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가 무엇인가요? 저는 바로 이 영화 죠스(혹은 조스?)입니다.
평화로운 작은 해안 마을 애미티. 어느 여름날 밤, 젊은이들이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다가, 서로 호감을 가진 젊은 남녀가 수영을 하려한다. 그러나 갑자기 여자를 무엇인가 바다속에서 끌고 들어가 사라진다. 여성은 갈갈이 찢겨진 시체로 발견되고, 뉴욕에서 온지 얼마 안된 경찰서장 브로디는 안전을 위해 해안을 폐쇄하려고 한다. 그러나 여름한철 장사로 먹고 사는 애미티의 상인들과 시장의 반대에 부딪친다. 브로디는 후퍼라는 젊은 해양생물학자를 불러, 시체로부터 상어의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반대에 의해 어쩔수 없이 해안을 폐쇄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어린 소년이 상어에 희생된다. 상어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브로디와 후퍼는 시장에게 강하게 반발했으나 독립절 휴가철의 바로 앞이라 제한적인 안전조치만으로 해안을 재개장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상어흉내 장난외에는 문제가 없어보였으나, 마침내 브로디의 아들 코앞에 있던 남자가 상어에 잡아먹히고, 아들은 쇼크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에 브로디와, 후퍼, 그리고 상어 사냥꾼 퀸트가 시장에게 예산을 얻어 퀸트의 배로 상어사냥에 나선다. 평범한 인물인 브로디와, 첨단장비와 지식에 의존하는 후퍼, 과격하고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는 퀸트의 대립속에서 거대한 상어가 세명을 가지고 노는(?)가운데 몇일이 지나간다. 그리고 한밤중의 상어의 공격에 배는 가라앉기 시작하고, 작살로 독을 주입하려던 후퍼는 실패해 도망쳤으며, 퀸트는 잡아 먹힌다. 다 가라앉은 배의 마스트에 매달린 브로디는 상어가 물고 있는 공기통에 가까스로 M1소총으로 명중시켜 폭파시킨다. 상어가 죽은뒤 숨어있다 나온 후퍼와 브로디는 서로 웃으며 멀리 보이지도 않는 육지를 향해 헤엄쳐간다.
죠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출세작입니다.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가 스필버그 마음대로 만들수 있었던 이유는 전 작품인 이 영화가 성공했기 때문이었죠. 반대로 죠스를 만들때는 스필버그가 “슈가랜드 특급”이라는 영화를 대 실패하는 바람에 “죠스”는 꼭 성공시켜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스필버그에게 유리한 점은 좋은 평을 받았던 “Duel”의 트럭과 상어는 어떤면에서 많이 통한다는 점이었죠.
결국 영화 “죠스”는 그냥 성공이 아니라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대성공했습니다. 스타워즈가 나오기 전까진 흥행기록이 깨지지 않았죠. 그로 인해 생긴 영향은 상당합니다. 우선 ‘여름 블럭버스터’라는 여름철 영화장사가 유행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죠스도 5편인가까지 시리즈가 만들어졌고, 외전적이거나 아류작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백투더퓨처2에서 묘사된 미래에서 죠스십몇편이 극장에서 상영중이기도 했죠. ㅎㅎㅎ 죠스 영화덕분에 악당이 되버린 상어는 일부 종이 삭스핀요리를 위해 남획되어 멸종위기에 있음에도 무시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실제 인명피해가 극미함에도 상어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죠. 여름마다 아이들의 혀를 빨갛게 물들여오던 “죠스바”라는 히트 아이스크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죠스는 70년대 영화이기 때문에 아직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기 전의 아날로그 특수효과입니다. 고작 반짝이는 불빛이나 떨어지는 별동별, 화염같은데 약간의 애니매이션효과가 추가되었고, 그외에는 손으로 고생해 촬영한 장면들이죠. 주인공인 상어도 ‘부르스’라는 로봇 상어를 이용했습니다. 아직 전자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라 부르스는 맨날 사고를 일으키고 제대로 컨트롤 되지 않았습니다. 스필버그는 궁여지책으로 상어를 잘 보여주지 않고 상어의 시점으로 헤엄을 치는 장면을 많이 사용했는데, 오히려 관객이 정체를 알수 없는 공격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인해 공포는 배가 되었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의 공포를 만들어낸 1등 공신중 하나는 존 윌리암스입니다. 그의 짧게 끊어지면서 느릿느릿 헤엄치는 상어를 연상시키는 음악은 그야말로 걸작이었고, 아카데미 수상도 했지요. 그리고 존 윌리암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속 작곡가가 되어 최고의 콤비로 이름을 날립니다. 스필버그가 마침 작곡가를 찾던 조지 루카스에 소개하여 스타워즈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지요. 반대로 주인공들중 하나인 후퍼역의 리차드 드레이푸스는 루카스의 전작인 “청춘낙서”에서 눈에 띄어 캐스팅되었으니 서로 주고 받고 하게 된 격입니다.
원래 죠스는 상어와 인간의 대결을 다룬 영화지만, 원작은 인간관계에 대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많이 축소되었지만 그래도 초반부에는 시장과 브로디역의 로이 샤이더의 대립이 불꽃을 튀기고, 후반부에는 배에 탄 브로디와, 후퍼, 퀸트역의 로버트 쇼의 갈등이 대단합니다. 훌륭한 연기와 연출로 인해 인물들의 속성과 대립이 선으로 분명히 그어질 정도인 영화가 바로 죠스죠. 그러한 캐릭터들의 묘사가 없었다면 죠스는 걸작이 되기도 힘들었을 뿐 아니라 로보트 상어 ‘부르스’의 부실함도 감추기 힘들었을 겁니다. 다른 공포영화나 재난영화들도 죠스처럼 인물들의 갈등을 다루는게 기본이 되기도 했지요.
제가 이 영화 “죠스”를 처음 본게 초등학생 때였는데, 다른 2~5편도 같이 보는 바람에 무척이나 헤깔렸던 기억이 납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서장인 브로디가 권총을 만질때 뒤로 유성이 떨어지는 장면, 브로디가 미끼를 뿌리는데 그걸 받아먹는 상어 장면이나 상어가 부이를 달고도 잠수했다가 밤에 배를 공격하는 장면, 퀸트의 무서운 2차대전당시의 독백, 마지막 상어가 폭발하는 장면 등입니다. 3인방을 태운 배는 창문에 걸린 상어의 이빨속으로 흘러가는 장면의 비유는 너무 직설적이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머가 있던 장면들도 생각납니다. 브로디가 아이들이 신경쓰여서 보트에서 나오라고 소리지르지만, 부인은 아이들 놀게 놔두라고 남편을 안심시키죠.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책에 보트에 있는 사람도 상어에게 공격당하는 삽화가 보이고, 부인은 바로 “아빠말 들었지! 빨리 나와!”라고 악을 씁니다. 왠지 스필버그다운 유머지요.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073195/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