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배달부 키키 (魔女の宅急便, 1989)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꼬마 마녀 키키는 마녀지만 아직 어리광피우길 좋아하고 자신의 검은 고양이 ‘지지’와 대화하는 것과 어설프게 여기저기 충돌하며 빗자루로 날아다니는 것외에는 할줄 모르는 초보 마녀이다. 그러나 13살이 되면 마녀 수행을 위해 독립해야 한다는 전통에 따라 밤에 여행을 떠난다.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뒤로 하고 항구도시를 향해 날아가던 키키를 반기는 것은 일기 예보에도 없던 폭우. 고생끝에 원하던 항구 도시에 도착하지만, 낮선 도시에서 교통 혼란을 초래하고, 어린이 혼자서 묵을 곳을 마련하기 힘든 등 되는 일이 없다. 결국 친절한 빵집 아줌마 오소노 의 도움으로 거처를 마련하고 비행능력을 이용해 배달일을 하면서 힘든 도시 생활을 시작한다.

첫배달은 멋진 옆집 커리어 우먼의 부탁으로 친척집의 선물을 가져다 주는 일. 유유히 날다가 돌풍으로 선물을 떨어트리고, 까마귀때문에 선물을 도로 찾는데 고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덕분에 숲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여자(이름이 나왔던가?)와도 알게 된다. 손녀를 위해 파이를 굽는 마음씨 자상한 할머니도 알게 된다. 그러나 그 파이를 배달하던 도중 비를 만나 완전히 젖게 되고, 교통 혼란을 일으켰을때 알게된 톰보라는 소년의 파티 초대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된다.(그 파티가 파이 배달한 곳인거 같지만…) 결국 감기에 걸려 심하게 고생하고 만다.

고생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갑자기 마력을 잃어 날지 못하게 되고 빗자루도 부러지면서 키키는 모든일에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던중 마을로 찾아온 그림 그리는 여자와 숲의 집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여러가지 조언을 얻게 된다. 그후 마을로 돌아가 파이를 굽던 할머니집에서 TV를 보던중 친하게 지내던 톰보가 비행선 사고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밖으로 달려나간 키키는, 청소부 아저씨의 빗자루를 빌려 다시 날아 오르게 되어 겨우 톰보를 구출하게 된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이야기가 굵직하지 않고 잔잔해서 요약하려고 하면 오히려 수다 같이 되어버리는것 같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천공의 성 라퓨타”에 바로 이어서 시작한 극장 애니매이션이다. 라퓨타에 비하면 스케일도 작고 여성스러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키키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이나 사춘기적인 방황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연출에는 훨씬 어려움이 많았을거 같은 작품이다. 그런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서인지, 키키 주변에 ‘착하고 명랑한 주변인’들이 너무 많아서 약간 깨는 면이 있다. -_-;

“마녀 배달부 키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극장 애니매이션중 가장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이 꼬마 마녀라는 점과 사람들이 마녀에 대해 안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매우 현실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으며, 폭력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는 유일한 애니매이션이기도 하다. 그리고 메카닉에 대한 표현이나 자연으로의 회귀라는 메시지가 가장 최소화된 애니매이션이기도 하다. ‘일해서 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건하에서 성장 이야기를 다룬 애니매이션이기도 하다. 영화 초기에 키키가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이 도시에 다른 마녀가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나’같은거 일정도 -_-; 하지만 그러한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키키의 비행, 푸른 하늘과 깨끗한 뭉게구름, 아름다운 바다를 보면 역시 미야카지 하야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아, 그리고 여주인공의 팬티가 수시로 나오는 유일한 작품이기도 할거다. ㅋㅋㅋ

이번달 22일에 이 영화가 메가박스에서 개봉한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18년이나 걸려서 개봉하다니, 아무리 일본이 미워서 그동안 금지했던 거라지만 좀 심했다(?). 작품이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비슷한 ‘소녀의 좌충우돌 성장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흥행이 비슷하게 흥행이 될지, 아니면 이미 볼사람은 다 봐서 망할지는 지켜봐야 할거 같다. 설마 DVD출시만 염두에 두고 변두리 극장에서 1주일만 상영하는건 아니겠지? -_-;

ps. 영어판 제목은 “Kiki’s Delivery Service”, 키키의 목소리에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스파이더맨”시리즈의 커스틴 던스트가 연기를 했다고 한다. 확실히 아역일때도 연기력은 최강이었지.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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