 만화, 영화등으로 만들어졌고, 외계인이 지구를 쳐들어오는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시조이며, 한때는 라디오에서 극화했다가 실제상황인줄 알고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일으켰다(순진한 시대였군…)

스티븐 스필버그는 2005년에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다. 50년대에 만들어진 같은 제목의 영화는 특수효과 능력이 부족해서 엉뚱한 UFO로 출연시켰지만, 스필버그는 원작소설대로 ‘삼발이’로봇을 등장시켰다. 그것도 아주 기능적이면서 유치해보이지 않게 개조해서. 게다가 스필버그의 특기인 ‘추격전’을 넣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제대로 멋진 도망치고 생존하기 스킬을 보여준 탐 크루즈를 기용해서 제대로 달리게 했다. 확실히 추격전과 외계인의 무시무시함은 대단했다.

하지만, 2005년에는 19세기식 반전 스토리는 개그였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마스 어택”의 ‘노래로 화성인 죽이기’는 개그로 웃어주었지만, “우주전쟁”의 심각한 분위기에서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허옇게 말라죽는 외계인은 허무한 엔딩으로 치부했다. 우주전쟁에 대해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의 평은 죄다 “엔딩이 어이없어”였다. 사실 몇백만년을 인류와 지구를 감시하며 침략을 준비했다는 외계인이, 고작 면역을 생각못해서 전멸당했다는건 좀 어이없긴 하다.

게다가 당시 최강의 귀여운 소녀 배우였던 다코타 패닝은 왜 그리 빽빽 소리지르는 것밖에 할줄 모르고, 반항기 아들은 오지랖 넓어서 지가 뭘 하겠다고 군대만 나오면 따라가서 싸울려고 아무것도 눈에 안보인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죄다 저만 살겠다고 주인공들을 위협하거나, 엉뚱하게 레지스탕스를 하겠다고 하질 않나, 이쁜 소녀가 보이니까 데려갈려고 하질 않나,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놈들 뿐이다. 헐리우드에서 말썽쟁이라는 탐 크루즈가 영화에서는 불쌍하게 보일 정도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즈굴 대장도 잡던 미란다 오토는 그냥 처음과 끝에만 잠깐 얼굴을 보여준다. 아쉽다. 임신만 안했으면 외계인 부대장정도는 때려 잡아줄텐데.

고전을 리메이크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여러가지로 진부한 영화이기도 했다. 인간을 먹이로 삼고, 큰 소리지르는 삼발이 로봇은 ‘주라기공원’의 공룡의 이미지 그대로이고, 외계인의 내시경 같은 장비를 주인공들이 피하는 모습도 ‘주라기 공원’의 랩터의 눈을 피하는 장면 그대로이고(심지어 거울-반사되는 주방 문짝-의 동일함까지), 과도한 조명 사용은 스필버그의 외계인 표현의 18번이고, 외계인의 외형은 정말 진부함의 극치이다. 영화의 특수효과와 편집은 더할나위없이 깔끔했고, 삼발이와 붉은 식물등의 원작의 요소를 잘 살린 영화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보기로 기대한 것만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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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까 다음 영화부터 출연 안시키지...

 
IMDB http://www.imdb.com/title/tt0407304/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War_of_the_Worlds_%282005_film%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