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스포일러가 군데군데 있습니다)
사실은 이 글의 제목과 달리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귀환만으로도 감동인데, 그의 아들까지 등장하고, 끊임없는 모험과 액션에, 존 윌리엄스의 음악까지 깔리니 끝장이었습니다. 예전의 팬 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까지 배려해서 즐기는 영화로서도 훌륭하더군요.
하지만 극장을 나오면서 생각해보니 역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3에서는 인디와 헨리 두 부자의 아웅다웅거리기와 갈등해소가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등장인물이 많아서인지 그런 인물설정의 축이 없습니다. 고작 마리온과 인디의 키스씬을 방해하는 철부지 아들로서의 행동 정도죠.
인물이 많아졌다고 하니 말인데, 인디아나 존스의 팀원이 무척 많습니다. 인디, 마리온, 머트, 맥, 옥슬리교수…. 그러다보니 정신없는 정글액션에서 누가 누군지 헤깔리고 이해도가 낮습니다. 인디아나 존스의 특기인 아슬아슬한 부비트랩 헤쳐나가기도 그저 퍼즐정도로 처리되었구요.
게다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큰 핵심요소인 유머코드 말인데, 그게 거의 사라졌습니다. 죽어서도 웃기려 노력하는 마커스의 동상 머리 구르기는, 인디아나 존스의 심각한 얼굴이 그 웃음을 막아버립니다. 뱀을 잡기 무서워서 떼쓰는 인디아나 존스는 웃기지만 그의 뱀 공포증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별로 웃길 내용이 아닙니다. 생긴걸로 봐선 웃길 맥도 전혀 웃기지 않습니다. 옥슬리 교수도 그저 3번 떨어진다고 말해서 나중에 그게 폭포였다라는 거 외엔 재미가 없습니다. 그외엔 코믹 캐릭터가 없죠. 인디아나 존스의 유명한 권총 장면같이 웃음을 크게 터트릴만한 장면이 없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차거운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할 스팔코역의 케이트 아줌마는 별로 무섭지도, 별로 냉정하지도 않은 어정쩡함을 보여주더군요. 그냥 추적에는 최강이라는 정도와 소련식 말투를 참 열심히 연습했다는 정도.
예전의 클래식함을 살리려고 디지털 작업을 최소한으로 줄였다느니 뭐니 하는 홍보도 있었는데, 그것도 동의하기 어렵네요. 핵폭발 장면이나, 정글과 낭떠러지 장면, 나중에 외계인의 장면까지 전체적으로 CG의 비중은 어느 블럭버스터 못지 않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화면도 이미 CG처리가 되서, 50년대의 느낌이 나는 부분은 일부러 살짝 바셀린을 바른듯한 회상장면 같은 느낌을 살짝 주게한다거나, 정글 부분은 좀더 풀숲의 색을 강조하고 밝고 어두움을 가미한다거나 하는 최근영화의 디지털 리터치의 느낌이 분명히 있습니다.
또 한가지…
마지막 장면은 너무 스필버그스러운거 아닙니까? 하하. 인디아나 존스가 원래 루카스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더 컸던 영화인데, 4편은 이래저래 스필버그의 냄새가 심하더군요. 많은 인물의 정신산만함이라던지, 중간중간 나오는 동물들과의 교감(?)이라던지도 그런듯 하구요. 옥슬리 교수가 다른 차원이니 우주와 우주의 틈새라느니 하면서 너무 친절히 설명하려는건 좀 옥의 티로 보입니다.
그래도 뭐…인디아나 존스가 원래 따지면서 보는 영화는 아니죠. 이래저래 따지는거 좋아하는 저도 영화 볼 당시에는 그런거 생각않고 잘도 봤습니다. 그만큼 생각할 틈 없이 진행하는 템포도 빠르고, 재미도 있고, 볼거리도 많고, 주인공들도 충분히 멋진 그런 영화입니다. 인디아나 존스 팬들은 당연히 봐야 하는건 말할것도 없고, 후속작이라도 나온다면 그 연결고리가 될테니 보시길 추천합니다. 샤이아 라보프가 인디의 중절모를 쓸려던 찰나에 인디가 도로 빼앗아 버렸기 때문에 후속작의 주인공이 누구일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