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쓰는 소녀를 떠올려보자. 그런데, 이 소녀는 처음에 약하다가 점점 강해지기는 커녕, 15살 어린 나이에 스트레스 풀이삼아 거대한 파이어볼을 날려 도적들을 박살을 내고 수익을 얻으며, 상인의 딸이라며 금전에 있어서 엄청난 집착을 보인다. 섬세한 마법은 신경안쓰고, 최강의 마법인 드래곤 슬레이브를 습관적으로 날려, 세상에 “인류 최대의 해악, 드래곤마저 피해가는 도적 킬러”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자신은 “천재 미소녀 마법사”라고 주장한다. 점차 상상이 깨어지지 않는가?
어떠한 악당이든, 피마저 차가와 보이는 제르가디스도 그녀 앞에서는 개그 캐릭터가 될 뿐이며, 무서운 드래곤도 그녀 앞에서는 벌벌떨며 땀흘리는 도마뱀, 정의를 주장하는 아멜리아도 한낮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리는 지극히 현세지향적인 마법사. 신과 맞먹는 최강의 적앞에서도 세계를 지키기보다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주로 튄다) 그녀가 바로 슬레이어즈의 주인공인 리나 인버스이다.
슬레이어즈는 1989년 제1회 판타지아 장편소설 대상에서 준입선(입선이 1위인데 입선이 없어서 실질적으로 공동1위)된 소설이다. 이 소설이 애니매이션과 각종 제품으로 나오면서 원작자인 칸자키 하지메는 한때 일본에서 세금 많이 내는 작가 순위에도 올랐다고 한다.
애니매이션은 TV판인 “슬레이어즈” “슬레이어즈 NEXT” “슬레이어즈 TRY”, OVA와 극장판인 “슬레이어즈 스페셜 1,2,3” “슬레이어즈 엑설런트 1,2,3” “슬레이어즈 완전무결” “슬레이어즈 고져스” “슬레이어즈 고져스” “슬레이어즈 리턴스” “슬레이어즈 프리미엄”등이 있다.
대부분의 OVA버전은 심각한 내용이 없이 주인공인 리나와 그 리나의 최대 라이벌이자 정신을 빼놓는 웃음소리, 왕가슴에 노출증의 바보 마법사 나가의 좌충우돌 난장판 개그가 주된 내용이다. 완전무결처럼 다소 극적인 전개가 훌륭한 작품도 있지만 말이다. 관람포인트는 나가의 웃음소리와 좌우 비대칭으로 흔들리는 왕가슴, 그리고 그 가슴을 시기하는 리나, 정말 말도 안되게 전개되는 오버 개그의 주변 상황들이다. ㅋㅋ
슬레이어즈 프리미엄과 TV판은 오리지날 스토리에 근접한 내용으로서, 다소 바보지만 리나의 보호자임을 자청하며 빛의 검을 소유한 금발의 가우리 가브리에프, 골렘과 합성되어 강해졌지만 인간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냉정한 성격의 제르가디스, 정의의 용사임을 주장하며 낮간지러운 대사를 읖어대어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느끼게 해주는 어린 아멜리아 공주 등 캐릭터들의 모험담이다.
이들은 전부 최고수준의 마법사와 전사들이지만 마왕 샤브라니구드, 5대현자인 레조와 복제 레조, 마왕의 직속 부하인 마룡왕 가브, 헬마스터 피브리조 같은 인간 수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자들과 살기 위한 전투를 벌인다. 그러나 그 심각한 피날레를 가기 위해 거치는 중간중간에 수없이 리나 일행에게 도전했다가 시청자의 웃음을 위해 2초만에 저 하늘로 사라지는 불쌍한 엑스트라들은 이름만 나열해도 몇페이지 분량을 될 정도이다. “그건 비밀입니다”라는 사악한 미소의 멘트를 날리는 마족 제로스도 압권.
그와 함께, 자세하게 짜여져 있는 세계관(특히 신과 마족의 족보는 대단한 구성)과 다양한 마법, 액션, 공명심보다 자신의 심리적 결함을 고치기 위해 애절한 노력을 하는 악당들, 진정한 악인 마족과의 대립 등 볼거리와 재미가 많은 애니매이션이다.
로도스도 전기나 반지의 제왕같이 평화를 위해 전쟁을 하거나, 나라를 위해 일어서는 거창한 이야기보다, 단순히 자기가 살기 위해 싸우고, “도둑은 악당이니까 괜찮아”라면서 도둑을 터는…;; 다소 이기적이면서 강한 여성 캐릭터 이야기가 더욱 친근한건 무엇 때문일까. (음, 그러고 보니 고스트 스위퍼 여주인공과 매우 닮은 성격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