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는 장을 봐 본적이 없었다.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약간의 채소와 두부 정도를 사오는 수준?
하지만 결혼하고 마눌님과 같이 살림을 하다 보니 이래저래 장을 자주 보게 되었다.
아파트 근처에는 재래시장이 있는데, 가깝다보니 장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산책 삼아 자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재래시장은 확실히 가격이 저렴하다. 대형마트에서 오이가 천원에 3개일 때, 시장에서는 2천원에 20개를 팔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싸다는 것과 구경하기 좋다는 것 외에는 그리 장점이 없는 듯 하다.
흔히 재래시장의 장점으로 말하는 정겹고 인심 좋다는 것을 말하는데, 인심이 좋기는 개뿔, 저녁때 되면 상인들도 피곤해서 표정도 뚱하고, 카드로 소액을 계산해달라고 하면 거부하거나 투덜거리면서 해준다. 좀 비싼 것이 있어서 가격을 흥정하려고 해도 흥정이 통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가격표로 안 써놓고 물어보면 대충 답해주는 경우도 있다.
(재래시장의 단점이라는 주차시설, 화장실 등은 집과 가깝다 보니 못 느끼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재래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품질’이다.
젊은 사람이다 보니 과일이나 야채, 고기 등을 보고 어떤 것이 좋은지 고르기 쉽지 않다.
대형마트는 다소 비싸지만, 품질 면에서는 고르다. 아주 좋지는 않지만 적당한 품질(특히 외형적으로 보기 좋고 깨끗한) 상품들이 있다. 그리고 항상 가도 그만한 품질로 판다.
재래시장은 아주 좋은 것부터, 모양 나쁘지만 좋은 것, 모양은 좋지만 맛은 없는 것, 나쁜 것까지 다양하게 있다. 상인들 보고 물어봐도 그냥 ‘좋으니 지금 사가라’ ‘더 비싼 이게 더 좋으니 사라’ 수준 이상을 답해주진 않는다. 그래서 야채나 과일을 사 온후, 먹어보니 후회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같은 상품들을 사려고 해도 재래시장이 은근히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시간도 더 걸린다. 발 품 팔고, 시간을 더 들이고, 경험이 쌓이면 재래시장이 훨씬 좋고 싸게 살수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귀찮고 바쁘다.
시설이나 기타 단점은 재래시장이 노력해서 풀 수 있어도, 저런 문제는 쉽지 않겠다 싶다.
나로서는 대형마트의 횡포나 여러 문제점을 알지만, 그래도 바쁜 일상속에서 대형마트에 가게 되는 이유가 저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