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Polar, 2019)

매즈 미켈슨이 주인공인 액션영화. 킬러들의 세계를 다룬 먼치킨이 주인공인 영화라서 존 윅이 많이 연상되는 작품. 넷플릭스에서 봤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전형적이고 킬러 영화들의 클리세로 도배되어 있다. 다만 폭력 수위와 선정성은 최대치까지 묘사하고 있어서 그런 쪽으로 볼 수 있는 사람만 봐야 할 듯.

즉 매즈 미켈슨의 매력 + 잔인하고 야함 + 액션 이 보는 묘미인 영화이다. 약간의 반전도 있지만 그냥 캐릭터 구축용. 후속작 떡밥도 조금 가미되어 있지만 나올지는 모른다.

매즈 미켈슨은 역시 연기를 잘하고, 특히 액션 연기는 뭔가 절도가 있다. 마지 안무를 추듯이 미리 짜놓은 액션을 정확하게 구사하는 느낌이다. 나이가 곧 60인데 이 정도면 외모도 준수. 그런데 작중 캐릭터 나이는 곧 50인 사람인데 그에 비해서는 머리가 하얀것 아닌가.

캐서린 위닉이 매즈 미켈슨과 연락책인 악역을 맡았는데, 주인공의 강함을 잘 알고, 보스에게 주인공과 싸우면 안된다고 까지 해놓고 나중에 괜히 전면전을 시도하는 뭔가 이상한 설정의 캐릭터로 나온다. 배우의 외모는 정말 출중해서 왜 사람들이 캡틴 마블역에 저 배우를 지지했는지 알것 같다.

한때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 단골 주연이었던 리처드 드레이퍼스가 카메오로 나온다. 갑자기 나이든 할아버지가 어디서 본 얼굴이라 어어? 하고 봤더니 그 분. 아직 건강하신 것 같아 반갑다.

내 평점은 3.5

시간 죽이기 용으로 볼만하고, 참신함이 없어서 그 이상은 아니다.

스필버그의 출세작, 죠스 (Jaws, 1975)

“여름 휴가철”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가 무엇인가요? 저는 바로 이 영화 죠스(혹은 조스?)입니다.

평화로운 작은 해안 마을 애미티. 어느 여름날 밤, 젊은이들이 캠프파이어를 하고 있다가, 서로 호감을 가진 젊은 남녀가 수영을 하려한다. 그러나 갑자기 여자를 무엇인가 바다속에서 끌고 들어가 사라진다. 여성은 갈갈이 찢겨진 시체로 발견되고, 뉴욕에서 온지 얼마 안된 경찰서장 브로디는 안전을 위해 해안을 폐쇄하려고 한다. 그러나 여름한철 장사로 먹고 사는 애미티의 상인들과 시장의 반대에 부딪친다. 브로디는 후퍼라는 젊은 해양생물학자를 불러, 시체로부터 상어의 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나 반대에 의해 어쩔수 없이 해안을 폐쇄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어린 소년이 상어에 희생된다. 상어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브로디와 후퍼는 시장에게 강하게 반발했으나 독립절 휴가철의 바로 앞이라 제한적인 안전조치만으로 해안을 재개장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상어흉내 장난외에는 문제가 없어보였으나, 마침내 브로디의 아들 코앞에 있던 남자가 상어에 잡아먹히고, 아들은 쇼크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에 브로디와, 후퍼, 그리고 상어 사냥꾼 퀸트가 시장에게 예산을 얻어 퀸트의 배로 상어사냥에 나선다. 평범한 인물인 브로디와, 첨단장비와 지식에 의존하는 후퍼, 과격하고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는 퀸트의 대립속에서 거대한 상어가 세명을 가지고 노는(?)가운데 몇일이 지나간다. 그리고 한밤중의 상어의 공격에 배는 가라앉기 시작하고, 작살로 독을 주입하려던 후퍼는 실패해 도망쳤으며, 퀸트는 잡아 먹힌다. 다 가라앉은 배의 마스트에 매달린 브로디는 상어가 물고 있는 공기통에 가까스로 M1소총으로 명중시켜 폭파시킨다. 상어가 죽은뒤 숨어있다 나온 후퍼와 브로디는 서로 웃으며 멀리 보이지도 않는 육지를 향해 헤엄쳐간다.

죠스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출세작입니다. 스필버그의 “미지와의 조우”가 스필버그 마음대로 만들수 있었던 이유는 전 작품인 이 영화가 성공했기 때문이었죠. 반대로 죠스를 만들때는 스필버그가 “슈가랜드 특급”이라는 영화를 대 실패하는 바람에 “죠스”는 꼭 성공시켜야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스필버그에게 유리한 점은 좋은 평을 받았던 “Duel”의 트럭과 상어는 어떤면에서 많이 통한다는 점이었죠.

결국 영화 “죠스”는 그냥 성공이 아니라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대성공했습니다. 스타워즈가 나오기 전까진 흥행기록이 깨지지 않았죠. 그로 인해 생긴 영향은 상당합니다. 우선 ‘여름 블럭버스터’라는 여름철 영화장사가 유행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죠스도 5편인가까지 시리즈가 만들어졌고, 외전적이거나 아류작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오죽하면 백투더퓨처2에서 묘사된 미래에서 죠스십몇편이 극장에서 상영중이기도 했죠. ㅎㅎㅎ 죠스 영화덕분에 악당이 되버린 상어는 일부 종이 삭스핀요리를 위해 남획되어  멸종위기에 있음에도 무시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 실제 인명피해가 극미함에도 상어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죠. 여름마다 아이들의 혀를 빨갛게 물들여오던 “죠스바”라는 히트 아이스크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죠스는 70년대 영화이기 때문에 아직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기 전의 아날로그 특수효과입니다. 고작 반짝이는 불빛이나 떨어지는 별동별, 화염같은데 약간의 애니매이션효과가 추가되었고, 그외에는 손으로 고생해 촬영한 장면들이죠. 주인공인 상어도 ‘부르스’라는 로봇 상어를 이용했습니다. 아직 전자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라 부르스는 맨날 사고를 일으키고 제대로 컨트롤 되지 않았습니다. 스필버그는 궁여지책으로 상어를 잘 보여주지 않고 상어의 시점으로 헤엄을 치는 장면을 많이 사용했는데, 오히려 관객이 정체를 알수 없는 공격자의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인해 공포는 배가 되었습니다.

공포를 만들어낸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영화의 공포를 만들어낸 1등 공신중 하나는 존 윌리암스입니다. 그의 짧게 끊어지면서 느릿느릿 헤엄치는 상어를 연상시키는 음악은 그야말로 걸작이었고, 아카데미 수상도 했지요. 그리고 존 윌리암스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전속 작곡가가 되어 최고의 콤비로 이름을 날립니다. 스필버그가 마침 작곡가를 찾던 조지 루카스에 소개하여 스타워즈 시리즈의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지요. 반대로 주인공들중 하나인 후퍼역의 리차드 드레이푸스는 루카스의 전작인 “청춘낙서”에서 눈에 띄어 캐스팅되었으니 서로 주고 받고 하게 된 격입니다.

원래 죠스는 상어와 인간의 대결을 다룬 영화지만, 원작은 인간관계에 대한 소설이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많이 축소되었지만 그래도 초반부에는 시장과 브로디역의 로이 샤이더의 대립이 불꽃을 튀기고, 후반부에는 배에 탄 브로디와, 후퍼, 퀸트역의 로버트 쇼의 갈등이 대단합니다. 훌륭한 연기와 연출로 인해 인물들의 속성과 대립이 선으로 분명히 그어질 정도인 영화가 바로 죠스죠. 그러한 캐릭터들의 묘사가 없었다면 죠스는 걸작이 되기도 힘들었을 뿐 아니라 로보트 상어 ‘부르스’의 부실함도 감추기 힘들었을 겁니다. 다른 공포영화나 재난영화들도 죠스처럼 인물들의 갈등을 다루는게 기본이 되기도 했지요.

제가 이 영화 “죠스”를 처음 본게 초등학생 때였는데, 다른 2~5편도 같이 보는 바람에 무척이나 헤깔렸던 기억이 납니다. 인상적인 장면은 서장인 브로디가 권총을 만질때 뒤로 유성이 떨어지는 장면, 브로디가 미끼를 뿌리는데 그걸 받아먹는 상어 장면이나 상어가 부이를 달고도 잠수했다가 밤에 배를 공격하는 장면, 퀸트의 무서운 2차대전당시의 독백, 마지막 상어가 폭발하는 장면 등입니다. 3인방을 태운 배는 창문에 걸린 상어의 이빨속으로 흘러가는 장면의 비유는 너무 직설적이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머가 있던 장면들도 생각납니다. 브로디가 아이들이 신경쓰여서 보트에서 나오라고 소리지르지만, 부인은 아이들 놀게 놔두라고 남편을 안심시키죠.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책에 보트에 있는 사람도 상어에게 공격당하는 삽화가 보이고, 부인은 바로 “아빠말 들었지! 빨리 나와!”라고 악을 씁니다. 왠지 스필버그다운 유머지요.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073195/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0029

미지와의 조우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 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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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단순 고용인이 아닌, 자신의 작품을 만들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거장 영화감독에게는 한두개정도 자신의 자아를 표현한 듯한 영화가 있다. 예를 들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붉은 돼지”같은것 말이다. 스필버그에게 그런것을 찾는다면, 바로 ‘미지와의 조우’이다. ‘미지와의 조우’는 ‘죠스’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든 경우였다.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보여줄때도 당시 꺼려지던 장르인 SF인걸 속여서 관철시킬 정도 였고, 시나리오 작가들이 다듬은 시나리오도 스필버그 자신이 도로 다시 썼으며, 촬영때도 실내 스튜디오에서 철저한 보안속에 촬영을 했다. 나중에 시일과 예산문제로 자신이 원하는데로 편집하지 못하고 개봉한 것을 아쉬워해, 감독판이나 스페셜 판, DVD울티메이트판 등으로 여러번 편집을 교정해서 내놓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은 그 자신이 어렸을때 만들었던 UFO 단편 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고, 나중에 만들어진 ‘ET’나 ‘테이큰’도 결국 이 ‘미지와의 조우’의 변주곡에 해당할정도로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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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수리공인 로이는 가정에서 정신없는 아이들에게 치이고, 살림살이에 힘든 아내에게 구박당하는 힘없는 남편이다. 그는 어느날밤 정전 소식에 차를 타고 수리를 갔다가 강력한 빛에 휩싸여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빛을 내는 UFO들은 그날 그 도시에 대규모 정전을 일으키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다. 로이는 그날 이후 무언가의 강한 이미지에 홀려 계속 탑같은걸 만들려 하고, 그의 변화에 두려운 가족들은 친정으로 떠나버리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다. 로이는 때때로 정신을 차려 가정을 되돌리려 하지만 역부족. 한편 로이와 같이 UFO를 구경했던 싱글맘 질리언도 같은 이미지에 시달린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UFO와 함께 자신의 아기까지 사라진다. 이 둘은 그 탑 이지미가 와이오밍주의 데빌스타워 라는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을 향한다.
그러나 이미 그곳은 정부가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가짜 가스 누출 사고를 일으켜 주민들을 몰아낸 후였다. 로이와 질리언은 그곳에 도달하지만 끝내 군부대에 잡히고 만다. 그곳에서 만난 랑콤 박사는 그들이 진짜 외계인에게 초대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부가 하는 일을 되돌릴수는 없다. 로이와 질리언은 끝내 그곳을 탈출하고, 군부대에게서 도망치며 겨우 산정상을 넘는다. 그곳에서는 UFO와 정부측 기지가 접촉을 하고 있었고, 화려한 외계인들의 모습들 사이로 납치된지 수십년된 사람들이 그때 그 모습으로 되돌아 온다. 질리언은 자신의 아이를 찾고, 로이는 정부측에서 선발된 특수요원들을 제치고 외계인들에게 선택되 아름다운 우주선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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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처음에 주인공 로이 니어리의 가정문제(아버지로서의 권위가 문제되는 스필버그식 가정)로 시작해서, 그가 빛나는 UFO를 만나 매달리면서 가정이 깨지는 장면을 마치 긴급출동 SOS처럼 가까이에서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외계인을 위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당연하다는듯이 침해하는 정부와 군, 그 거짓에 쉽게 휩쓸리는 국민들, 그와중에 진실을 추구하는 주인공과 여주인공(납치된 아기 엄마)의 모습등은 이후 많은 미스테리 영화의 클레셰로 재활용된다. 그리고 스필버그가 특수효과 담당에게 “빛으로 가득찬 도시”라고 주문했던 마지막 하이라이트 UFO의 모습과 정부측과 외계인의 음악 교류는 정말 몽환같고 다른 세상 풍경인것처럼 아름답게 영화를 마무리한다. 특히 인간과 외계인이 음악을 주고 받으며 통신하다가 합주를 하는 모습은 마치 Electric Dreams 에서 여주인공과 컴퓨터가 음악을 주고 받다가 합주하며 사랑이 싹트는 장면처럼 멋지고 감동적이라 할수 있다.

‘미지와의 조우’라는 한글 제목은 영화의 신비감, 즉 미지의 요소와 만난다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원제를 전부 살리고 있지는 못하다. 원제의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를 번역하면 ‘세번째 종류의 근접 조우’인데, 첫번째가 목격이고, 두번째가 증거입수, 세번째가 직접 대면이라는 미스테리나 UFO현상등의 분석에 쓰이는 사건 프로세스를 가르키는 용어이다.

‘미지와의 조우’는 스필버그가 ‘죠스’의 성공으로 최고의 기대주일때 제작되었기 때문에, 당시 망해가던 컬럼비아 영화사로서도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극장가에서 선매방식으로 끌여들여 제공했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등의 특수효과를 맏은 더글라스 트럼벨등의 스텝들과 제작 전반에 대한 재량권을 감독 스스로가 휘두를수 있었다. 신비롭고 강렬한 음악에는 조스와 함께 유명해진 존 윌리암스가 맡았다.

주연 배우는 ‘죠스’부터 ‘영혼은 그대 곁에(올웨이즈)’등에서 후에 스필버그와 함께하는 리처드 드레이퍼스, 그리고 정부측 지휘자로 프랑스인 박사 역을 맡는 프랑스와 트뤼포(이 사람, 작가, 감독, 배우, 제작등을 상당히 많이한 유명한 프랑스 사람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84년에 죽었다.)가 연기했다. 배우들도 스필버그가 평소에 맘에 두던 사람들 모아 놓고 찍은 티가 난다고나 할까…

이 영화를 보면, 스필버그가 단순히 오락영화의 귀재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그것으로 부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주제와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알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단순히 특수효과 잘써서 눈요기만 잘 보여주는 감독(심모씨 같은)이 아니라 쉰들러리스트 같은 무게있는 영화부터 인디아나존스 같은 한없이 가벼운 영화까지 폭넓은 영화를 만들면서, 꾸준히 깊이 있는 캐릭터 표현과 독창적인 소재를 추구하고, 그 둘 사이에 끈끈한 이어짐을 잘 그려냈던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 ‘미지와의 조우’는 그의 영화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했고 가장 먼저 감상문을 쓰는 영화이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075860/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Close_Encounters_of_the_Third_K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