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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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글쓰는 재능은 있지만 삐뚤어질 데로 삐뚤어진 딸과 억척같이 자식을 뒷바라지 하던 엄마. 그런데 엄마가 불치병 크리. 딸은 점차 엄마와 죽이 잘 맞고, 그녀를 위해 어쩌구 저쩌구 하다 엄마의 슬픈 죽음…..

이렇게 요약하면 딱, 망할 영화죠. 너무너무 전형적인 드라마입니다. 내용뿐 아니라 영화를 풀어가는 방법도 전형적입니다.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면서 짤막하고 웃긴 에프소드를 나열해대고, 주인공들은 실제로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안쓰는 걸쭉한 사투리와 은어를 늘어 놓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눈물바다. 우리나라 영화, ‘선생 김봉두’이후로 너무 공식 만들어놓고 찍는구나 싶지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전형성보다 그걸 요리한 양념들을 맛봐야 할 거 같습니다.

억척스럽게 소리를 지르며 남들을 혼내고, 딸 머리끄댕이를 잡고 집으로 오는 엄마 영희는 사실 강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녀는 자동차 앞자리에 앉지 못합니다. 자신이 운전하다 사고를 내 같이 타고 가던 남편을 잃고, 아들은 중상을 입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들에게는 지나치게 헌신적이었고 딸 애자는 그게 불만이었죠. 매사에 엄마에게 불만이었던 딸에게는 엄마의 병마저도 자신에게 불편한 사고일 뿐입니다. 그러나 점차 엄마와 같이 있게 되면서 희망이 없어지는 병세앞에 딸은 마음을 열어갑니다. 결국 엄마의 마지막 여행까지 함께 하게 됩니다.

엄마 영희의 최후의 선택은 자살입니다. 상업영화로는 다소 위험한 이야기 진행입니다만, 무난하게 딸 품에서 병사하는 것과는 다른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엄마는 주사기를 들고 보내달라고 하고, 딸은 말도 못하고 엄마의 손을 잡아 말리다가 힘을 뺍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엄마와 딸의 장면에 극장안에 우는 소리가 넘쳐 납니다. 그 전 장면에서 주인없는 강아지들의 안락사에 대한 장면이 나오는데, 그게 자살에 대한 충격을 줄이려(혹은 약간 합리성을 부여하려)는 장치인지, 아니면 반대로 감정을 상승시키려는 장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뭔가 의도적으로 표현한거 같아 조금 보는데 불편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실제 모녀같이 꼭 닮은 외모를 가진 최강희와 김영애는 참 훌륭히 캐릭터를 연기해냅니다. 특히 최강희는 33살이면서 고딩연기까지 커버하는 뻔뻔스러움을 보여주죠. 역시 동안은 동안이더군요. 최강희의 바람둥이 남친으로 나온 배수빈이나 이름이 동팔이라서 돌팔이라고 불리는 의사 최일화도 훌륭한 조연이었습니다. 평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는 어수룩하던 김C도 이 영화에서는 능청맞은 연기를 합니다.

이런 등장인물의 세세한 설정이나 슬픈 장면들, 배우들의 열연이 이 영화에서 맛봐야 할 양념인거 같습니다. 전형적이고 공식적인 영화가 싫은 분들에게는 비추. 눈물이 나는 슬픈 드라마가 좋은 분들에겐 강추입니다.

참고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1407
http://www.aeja2009.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