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BC

가끔 영화를 만든 분들(그게 영화감독이든, 제작자든, 배우든, 홍보담당자든간에)중에는 ‘저 사람이 뭘 믿고 저리 자신있나’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홍보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이없는 영화를 만들어놓고 자신은 무슨 예술작품이라도 만든줄 안다거나, 혁명이라도 일으킨 걸로 떠들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끝에 크레딧이 올라오는게 아니라 자기 위인전 붙여놓은 자의식 과잉 감독이 있는가 하면…. 외국에는 이 감독이 있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롤랜드 에머리히의 감독의 전작들인 인디펜던스 데이나 투모로우의 경우는 그나마 인간의 어리석음에 뒤통수를 치는 소재와, 전형적인 영화적 언어와 화려한 특수효과의 조합, 주인공의 극기와 유머등 볼거리가 넘쳤습니다. 그런데 이번 10000BC는 영 뭔가 이상합니다.

영화는 그동안 홍보한거에 비하면 한없이 지루합니다. 그저그런 원시인(?)이 창 타령, 매머드 타령하다가, 습격받아 노예로 납치된 여친 찾아 산을 넘어가보니 거기엔 벌써 철기문명에 신타령하는 중앙집권 이집트가 있다라는 겁니다. 거기서 주인공은 드라마 ‘주몽’에서 자주 써먹던 잠입+우리편 설득 스킬로 간단하게 적의 정권을 전복시켜 버리고 승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모든 합리화는 수없이 거론되는 ‘예언과 전설’입니다. D모 영화에서 써먹던 수단이죠.

더 웃긴것은 시간적 뒤틀기인데, 원래 피라미드는 이집트 4왕조때니까 영화에서는 5천년은 빠릅니다. 철기시대는 더 나중이구요. 나름 매머드의 동원 장면과 함께 관객에게 ‘쇼킹하지?’ 라는 의도인거 같습니다만,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그런 역사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액션은 창찌르기 정도로 어이없이 간단합니다. 특수효과도 매머드나 검치 호랑이, 가스토르니스(대형육식새)등을 위해 사용했지만 화면이 전체적으로 밝은 아프리카 장면들에서는 어색함이 눈에들어오는 수준입니다.

다행인 점은, 나름대로 이런 요소들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잘 이어 붙여 편집해놨다는 것입니다. 선형적인 구조지만 나름대로 기승전결은 존재하죠.

별 5개중 2개반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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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욕을 실컷 해놓고 별이 2개 반이냐? 하면….
여주인공인 카밀라 벨이 이쁩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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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집트 고대왕조시대의 ‘움직이지 않는 별’ 북극성은 Draco의 Thuban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고대생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들려고 10000BC로 옮겨 놓다보니 북극성은 베가(직녀)가 되어버릴텐데, 화면상으로는 워낙 후딱 지나가서 확인을 잘 못했습니다. 그외에 오리온 자리라던가 사자자리 같은 별자리가 영화에 잠깐 언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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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남하를 해서 피라미드를 찾아내는데, 왜 움직이지 않는 별(상식적으로 북극성일텐데…) 타령을 했는지는 의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