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 종합선물세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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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본 영화죠. 마야 달력이 2012년에 끝나는데서 오는 종말론을 소재로 해서, 다시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를 현대판으로 재현하는 그런 영화입니다.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가 고질라, 인디펜던스 데이, 투머로우에서 일관되게 보여준 ‘큰 스케일의 재앙’ 영화 시리즈입니다.

볼거리는 확실합니다.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든 대재앙들을 확실하게 보여주지요. 지진, 대륙이 가라앉고, 화산, 쓰나미… 스릴도 대단하고 거기에 양념으로 인간성에 대한 고찰도 보여주고, 얄미웠던 사람들 몇 명 죽여주고…

사실… 보다보면 좀 질려요. 주인공 존 쿠삭이 살아남기까지 아슬아슬하게 고비를 넘긴게 아마 20번은 넘을겁니다. 다이하드가 따로 없죠. 캐릭터들은 전부 어디 재앙영화에서 다 봤던 캐릭터들입니다. 뭐든 만드는 세계의 공장 중국 이미지나, 뭔가 대단한 기계를 만들었지만 하나 둘 고장나는 러시아 비행기등을 보면 이 감독이 아마게돈 때부터 쭈욱 이어져 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은근히 종교적 색채가 깔려 있다던지 예언 같은 걸 매번 내세운다던지, 정부의 대책이나 대통령의 죽음 같은 내용도 딱 그 감독의 색채입니다. 하여간 다 어디서 본 것들을 조립해 놓은 영화라서, 재앙 장면과 스케일을 제외하면 새로울게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리 재미있게 본 영화는 아니었는데, 올해 초에 전세계에 대지진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다시 이 영화가 생각나곤 했습니다. ㅎㅎ

존 쿠삭과 아만다 피트는 예전에 아이덴티티라는 영화에서 같이 나온 적 있는데, 이젠 별거중인 부부로 나오는 군요. 뉴욕의 쿨한 여자 아만다 피트가 이젠 아줌마로 나오는구나…세월이…ㅋ -_-;

ps.
중간에 나온 중국군의 붉은별이 하나 박혀 있는 헬기… 블랙호크 아닌가요? -_-; 어째서 블랙호크가 중국군으로…

10000BC

가끔 영화를 만든 분들(그게 영화감독이든, 제작자든, 배우든, 홍보담당자든간에)중에는 ‘저 사람이 뭘 믿고 저리 자신있나’ 싶은 경우가 있습니다. 홍보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이없는 영화를 만들어놓고 자신은 무슨 예술작품이라도 만든줄 안다거나, 혁명이라도 일으킨 걸로 떠들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끝에 크레딧이 올라오는게 아니라 자기 위인전 붙여놓은 자의식 과잉 감독이 있는가 하면…. 외국에는 이 감독이 있습니다. 롤랜드 에머리히.

롤랜드 에머리히의 감독의 전작들인 인디펜던스 데이나 투모로우의 경우는 그나마 인간의 어리석음에 뒤통수를 치는 소재와, 전형적인 영화적 언어와 화려한 특수효과의 조합, 주인공의 극기와 유머등 볼거리가 넘쳤습니다. 그런데 이번 10000BC는 영 뭔가 이상합니다.

영화는 그동안 홍보한거에 비하면 한없이 지루합니다. 그저그런 원시인(?)이 창 타령, 매머드 타령하다가, 습격받아 노예로 납치된 여친 찾아 산을 넘어가보니 거기엔 벌써 철기문명에 신타령하는 중앙집권 이집트가 있다라는 겁니다. 거기서 주인공은 드라마 ‘주몽’에서 자주 써먹던 잠입+우리편 설득 스킬로 간단하게 적의 정권을 전복시켜 버리고 승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모든 합리화는 수없이 거론되는 ‘예언과 전설’입니다. D모 영화에서 써먹던 수단이죠.

더 웃긴것은 시간적 뒤틀기인데, 원래 피라미드는 이집트 4왕조때니까 영화에서는 5천년은 빠릅니다. 철기시대는 더 나중이구요. 나름 매머드의 동원 장면과 함께 관객에게 ‘쇼킹하지?’ 라는 의도인거 같습니다만, 별로 와닿지 않습니다.(그런 역사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액션은 창찌르기 정도로 어이없이 간단합니다. 특수효과도 매머드나 검치 호랑이, 가스토르니스(대형육식새)등을 위해 사용했지만 화면이 전체적으로 밝은 아프리카 장면들에서는 어색함이 눈에들어오는 수준입니다.

다행인 점은, 나름대로 이런 요소들을 ‘관객들이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잘 이어 붙여 편집해놨다는 것입니다. 선형적인 구조지만 나름대로 기승전결은 존재하죠.

별 5개중 2개반

참고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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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욕을 실컷 해놓고 별이 2개 반이냐? 하면….
여주인공인 카밀라 벨이 이쁩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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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집트 고대왕조시대의 ‘움직이지 않는 별’ 북극성은 Draco의 Thuban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영화를 고대생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들려고 10000BC로 옮겨 놓다보니 북극성은 베가(직녀)가 되어버릴텐데, 화면상으로는 워낙 후딱 지나가서 확인을 잘 못했습니다. 그외에 오리온 자리라던가 사자자리 같은 별자리가 영화에 잠깐 언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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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남하를 해서 피라미드를 찾아내는데, 왜 움직이지 않는 별(상식적으로 북극성일텐데…) 타령을 했는지는 의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