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탈 어나이얼레이션 (Total Annihilation, 1997)

1997년 케이브독 엔터테이먼트에서 만들어진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은 제대로 성공한 게임중 최초의 3D 실시간 전략게임이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실시간 전략게임의 3대 걸작 시리즈가 웨스트우드의 C&C시리즈, 블리자드의 워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 시리즈라면 마지막 하나가 바로 이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이다.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은 그 당시 전략게임 중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많은 부분은 C&C에서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 C&C를 입에 낼수 없을 만큼 훨씬 초월하고 있는 게임이다. 그 특징을 대충 정리하자면…

1. 스케일이 큰 게임 – 대부분의 전략게임이 10~50개의 유닛, 유닛간의 상성과 컨트롤로 결판을 내는데 반면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은 규모가 200유닛을 넘어가기도 하며(컴퓨터 사양 때문에 숫자 제한을 걸어놓고 있지만 제한을 풀고 무한히 생산할 수가 있었다) 컨트롤 보다는 물량과 생산력위주의, 전술보다는 전략에 의존하는 게임이다.

엄청난 대량의 유닛을 다루는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유닛의 숫자만 무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종류도 수도 없이 많았다. 기본적으로 육해공별로 수십가지의 유닛이 있고, 인터넷으로 개성있는 추가 유닛을 받을수 있었다. 건물들도 일반적인 생산 건물부터 자원 창고, 방어 건물, 포대, 초장거리 전략포대와 핵무기 까지 생산이 가능했다. 베리타 캐논이라는 맵의 끝과 끝를 사정거리로 하는 초장거리 포를 만들어 적진에 사격하는 거나 지축을 뒤흔드는 핵미사일을 발사하는건 감동 그 자체.

상황이 이렇다보니, 게임을 어느정도 한 유저들도 적의 상성에 맞는 유닛을 만들기 보다는 적의 유닛이나 건물을 보고나서야 “저건 또 뭐야?”하는 재미(?)에 빠지게 된다.

다양한 유닛들의 육해공 합동작전.

2. 2D 렌더링 맵과 3D유닛 그래픽 – 맵은 3D 그래픽툴로 렌더링된 하나의 비트맵 2D 그래픽이었다. 다른 타일방식의 맵을 가진 게임과 달리 자연스러우며 반복적이지 않은 풍경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높낮이를 부여하여 전술/전략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산과 바다의 높이와 깊이, 바람과 조류의 속도, 중력, 공기밀도, 화재, 운석과 잔해 충돌 등 환경적인 요소가 전부 적용되는 게임이었다.

유닛은 3D로 만들어져 작동되며,  2족, 다족 보행, 바퀴를 사용하는 유닛등 매우 다양했다. 자연스럽고 빠른 3D 그래픽과 폭발등의 효과는 압권이었다. 이 토탈 어나이얼레이션 게임의 그래픽 수준 때문에 스타크래프트의 그래픽 보강과 발매연기가 발표된것은 유명하다.

불이야~ 불을 지르면 바람방향으로 번저 나가며 주변에 피해를 준다.

3. 독특한 게임 설정 – 이 게임의 놀라운 점은 자원과 생산, 그리고 인터페이스.

자원은 메탈과 에너지 두가지가 있다. 메탈은 맵에 중간중간 노출된 금속 광산에 기기를 설치하여 채광해 사용한다. 광산의 크기에 따라 생산속도가 다르지만  광산이 소진되지는 않는다. 에너지는 발전소를 만들어 생산한다. 태양력발전소, 풍력, 조력, 원자력, 지열 등 다양한 발전 방법이 있다. 근처 식물이나 돌을 용융하여 에너지와 메탈을 만들어 낼수도 있다. 에너지를 대량 소모하여 소량의 메탈을 만들어 내는 방법도 있었고, 주변에 잔해가 된 유닛을 흡수해서 재활용하는등 대단한 응용의 자원 관리 방법이 있었다. 건물과 유닛의 생산과 활동에 지속적으로 메탈과 에너지가 들어가므로, 게임 시스템은 자원을 생산하여 저장해 사용하는 다른 게임과 달리, 생산속도와 소모속도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중점을 두도록 되어 있다.

생산은 우선 최고의 전투머신이자 건설 유닛인 코맨더로 부터 시작한다. 이 코맨더가 설계도를 레이저로 공중에 뿌리고 거기에 입자를 들이부어 건설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추가적인 건설 유닛을 생산설비에서 만들어 낼수도 있다. 레이저로 설계도를 만들고 입자를 붓는 방식이라서 에너지와 메탈만 허락되면 커맨더나 생산유닛이 추가로 입자를 부어서 생산속도를 수십배로 늘릴수도 있다.

인터페이스는 무한의 Nav포인트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생산 유닛에 미리 여기서 A를 만들고 이만큼 이동해서 B를 철거하고, 여기에 C를 만들고…이런식의 기억을 무한대로 설정할 수 있다. 공격유닛에도 이러한 포인트를 무한히 설정하거나 여기에 맞춰 공격, 방어, 홀드(Hold), 순찰 등을 지정할 수 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할 거리를 미리 무한히 지정해 놓는다.

커맨더 유닛은 지휘관 로봇으로, D건이라는 최강의 단거리 소멸무기를 가지고 있고, 강한 내구력과 최고의 생산력을 가지며, 스스로 자워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한번 당하면 대폭발과 함께 게임 끝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_-;

이 게임의 단점은 종족간 개성이 몇개의 유닛의 디자인과 기능이 다른 정도외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것과 화려한 전쟁외에 특별한 스토리가 그다지 없다는 점 정도였다.

무척 재미있는 게임이었는데, 당시엔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에 밀려 좀 매니아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후속작인 킹덤과 확장판이 실패하면서 케이브독도 회사 문을 닫고 말아 아쉬움을 남겼다. 최근에는 슈프림 커맨더라는 토탈 어나이얼레이션을 회상하게 하는 게임을 개발중이라고 한다.

없어져서 아쉬운 회사의 귀여운 로고.
게임이 끝나면 나오는 그래픽 아트. 한창 유행하던 3D풍경 제작툴인 브라이스 3D로 만들었다.

인트로 동영상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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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5개

  1. 그때 Cavedog Lead designer인가 하던 Chris Taylor가 Supreme commnader로 2007년 1사분기에 돌아온다고 합니다. 회사이름은 Gas powered game. Gamespot가면 동영상이랑 좀 있어요. 엄청 커지고 3D로 화려해진 토탈같은 느낌이랄까..

  2. 스타가 나오기 전에 정말 재미있게 했던 게임이네요. 맵만 잘 고르면 육상전, 공중전, 해전, 잠수함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죠. 폭격기들의 연이는 선회비행과 폭격, 해전에서 천천히 가라앉아서 암초가 되는 선박 등등 세심한 부분이 참 기억에 남는 게임이었는데.

    유저들이 마음껏 추가하는 해킹 유닛들도 이 게임의 쏠쏠한 재미였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많아져서 문제였지만요. ‘크로고스’인가 하는 울트라유닛 만들어서 고치기만 하면서 밀던 기억도 나네요.

    98년 스타나오기 전에 상당히 인기를 많이 끌었는데 좀 아쉽죠. 확팩 ‘코어 컨티전시’도 있었는데 그 정품 박스 가지고 있을걸..

    1. 천천히 가라앉아서 암초가 되는….아…정말 정확한 표현이십니다. ^^ 확장팩은 좀 어렵더군요. 몇번 하다가 중간에 어려워서 안하고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3. 제가 원래 콘솔게임을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이 게임이 나오던 시기 즈음엔 마침 부두1을 구해서 한동안 PC게임을 하던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주 커다란 유닛들이 절도있게 움직이던게 인상적인 게임이었어요.

    1. 콘솔게임에서 힘든 장르 두가지가 FPS랑 RTS라고 하더군요.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 아무래도 RTS는 PC에서 마우스로 하ㄴ느게 더 손맛 나는거 같습니다. 아케이드 게임은 콘솔이 제맛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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