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콜라이트 (The Acolyte, 2024)

이정재가 나온다길래 본 디즈니+ 스타워즈 드라마.

(스포일러 주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배우도 좋고, 액션도 좋고, 특수효과도 좋은데, 이야기와 연출이 뭔가….쌍팔년도 단막극 드라마처럼 유치하다. 뒷이야기를 밝히는 과정도 그렇고, 인물들의 심리묘사도 그냥 배우들의 연기력에만 의존하는 것 같고, 이래저래 진행이 억지스럽고 공감이 안된다.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메이와 오샤 쌍둥이, 그 두명의 운명을 건드린 이정재가 연기한 솔, 솔과 친구이자 상사 역이지만 뭔가 정치적인 분위기 풍기는 버네스트라 로, 제다이에게 복수하려는 카이미르, 인물들은 딱 좋게 배치를 잘 했는데, 저 인물들이 전부 똑같이 착한 척하는 이기적이고 충동적인 인물들이다. 버네스트라 로와 카이미르만 좀 전략적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 인물들의 관계를 그냥 대사로 퉁치고 지나가는게 너무 많다.

쌍둥이라는 스타워즈 전통이자 중요한 소재도 그냥…서로 좀 통했다. 원래 하나였다, 좀더 착한 줄 알았던 애가 흑화했다. 수준이다. 굳이 쌍둥이로 했을 필요도 없는 그런 정도의 활용이었다.

결국 오샤의 흑화도 공감이 안되고, 오샤의 흑화를 위해 많은 캐릭터를 낭비한 느낌마저 든다. 마지막 버네스트라 로의 일처리도 왜 그렇게 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냥 시즌2 예고편인가? 글쎄…시즌2라고 나아질까?

배우와 광선검 액션만 아니었으면 별 2개도 아까운 작품. 하지만 별 3개 준다.

덧. 오샤가 흑화할 때 쥐고 있던 파란색 광선검이 바로 빨강이 되는거였다면….아나킨 스카이워커는 오비완이랑 싸울때 파란색 유지했던게 뭐가 되냐?

오비완 케노비 (Obi-Wan Kenobi, 2022)

마눌님이 매주 한편씩 나오는 애콜라이트를 기다리기 지쳐서 비슷한거 보자고 해서 본 드라마. 스타워즈 에피소드 3에서 10년 후, 4편과 로그원 전 루크와 레아가 아직 어린이인 시점을 다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잘 보았다. 오비완이 죄책감과 세월로 약해졌다가 다시 극복하고 강해지는 것도 좋았고, 왜 에피소드4에서 다스베이더가 아나킨을 죽였다고 표현했는지, 레아가 왜 오비완을 믿고 의지하는지 여러가지를 알게 해주는 면이 많아서 좋았다. 인퀴지터들을 제외하고는 뜬금없는 외전의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아쉬운 점은 새로운 점은 딱히 없다는 것. 이미 정해진 영화들 사이의 이야기라서 그렇겠지만 한계가 많은 작품이었다. 다스베이더와 오비완의 결투도 사실상 억지로 집어넣은 것이기도 하고. 세번째 자매가 스토리를 만든 것인데도 그렇게 비중이 많지도 않고, 나머지 인퀴지터는 심지어 싸우지도 않는 병풍이라는 것도 아쉽다. 이왕 집어 넣은 김에 제대로 변주를 줬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이래서는 그냥 빼고 스톰투르퍼들에게 쫒긴다고 다를게 무엇인가.

가장 인상적인 점은 광선검인데, 이제 에피소드 7부터 보여준 LED광선검을 제대로 사용해서 제대로 빛의 향연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배경을 만달로리안 처럼 디스플레이를 두른 스튜디오를 사용해서 정말 외계행성 같은 분위기도 잘 만들었다.

내 평점은 별 4개. 사족으로 만든 드라마치고는 좋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2022)

어렸을 때 봤던 슬램덩크의 북산-산왕전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우선 3D로 만들었지만 만화책의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재현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카툰 렌더링된 3D인 덕분에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약간 아쉬웠던 농구의 움직임이 아주 잘 살아 있고, 알아보기가 좋았다. 전체적인 농구 내용도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도 좋고, 원작에는 없던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를 넣는 것도 좋지만, 너무 그게 잦다. 무슨 공격-방어 한번 하면 그때마다 인물들의 과거를 보여주는데 흐름이 너무 끊긴다. 그걸 절반정도만 줄여주거나, 후반에는 게임에만 집중했으면 지루하진 않았을 듯.

그리고 중심이 송태섭으로 넘어간 부작용으로, 작품의 유머가 90%가 실종되어 버렸다.

하지만 내 평점은 추억보정으로 별 4개.

인사이드 아웃 2 (Inside Out 2, 2024)

침체된 디즈니-픽사의 반짝 흥행작? 9년만에 나온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작을 가족들과 함께 봤다. 사실은 16일에 봤지만 이제서야 씀.

주요 내용은 라일리가 2살 더 먹고 사춘기(중2병?)이 제대로 와서, 감정들의 본부에 새로운 감정들 – 불안, 부럽, 따분, 당황, 추억(몇초만 나옴)등이 생기고, 불안이가 쿠테타를 일으켜 기존 감정들을 추방해 버린 이야기.

1편처럼 라일리가 바뀐 환경에 방황하고, 본부에 되돌아가기 위해 감정들이 고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 반복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블루피나 파우치, 랜스 같은 웃기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지만, 1편의 빙봉만한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불킥하게 하는 흑역사들을 잊고, 좋은 기억들만으로는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 불안한 마음만으로는 여러 무리를 하게 된다는 것 등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여전히 인사이드 아웃 답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가장 훌륭한 묘사는 역시 불안이가 상상력들을 동원하자 망하는 상상을 계속 하게 되서 라일리가 잠을 못자는 부분. 누구나 겪어봤을 것을 인사이드 아웃 답게 풀어가는 점이 좋았다. 1편처럼 여기저기 이런 디테일들이 넘친다.

내 평점은 별4.5개.

위시(Wish, 2024)

그냥 평범한 회사의 평범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었다면 뭐 볼만했네 하겠는데, 이건 디즈니의 100주년 애니메이션이잖아? 정말 좀 심각하다.

작품 속 악역인 매그니피코 왕은 모든 것을 자기가 통제하려고 하는 욕심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지려는 욕심이 되고, 결국 남의 힘을 빼앗는 욕심이 된다.

그런데 그걸 주제로 삼겠다는 디즈니가 욕심을 내다가 이 작품을 망쳤다. 주인공이 공정해야 하고, 공주는 좀 구식으로 보이니 안하고, 여성들의 훌륭한 점을 보여주고, 지나치게 폭력적이지 않고, 악역은 지나치게 나쁘기보다 권위적인 면을 보여주고, 가족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노래도 많이 집어넣고, 지금까지 디즈니 작품들을 최대한 오마주하고 등등…

그런 디즈니의 욕심 덕분에 캐릭터도 애매해지고, 이야기 전개도 애매해지고, 다 애매해졌다고 생각된다.

너희들 작품 중에 성공 모델이 있잖아. 겨울왕국. 왜 그거 발치도 못 따라가냐?

내 평점은 별 2.5개. 최근 디즈니 중 최저. 디즈니 르네상스 2탄(디즈니 리바이벌)은 끝났어.

장송의 프리렌(葬送のフリーレン, 2023-2024)

오랫만에 보게 된 일본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넷플릭스로 감상.

요즘 유행인 이세계나 먼치킨물이 아닌 개성있는 애니이다. 배경은 전형적인 판타지물인데 주인공은 불멸자인 엘프 프리렌이며, 그녀와 마왕을 물리친 동료들이 늙어 죽고나서 프리렌이 그들에 대해 돌아보고, 새로운 제자와 동료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시간의 흐름이 프리렌 기준이라 엄청나게 느릿한 진행을 하다가도 1화만에 몇십년, 몇년씩 지나가 버린다는 것도 특징. 거기에 유머와 개성있는 조연들이 나와 이야기의 짜임새가 좋다.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는 나이가 되면 다르게 느껴질 그런 작품. 느긋한 진행도 마음에 든다.

총 28화 구성인데, 현재 19화까지 공개가 되어 있고, 매주 1편씩 공개 중이다.

ps. 10화가 정말 하이라이트였다. 마족을 속이기 위한 1천년간의 빌드업 ㅋ

야만적인 제다이들

포스 라이트닝 같은 건 주로 시스들이 사용하던 기술이고, 원래 제다이는 정석적으로 칼로만 공격했는데,

요즘 제다이들은 이상하게 바위 덩어리 던지기를 자주 쓴다.

아무래도 시퀄 시리즈에서 레이가 갑자기 바위를 들어 올린 것의 오마주나 합리화(?) 같은데…

하여간 참 야만적(So Uncivilized) 이구만 ㅋㅋㅋ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2022)

오래전에 봤는데 요즘 게을러서 글을 안 썼다. 디즈니 플러스에 나오고 나서 본 닥스2.

일단 재미있다. 멀티버스에 대해 다양한 설정이 나왔고, 프로세서X나 캡틴 카터를 비롯해 다양한 멀티버스 인물이 나오고, 그래픽도 화려하고 새로 나온 아메리카 차베즈의 캐릭터도 귀엽고, 등등. 장점을 말하라면 그것 만으로 30분은 떠들만한 영화이다.

다만 닥스1편과 너무 영화의 느낌이 달라진 것이 아쉽다. 감독이 바뀌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법에 대해 참신함이 가득했던 1편에 비해 2편의 마법들은 대단할지는 몰라도 참신하진 않았다. 마법 뿐 아니라 장면의 느낌, 이야기의 진행 방법, 캐릭터들의 깊이 등등 모든 것이 다르다. 1편과 비슷하게 유지 된 것은 닥터스트레인지가 묘수로 자신보다 막강한 적을 이겼다는 점 정도이다.

재미있게 봤으나 1편에 비해 좀 감점해서 별 4.5개.

ps. 1편의 씬스틸러였던 비행 망토의 활약이나 개그도 거의 없어서 아쉽.

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2022)

따님과 어제 롯데씨네마 신림점에서 본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두 작품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과 무척 비슷하게 재난을 소재로 그것을 주인공의 희생으로 막는 과정과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들이 서로 이별을 극복하려는 과정을 같이 그려가는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게임 화면같이 엄청난 색상의 그림들은 기본.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과 다른 점은 좀 더 일본적이다. 일본의 토속 신앙과 지진이 소재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약간 이해가 덜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봤다. 역시 볼거리도 좋고, 액션도 좋고, 다이진과 의자 소타등 귀여운 캐릭터들도 나오고, 주인공들의 마음의 상처를 연출적으로 다루는 부분도 훨씬 능숙해 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역시 캐릭터들이 좋아하게 된 과정이 묘사가 어설프다. 소타가 잘생겼다는 묘사는 여러 번 나오지만 그것 뿐? 다이진은 왜 스즈메를 좋아하는 걸까? 음식을 줘서? 음…

하여튼 요즘 디즈니도 지브리도 작품도 시원치 않은데, 3년마다 나오는 선물같은 애니메이션이다.

따님도 만족해 하셨음. 내 평점은 별 4.5개.

ps. 귀여운 캐릭터들을 넣다니. 이제 돈 벌 줄 도 아네?

ps. 유명한 애니메이션들의 음악이 많이 나온다. 특히 마녀배달부 키키. 다이진도 키키의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에이와의 법칙?

어디에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의 신인 에이와가 나비족에게 지키라고 한 법칙이 있다고 한다.

You shall not set stone upon stone.
Neither shall you use the turning wheel.
Nor use the metals of the ground.

건축물 만들지 말고, 바퀴 쓰지 말고, 금속 캐지 말고…쉽게 말하면 문명을 발전시키기 말라는 것이다.

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레이스 박사가 알아낸 것처럼 행성 표면의 식물들의 신경 네트워크가 에이와의 정체라면 나비족이 건물 만들고 길을 내고 땅을 판다면 에이와 본인이 손상을 입으니까.

다만 의문인 것은 에이와는 문명이 발달 수단을 어떻게 알았나? 하는 것이다. 판도라 행성에서 이전에 문명 발달을 시작했던 종족이 있었다거나 다른 행성의 정보를 얻은 적이 있거나 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에이와가 초지능을 가졌다고 해도 문명의 테크 트리는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혹시 나비족 중에 문명 발달을 시작했다가 에이와가 멸망시킨 부족이 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