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발전이 살려낸 고전, 베오울프 (Beowulf, 2007)

최근의 영화는 디지털 기술 없이는 만들어 낼수가 없다.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상영까지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들이 사용된다. 특히 3D그래픽과 특수효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재현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던 반지의 제왕의 거대한 전쟁도 무난히 표현하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의 10만명이 나오는 전쟁장면에서 실제 배우는 2,3천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 배우가 필요없는 영화가 나오게 될것이라고 예상하곤 했다. 그러나 실사영화에 특정 인물이나 괴물을 3D로 넣은 영화는 성공했지만, 완전한 3D 캐릭터가 실사 인물을 교체한 영화는 실패했다. 현실과 지나치게 닮은 3D캐릭터는 약간의 어색함이 사람들에게 더 큰 거부감을 일으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도는 계속되었는데 그 절정이 바로 “베오울프”이다.

베오울프는 풀3D 애니매이션이지만 무척 사실적으로 표현하여 실사 영화처럼 보인다. 모션캡춰 수준이 무척 높으며, 특히 표정 연기까지 살린 점이 주효했다. 영화 내용상 인간끼리의 갈등을 표현해야 하므로 표정연기는 필수였다. 영상 자체도 기술자랑적인 면보다는 자연스러운 영상에 주력했고, 액션장면도 매트릭스같은 초인적인 액션보다는 적당함을 유지했다. 칼이 녹아버리거나 용과 싸우는 장면에서는 3D로서의 장점도 살리긴 했지만 말이다. 가장 중요한건 홍보인데, 3D애니매이션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자랑하지 않고 일반 영화인척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덕분에  3D에대해 눈썰미 없는 관객을 일반 영화인줄 알기도 했단다. 중간중간 베오울프가 좀 오버액션할때 빼곤 참 대단히 현실감 있는 그래픽이더라. (특히 안젤리나 졸리의 누드가….ㅎㅎ)

베오울프는 고대 영국의 영웅시에서 비롯되었고 여러번 영화화 되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했는데, 바로 베오울프의 부정을 통해 3가지 전투를 하나로 묶은것이다. 원래 베오울프 영웅시의 3가지 전투중 앞의 두가지는 그렌델과 그렌델의 어미를 죽이는 것이라 연결이 되지만, 마지막 용은 좀 동떨어진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렌델의 어미를 죽였다는 내용을 그녀와 베오울프의 결탁으로 바꾸면서, 용의 습격도 바로 그 부정의 산물로 표현했다. 흐로드가르가 그렌델의 공격을 받지 않은것도 영웅시에서처럼 신의 가호보다는 흐로드가르가 그렌델의 아버지라는 암시로 풀어간다. 그 결과 단순히 초인적인 전투능력과 자기 이름을 외치는 배짱만 있는 베오울프는 인간적인 약점이 있는 현대의 영웅이 되었다. 베오울프 자신도 마지막 출정에서 왕비에게 자신을 평범한 인간으로 봐달라고 한다. 베오울프 제작진이 가장 바라던게 그거 아니었을까?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아무래도 3D 애니가 아닌 영화로서 보는 사람에게는 너무 평이한 내용과 액션이 아닐까 싶다. 멀고먼 지구 반대쪽 나라의 천몇백년전 이야기이고, 영웅담으로서의 비장함은 300이나 글라디애이터에서 충분히 봤을테고, 액션은 요즘 영화들은 날고 기니까 말이다.

베오울프 원작 :
http://en.wikipedia.org/wiki/Beowulf
http://ko.wikipedia.org/wiki/베오울프
네이버 영화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7236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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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1. 저는 기술적인 발전이 흥미로워서 보고 있었긴 하지만….지금까지 이런 영화들이 그리 좋지 못했죠. 그런데 베오울프는 생각보다 괜찮더라구요. ^^;

이드,,,에 답글 남기기 응답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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