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면서 오토바이 사고들을 꽤 많이 봤는데, 이번에 지인이 오토바이 사고를 내서 한번 정리 해 봤다.
- 국민학교 2학년 때 쯤. 할아버지 건강이 매우 나빠져 사실 날이 얼마 안 남으셨을 때였다. 여행을 한번도 하신 적 없는 할아버지를 위해 온 가족이 온천 여행을 가기로 하고, 아버지가 차로 모시고 가는 중. 과속으로 우리를 추월하려던 오토바이가 옆구리를 박았고 사고 처리 때문에 온천 여행은 취소. 할아버지는 여행 못 가보시고 몇 개월 후 돌아가셨다.
- 국민학교 4학년 때 스쿨버스를 기다리는데, 언덕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오토바이가 미끄러져 뒹구는 걸 봤다. 주변 사람들이 모여들고 목이 부러졌다느니, 머리가 깨졌다느니 뭐니 소리가 들렸는데, 어떤 아저씨가 그 운전자를 업고 뛰기 시작했다. 목이 부러진 사람을 저렇게 업고 뛰어도 되나 싶었지만, 80년대 초에 뭐 119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을 리도 없고 살리려면 그 수밖에 없었을 듯.
- 중학생 때 학교 앞이 엄청 긴 직선 도로였는데 과속하는 차들이 많았다. 오토바이가 낀 3중 추돌 사고를 멀리서 봤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헬멧도 안 썼기 때문에 중상이었을 듯. 수업 시작 때문에 어떻게 수습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2000년에 오토바이 사고로 다친 가수 강원래가 사고 당한게 3번의 직선 도로에서 더 가서 고속터미널을 지나 언덕 넘으면 나오는 곳이다.)
- 2003년에 잘 달려가던 오토바이가 뭔가 걸렸는지 갑자기 넘어져 뒹구는데, 운전자는 멀쩡하게 착지(?)하는 묘기를 봄.
- 2004년 쯤 배달 오토바이가 내 손을 치고 그냥 갔다.
- 2007년 배달 오토바이가 교차로에서 마주오던 택배 트럭과 부딪쳐 뒹굴었다. 크게 다치지는 않은 듯.
- 2008년 쯤 방배역에서 개조해서 서스팬션을 한참 올린 오토바이에 여친까지 태우고 차량 사이를 과속으로 틈새주행하며 달리던 커플. (헬멧도 안씀) 너무 시끄러워서 주변 사람들이 다 보고 한마디씩 하고 있는데, 교차로에서 오던 택시와 부딪쳐 날아갔다. 100미터 정도 거리에서 봤는데 브레이크 거는 소리와 부딪치는 소리가 어마어마하게 들렸다. 구급차가 근처 병원들에서 여러 대 오고, 차들 막히고 난리도 아니었음.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소리로는 둘 다 죽었다느니, 여자가 즉사했다느니 그러더라.
결론은 그냥 오토바이 위험하다. 차량이면 뒷목 잡을 정도의 충격도 오토바이는 그냥 날아가고 뒹굼.
ps. 2020년. 회사 동료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넘어져 다리 골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