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무척 애용하고, 상대적으로 네이버에게는 후한 평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구글빠’소리도 들었죠. 그렇게 생각하는데는 김중태씨처럼 철학을 따지진 않더라도 한가지 확실한 이유가 있습니다. 구글은 원하는 것을 하고 빨리 빠져나가는데 최적화 되어 있지만, 네이버는 사용자들의 시간을 최대한 네이버에 잡아두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어의미적으로는 구글이 진정한 ‘Portal’이고 네이버는 ‘Total’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입니다. 물론 네이버가 그렇게 된데는 이유가 있었죠. 네이버가 처음 생겨난 당시에 한글로 된 컨텐츠의 부족으로 검색의 정확도나 트래픽 발생등 여러면에서 불리했기 때문에 밀도를 높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지 한것입니다. 다만 작은 질량도 너무 뭉치면 블랙홀이 되듯, 네이버의 정책이 한국 인터넷 전체에는 크고 작은 부작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을 보면, 그들도 네이버가 초기에 했던 것과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올블로그나 블로그 코리아 같은 사이트들이 아무리 ‘메타블로그 사이트’에서 1위 2위라 할지라도 전체적인 사용자 숫자나 트래픽 발생면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사이트들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읽기’만 하지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의 본래 목적인 블로그들의 글을 수집해 정리해 좋은 글을 나타내주는 일에는 유저들의 참여가 필요한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가입이나 추천등은 자신의 블로그를 홍보하기 위해서나 일부 적극적인 유저들이 하는 행동일뿐이죠. 그러다보니 소수에 의한 추천과 참여로 소수의 취향에만 맞는 글이 인기글로 올라간다거나, 인기 블로거만 부익부를 이루고, 자극적인 제목의 글이 더 이목을 끌며, 좋은 글이어도 묻혀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메타블로그들의 개편방향을 보면,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네이버적인 방법’을 선택했다고 생각됩니다. 블로그코리아는 블UP 시스템으로 자체 사이트내 활동량을 포인트로 환산해 그것을 다른 블로그를 평가하는데 더 큰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했습니다. 올블로그는 많이 활동하는 사람들을 순위로 보여주는 발견왕이나 다독왕 통계를 보여주고 있고, 채널 서비스나 티페이퍼 같은 수평적인 관계의 서비스를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읽을거리가 많아지는건 좋지만 심플한 맛이 있던 예전의 올블로그가 가끔 그립곤 합니다. 다른 메타블로그들도 최근 경쟁적인 요소의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독자적인 컨텐츠를 확보하는 등의 개편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들은 유저들에게 빠르게 좋은글을 엄선해 보여주기 보다는 유저들을 잡아두고 “일단 오래 써라, 그러면 너희들 행동으로 좋은 글을 뽑을 수 있을거야”는 방식이 되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향에 선과 악의 가치관을 대입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효율적이냐 하는 것뿐입니다. 우리나라의 네티즌 숫자는 이제 거의 포화 상태이고, 메타블로그들의 활동 인구도 현재상태에서 어느정도 성장을 계속 하긴 하겠지만 곧 둔화될겁니다. 활동 인구가 조금 늘어도 어차피 참여하는 사람의 비율은 낮기 때문에 요구되는 정도에 비해 컨텐츠 평가의 질은 많이 높아지기 힘듭니다. 이대로 가면 수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글을 원하면서 추천을 안하고, 자신의 글은 추천되길 원하면서 이슈적인 글만 올라오는것을 성토하는 일이 반복될겁니다. 더 오래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메타블로그 서비스들가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메타블로그 서비스와 씨름해야 할것입니다. 블로거에게 좋은 글을 쓰는 것보다 자신의 사이트에서 더 많이 놀도록 유도하는 메타블로그가 과연 좋은 글을 수집하는데 효율적이냐는 의문입니다.
물론 말로는 무슨 소린들 못하겠습니까만,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은 사용자들의 사용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사용자들의 참여율과 정확도를 높힐 필요가 있습니다. 추천이라는 오래된 Digg의 방법만이 아니라, 다른 기술적인 방법으로 글들의 평가를 보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합니다. 좀더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취향에 맞고 품질이 좋은 글을 배달해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좋은글과 인기(혹은 이슈)글의 집합관계를 고민해야 합니다. 사용자들이 분위기에 휩쓸려 원래 목적했던 글이 아닌 다른글만 읽게 되는 것을 적당히 조절할 방법을 궁리해야 합니다. 글을 쓸때는 메타블로그에 신경쓰지 않고 좋은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을 때 메타블로그를 이용하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아쉽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다만, 지금 드라코님이 제기하시는 문제는, 단순히 지금 있는 메타블로그의 문제라기보다는 메타블로그가 다양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문제로 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색깔이 분명한 다양한 메타블로그가 나와야 골라먹는 재미가 생길 터입니다. 거기에는 당연히 가볍게 들고 날 수 있는 서비스도 있어야 하는 것이겠구요.
음. 그렇지요. 원론적으로..혹은 이상적으로는 하민혁님 의견이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블로그나 블로그 구독자가 얼마나 된다고 메타블로그가 다양화 될수 있을지는 좀 회의적입니다. 윙 툴을 사용한 소규모 블로그에 희망을 걸어봤지만 대부분 실망스럽더군요.
구글은 안내소, 네이버는 유원지 가 목표겠죠 ㅡ.ㅡ;;
그냥 안내소가 아니라 광고 잔뜩 달아놓고 그걸로 먹고사는 안내소죠 ㅋㅋㅋ
개인적으로는 댓글 달기 캠페인을 (혼자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개방, 공유, 참여가 화두인 e세상에서 아직도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는 점은 고민거리 입니다. -_ㅠ;
메타사이트들의 발전을 기대해 봅니다. (분명 좋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
댓글달기 캠페인이 예전에도 있지 않았나요? 음. 어째튼 좋은 캠페인이군요. 요즘 은근히 댓글 달고 싶은 블로그마다 로그인을 -_- 요구하는 바람에, 김이 빠져버려서 댓글을 안달곤 했죠. 다시 댓글을 달아봐야겠군요.
맞습니다..Draco님이 지적하신 부분에 대한 메타서비스의 고민이 깊어야 할 것 같아요,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이야기하신 것 같은데..깊이 공감합니다.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한 부분을 아마 서비스 운영하시는 분들도 다 고민하시는 내용일겁니다. 너무 이상론이라 현실을 먼저 처리하느라 신경 못쓰시는거겠죠.
우리가 메타블로그로부터 글을 추천받는 형태가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글을 직접 찾아갈 수 있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블로그 검색 서비스가 이쪽을 보완해주는 의미이기도 한데, 지금까지 나온 서비스들을 보면 특별한 의의를 두기 힘드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사실 저도 요즘 메타블로그가 마음에 안들어요. 특히 올블로그 같은 경우 요즘 정치적인 글 아니고서는 거의 인기글이 안되더군요.. 얼마전의 한나라당 알바의 고백처럼 각당의 알바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추천하는건지 의심도.. ;;
예전의 심플한 올블이 그립네요.
소수의 추천에 의해 쉽게 휘둘리는 것은 추천시스템을 다양화하거나 추천하는 사람의 숫자 자체를 늘려야 하죠.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인거 같습니다. 그렇다보니 순수했던(?) 과거가 그리워지기도 하는거 같네요.
이번에 블업이 새로 생겼다길래, 어떤건가 싶어 블코에 자주 접속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다지 반갑지 않은 기능이더라구요
정말이지 Draco님 말처럼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그런 서비스가 아쉽네요
네, 메타블로그가 메타보다는 또다른 포탈이나 중독성 커뮤니티사이트화 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어째튼 아쉬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