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단어는 쓰기 어려운 단어입니다.

희주님의 올블로그 공채합격. 그리고 일방적인 입사취소 통보를 받다.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만,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고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란 원래 혈연이나 결혼으로 이루어진 한집안에 사는 사람들을 말하죠. 사랑이라는 단어만으로도 표현하기 힘든 가장 끈끈한 모임이며, 사회의 기본구성이고, 무엇보다 대가없는 희생과 조건없는 사랑이 오고가는 관계를 뜻합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너무 이것을 남용하죠. 회사 사장님이 신입사원 소개시키며 한솥밥 타령하며 같이 벌어 먹자고 해놓고, 나중에 월급 주기 힘들때 악용하기도 하구요, 대기업은 ‘또 하나의 가족’이라면서 자신들이 가족처럼 손님을 사랑하겠다며 홍보하기도 하죠. 조폭들이 서로 형님 아우하며 의리를 강조할때도 쓰고 심지어 음식점 종업원을 친근하게 부를때도 언니 누나 하면서 부릅니다.

그러고보면 역으로, 친족이 아니면서 ‘가족’을 강조하면 아주 광범위한 해석이 되고, 실제 가족과는 동떨어진 이미지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블로그 칵테일(올블로그)에서 채용하려고 내걸은 가치인 ‘가족’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로서의 관계 그 이상을 표현한 무엇인가 일텐데, 이건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얼마든지 다르거든요. 아무리 가족가족 해봐야, 사장이 주는 돈은 용돈이 아니라 월급이란 말입니다. 결국 남에게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족’을 들이대며 맞춰보고 뽑겠다는 발상부터가 벌써 안좋은 결말을 예고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저도 왠지 그 단어가 거슬리고 두려워서 일자리 구하는 마당에 블로그 탁테일에는 도전을 하지 않았습니다만(이미 찬밥 더운밥 가릴처지가 아닌데…)…

어째튼 블로그 칵테일에서 ‘가족’을 강조한건 다른 악의가 있어서기 보단 젊은 회사의 이상에 대한 욕구에서 나온거겠죠. 벤처 기업이 그런 이상과 욕심없이 어떻게 벤처하겠습니까. 블로거 분들도 너무 그것을 몽둥이로 두두려 깨우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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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4개

  1. 세삼스레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짚어 보게 되네요.
    언제부터인가 제 아들은 아빠 친구들중 남자는 삼촌, 여자는 이모라고 부르더라구요. 물론 제가 다 시켜서 하는거지만 이젠 아이에게 삼촌, 이모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사용 됩니다.

    아무래도 제 잘못이 크네요. 저부터가 가족을 너무 남용하며 산건 아닌가 생각 됩니다.

    1. 가족은 최소 단위이니까, 정말 가까운 사람에게만 써야 할텐데요, 계속 가족으로 부르는 대상이 늘어나니 더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요. ^^

  2. 예. 가족이라는 말로 종업원을 속이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의 회사도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취소할 사유는 되지 못하죠.

    이 부분은 블칵에서 분명히 잘못한 부분이고 골빈해커님의 대응도 잘못되었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1. 골빈해커님을 번개에서 뵈었는데 꽤 안쓰럽더군요. 어째튼 여러 사람들이 얽혀서 복잡해진 덕에 더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게 된 사건 같습니다.

  3. 핑백: 민노씨.네
  4. 제가 보기엔, 아직 올블은 대학 동호회 같은 분위기의 회사인 것으로 보입니다.
    잘못 대응한 부사장이라는 분도 자신이 블로그로서의 입장인지 회사의 책임자로서의 입장인지 조금 헷갈렸던 것 같기도 하고..
    채용과 해명은 블로거로서 할 것이 아니죠..
    책임을 지고 있는 회사 책임자로서 대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사건이군요..

    1. 유명 회사 직원의 개인 블로그는 항상 그런 딜레마가 생기는거 같습니다. 개인블로그냐 회사블로그냐 하는…
      뭐 젊고 얼마 안된 회사니 이번 경험으로 더 성숙해지겠죠.

  5. 이번주에 집안에 안좋은 일이 있어서 제 블로그 밖으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데, 짬을 내서 돌아다니니 온통 이 얘기로 어수선하군요. 쩝.. 저도 구직활동할때 더러운꼴 많이 바왔지만 이런 부분은 참 구직자에게 또한번의 시련을 주는 일이지요.

    결론, 자영업이 짱이여~ (ㅜㅜ 아직도 박봉생활을 하는 1인)

  6. 지금 있는 회사가 딱 그꼴이지
    “우리 회사는 의리로 뭉쳐진거 아니겠냐” 이지랄…..
    그래놓고 6시 30분도 아닌 7시 넘어 퇴근 할라고 하면.
    “어디가?” 이지랄.
    “ㄱㅅㄲ야 집에간다 왜!” 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 “집에 가는데요” 라고 대답…..
    월급은 맨날 밀려….(꼭 하루 이틀씩 밀려서 카드 연체료 나오게 만든다)
    뭐 해달라는건 졸라 안해줘……(회사에 휴지가 없어서 화장실 까지 가서 휴지 가져옴)
    암튼 5월에 방배동으로 옮길꺼니 여기도 바이바이 ㅋ

  7. 보통 많은 회사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를 안좋은 방향으로 쓰기는 하죠. ㅠㅠ
    저도 입사채용에서 가족처럼이라는 단어를 무척 싫어했었어요.
    부려먹겠다는 의미로 보이니까요.
    정말 함부로 쓰면 안되는 단어같아요. ㅠㅠ

  8. 좋은 회사는 가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그냥 묵묵히 정시퇴근 시키고, 적당한 급여를 제때 지불할 뿐이죠.

    회사 사장이 난 당신이랑 가족같이 일해보고 싶다! 이렇게 얘기하면 난 당신을 저임금으로 개나 소처럼 부려먹겠다! 이렇게 선언하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1. 모든 회사가 그럴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올블로그는 지금까진 그게 좋은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겠죠. 하지만 모든회사가 조건이 안좋아지면 그 단어가 안좋게 사용될 가능성은 충분하죠.

  9. 조금은 허물없이 지내는 정도의 가족적 분위기만 있을 뿐이겠죠. 그것이 가족은 아닐테고. 아무튼 오늘 사건을 이제 와서 접했지만 안타깝습니다. 너무나 젊은 청춘들이 모두 상처 입은 날입니다.

  10. 핑백: Life is Enjoy!
  11. 흠…올블로그 추천 글에 들어왔더니..
    이런 일이 있었군요..

    잘은 모르고..draco님 글 만 읽었지만..그런데..

    공감이 가네요…

    아무리 가족적이고 분위기 좋은 회사라 할지라도
    분명 고용 피고용의 관계겠죠..
    흠..어렵다..
    ‘더운밥 가릴 처지 아니다 (2)’인 1인..ㅠ

    오랫만에 들렀다 가는군요^^

  12. 가족..참 어려운 단어쥬…
    근데..가족중에도 더 된사람 덜 된사람(비난이 아닙니다) 있듯이..정말 한 가족으로 이끌고 싶었다면,,부족한 거..좀 모자란거 보듬어 가며 일궈가려는 마음…그 마음이 바탕이 되었어야 하는데…처음부터 완벽한..자식을 바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드네요…

  13. 많은 관심 감사드립니다..
    가족이라는 단어.. 제글의 댓글에도 말했습니다..
    가족같은 분위기 저도 사실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게 좋은것인가에 대한것은 회의가 드네요.

    1. 말로 강조해야 되는 가족은 이미 가족이라는 장점을 많이 잃은 가족이겠죠. (아…아는척좀 하려 했더니 혀꼬인다…)
      어째튼 희주님 힘내세요. ^^
      곧 좋은 소식을 블로그에 쓰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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