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화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곧잘 눈이 촉촉해지는 편입니다만, 영화를 보다가 한번 이상 눈물이 나온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화려한 휴가를 보면서는 3번이나 눈물이 나오더군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당시 신군부 녀석들 인간도 아니다라거나, 아직까지 그 흔한 정의라는 이름으로 사형시키지 못한 녀석들이 많구나 라는 생각들. 뭐든 이념의 적으로 몰아붙이면 해결이 되던 야만의 시기라는 거, 그리고 저런 비상식적인 일이 바로 얼마전에, 제가 어렸을때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 마음이 심란하더군요.
민주주의는 바로 우리가 지켜 나갈것이고, 그것을 훼손하는 자들은 용서하지 않을겁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이땅에 일어나서는 안되겠습니다. 광주에서 돌아가신 무고한 분들을 영화에서 마지막에 이요원이 외쳤듯이 기억하겠습니다.
영화에 아쉬움도 좀 있습니다. 우선 12세 관람가치고는 너무 잔인합니다. 역사교육적인 면은 있지만 과연 12세 관람가로 해야 했을지는 좀 의문이네요. 그리고 연령제한의 한계때문인지 몰라도 제가 보고 들어왔던 사실들과는 많은 면에서 좀 ‘약합니다’ 80년 당시에는 너무어렸지만, 한창 머리가 굵어가던 시기에 ‘5공청문회’를 TV에서 줄창 방송하곤 했습니다. 거기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어린 마음에 참 충격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노무현 당시 국회의원의 행동에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버지께서 당시 광주 사태때 광주로 출장을 가셨었는데, 그때의 경험을 말씀하시는걸 들어보면 영화의 이야기는 정말 너무나도 한조각에 불과합니다. 아는 분들중에 광주에 계신분들이 많았는데, 근처 동네에서 사람 인기척만 들리면 총질을 해서 공포에 떨며 숨어지냈고, 나중에 창문을 가렸던 솜이불에서 총알도 여러개 나왔다는 말도 들었구요. 영화적으로 꼭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단순히 흥행을 위해 수위를 조절한것이라면 좀 문제가 있을 듯합니다.
또한 영화에서 보면 마치 전두환과는 별로 무관하게 중간 지휘관이 알아서 최종진압결정을 내린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책임부분을 슬쩍 넘깁니다. 그리고 영화라는게 좀 표현의 요약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광주 항쟁이 도청에서 시작되고 도청에서만 진압이 이루어진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광주 대부분의 시민들은 무관했다는 듯한 인상도 주는게 사실입니다. 차라리 규모를 줄여서 보여줄것이었다면, 가상의 인물들이 아닌, 실제 인물 하나를 적절히 발굴해서 “블랙호크다운”처럼 따라가며 보여주는 다큐식으로 보여주었다면 좋았을것 같은 마음도 있습니다. 일부러 감정이입이 쉬우면서 중요한 자리에는 다 있는 뻔한 가상의 인물들(연애를 한창하는 주인공과 여자 간호사, 여자 간호사의 아버지는 시민군 지휘관, 동생은 앞장서 나선 고등학생)은 너무 극적이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블랙호크다운을 거론하고 보니, 소말리아 사람들 입장에서 영화를 찍으면 미군을 상대로한 화려한 휴가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목은 아이린?)
기타, 사람들의 사투리 사용이 코믹 캐릭터 외에는 너무 없다던지, 캐릭터들이 너무 전형적이라던지, 우리나라 영화는 코믹캐릭터 하나 둘 안넣으면 안되나 싶은 뭐 그런 딴지도 생각났습니다.
몇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영화적인 완성도나 캐릭터들의 구성등은 흥행영화의 교과서라고 할정도로 잘 구성되었습니다. 안성기씨의 연기와 목소리는 역시 일품이고, 워정출산녀라고 비난받기도 하는 이요원씨와 김상경씨도 왠지 예전에 연기한것과 느낌이 비슷하긴 했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다시한번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