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 안다고 해서 감상에 문제될 성격의 애니는 아니지만.)
7월 8일 일요일날 상암CGV로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왔다. 총 3화로 구성되고 65분정도의 짧은 애니매이션이었다.
제 1화 “벚꽃이야기” – 도쿄 초등학교에 전학온 토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 두 아이가 서로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그러나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아카리가 멀리 이사가게 되어 간간히 편지로 그리워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중1학년 3학기 어느날 토노는 아카리를 찾아 전철을 타고 가게 되고, 연착된 지하철은 한밤중에 도착한다. 그리고 애절한 첫키스.
제 2화 “코스모나우트” – 섬으로 전학간 토노 타카키. 그곳에서 토노를 짝사랑하는 스미다 카나에. 소심하여 그저 토노가 하교할때 기다렸다 우연히 마주친척 하는 것밖에 할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토노도 뭔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대화로 알게 되고, 하나씩 이루어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서핑보드에 타는 것을 성공했을때 고백을 하려고 하지만, 토노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NASDA의 우주탐사 로켓의 발사. 아름다운 시골풍경.
제 3화 “초속 5센티미터” – 어른이 된 토노는 마음이 점차 시들어가고, 3년간 사귄 여성과도 헤어진다. 아카리에게는 토노가 이미 추억이고, 결혼할 남자가 있다. 슬플수도 애절할수도 있는 이 상황과 도시, 불빛. 건널목을 지나는 토노와 그녀를 닮은 행인. 그리고 뒤돌아보려하자 지나가는 열차 두대. 주제곡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애절하게 흐르고 빈 건널목만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시원한 풍경과 나름 밝은 내용, 적절한 호흡이 있었던 2화가 가장 마음에 든다. 꿈과 관련된 풍경은 마치 Kagaya의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있었다. 애니매이션은 그야말로 매 장면장면마다 수채화나 아크릴화를 보는 듯한 투명한 아름다움이 있고, 거기에 애절한 음악과 내용이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예쁜 그림 슬라이드를 보는듯이 1초1초마다 서둘러 흘러가는 영상은 뭐랄까…주인공들은 분위기 잡아 천천히 연기하는데 카메라는 휙휙 휘두르는 안어울리는 느낌이랄까? 감정의 단절된 느낌을 준다. 기껏 좀 멈춰있다 싶은 장면은 풍경+눈이나 꽃잎 날리는 장면 정도. 안그래도 짧아서 아쉬운 애니에 호흡이 짧은건 필연일까 부족함일까?
아니, 사실 아쉬움은 짧은 흐름보다도, 어렸을 때의 사랑을 이루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잊지도 못하며, 닮은 여자를 보면 시선이 가는 안타까운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일려나.
그러고 보니, 유치원때 서로 결혼하자고 했던 내 친구는 그 후로 보지도 못했는데, 얼마 전에 들은 소식으론 결혼해서 애들 잘 낳고 잘 살고 있다더라. 얼굴도 기억 안나면서….뭔가 살짝 옆구리를 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