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귀신에게 스포일링을 당했다

몇년 전, 일본 영화 “링”이 유행한적이 있었다. 어디에나 있는 문명의 이기인 TV와 비디오 테잎을 매개로 귀신이 튀어나오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를 주었고, 귀신영화를 다시 부흥케 하는 도화선이 되었다. 사람들은 사다코가 TV를 통해 나올때 무섭다며 화제로 삼곤 했다.

그러나, 나는 링을 볼때, 사다코가 TV를 통해 나오는 장면에서, 마치 이미 결말을 다 알아버린것처럼 김이 새버렸다. 하나도 무섭지도 않고 오히려 귀신의 각기춤스러운 움직임이 웃겨서 큭큭 거리며 웃고야 말았다. 영화가 유치하다는듯이 웃음을 참는 내가 같이 영화를 보던 사람들에겐 미웠으리라.

그 이유는 정말 이미 한번 본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실제로는 더 무서운 버전으로.

때는 1983년, 우리 집은 방과 거실에 난방 공사를 다시 하고 있었다. 식구들은 어쩔수 없이 세를 주던 작은방에서 모여서 자야했다.

그래서 잠자리가 불편했나 보다. 어린 나는 꿈을 꾸었다. 아니, 눈을 뜨고 있는 느낌이었다. 나는 자던 자리에 그대로 누워서 움직이지 못한채 앞을 보고 있었다.

악몽1

앞에는 문이 하나 있는 벽이 있었다. 왜…그 옛날 집에 흔히 있는 나무 합판으로 만들어서 니스 바른 갈색 문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빈벽에 또 하나의 문이 있는 것이었다!

악몽2

문은 청록색이고, 옆으로 길고, 위로 밀어 올리는 문이었다. (저건 문도 아니고 창문도 아니여) 난 그 문 건너편에 뭔가 있는 느낌이 들었고, 문을 잠그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차피 문고리도 없는 문이었다.

악몽3

갑자기 문이 위로 열리고, 건너편(사실 건너편에는 작은 부엌이 있어야 했는데)의 어둠이 보였다. 그리고 뭔가 움직이고 있었다!

악몽4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를 길게 늘어트려 바닥까지 끌리는 여자가, 문을 더 들어올리며 문지방을 넘고 있었다. 문이 가로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옆으로 넘어 들어오고 있었다. 방바닥을 디딘 발은 하얗고 핏기가 없었다. 넘어온 귀신은 영화속의 귀신과 똑같은 모습이었다. 흰옷에 긴머리…그리고 나에게 천천히 작은 걸음으로 다가왔다.(좀비같은 뚜벅거림이 아니라 부드러운 발걸음)

난 공포에 질려, 점점 놀라다가 벌떡 일어나며 꿈을 깼다. 가위눌리는 경험은 처음이었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사다코

생각해보면, TV가 아니라 가로로된 이상한 문이라는 것 빼면 링하고 똑같은 장면이다. 난 귀신에게 20년후의 영화를 스포일링 당했다. 덕분에 영화 하나 보는 재미를 완전히 잃었다. 물어내!!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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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개

  1. 안녕하세요.
    덧글 방금 보았습니다.
    님께서 “ㅎㅎ 이분도 글은 좋지만 약간 가독성을 고려해주셔야 할듯. 폰트가 너무 작고 글의 폭도 좁아서 읽을때 에너지소모가 좀 있네요….;;”이렇게 말씀해 주셨는데..
    이거 어떻게 고치나요?
    좀 가르쳐 주십시요.

    1. 저도 스킨 수정은 잘 몰라서요 ^^;
      태터툴즈쪽 스킨 디자이너 항목에 가면 포럼이 있으니 찾아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겁니다.
      제 경험에는 본문부분이 한 400~500대 픽셀정도인 블로그가 가장 읽기 편한거 같더라구요.

  2. 헐..무섭네요. 저도 어릴때 한번 귀신나온 꿈을 꿨는데 자다 깼다가 다시 눈만감으면 귀신이 바로 눈 앞에 있어서 한동안 눈을 못붙이다가 간신히 잠들었죠..ㄷㄷㄷ 드라코 어린이는 참 간이 큰 어린이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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