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의 일본은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유니온의 홋카이도와 미군에 의해 통치중인 그외의 지역으로 남북 분단상태. 특히 홋카이도에는 유니온에 의해 끝을 알수 없이 높은 의문의 흰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 탑을 동경하는 후지사와 히로키와 사라카와 타쿠야 두 중학생 소년은 그 탑에 도달하기 위해 벨라실라라는 비행기를 비밀리에 조립하고 있다. 그 소년의 공통점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사와타리 사유리라는 소녀를 좋아한다는 것. 어느날 그 소녀에게 벨라실라를 보여주며 두 소년은 탑에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때 사유리가 갑자기 사라지고, 두 소년은 실의에 빠져 비행기 제작을 그만두게 된다. 히로키는 외로히 학교를 다니고, 타쿠야는 아미 칼리지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탑 연구를 하게 된다. 탑은 평행우주를 이 세상으로 불러들여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도구였고, 그 변화 능력으로 무기도 될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탑이 예상외로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은 의식을 잃어버린 사유리의 꿈속으로 평행우주의 신호가 흘러들어가고 있었던 것. 즉 사유리가 깨어나면 세상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사유리가 그들을 버린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히로키는, 그녀를 탑에 데려가기로 다시 약속한다. 그리고 그러기만 하면 그녀가 깨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히로키는 타쿠야를 설득하고, 타쿠야는 아미 칼리지의 연구소에서 사유리를 빼어낸다. 그리고 벨라실라를 조립해 미군과 유니온의 전쟁을 틈 타 탑으로 날라간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구름 저편, 약속 장소”는 초속 5센티미터, 별의 목소리,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등으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4년 작품이다. 초속 5센티미터의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훨씬 밝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고, 해피엔딩이라고 할수 있는 결말덕에 더욱 마음에 드는 애니매이션이다. 모든 작품에서 시공간적 이별과 외로움을 표현하는 점에서는 공통이지만, 이 애니매이션에서는 밝음과 어두움이 밸런스가 맞아 있고, 외로움의 표현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적당히 비현실과 현실을 섞은 SF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풍경, 심금을 울리는 바이올린의 음악은 매우 어울린다.
약간 아쉬움이 있다면, 결국 비행기가 2인승이고 팔을 다친 타쿠야가 양보하는 것으로 결말이 되지만, 세 명의 주인공간의 삼각관계 갈등이 잘 표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유리가 깨어나는 전후로 편집이 흐름이 끊기게 되어 있는건 왜인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애니는 여러 편집판이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것일까?
내 친구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은 멋진 비행기나 로봇을 만들기를 꿈꾸다 어른이 되면 현실에 밀려 포기하게 된다. 그런 계기가 바로 이 소년들처럼 고등학생에 진학하거나, 일을 하게 되거나, 이성과 이별을 하게 되거나 하는 등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것들이다. 소년들이 비행기를 하늘로 올리는 꿈, 우리 우주의 평행우주인 애니매이션을 보면서만이 누릴수 있는 꿈이다. 브이 포 벤데타에서 브이가 “영화에서만 가능한” 해피엔딩의 영화를 이비에게 권했듯이, 꿈을 포기해야 했던 어른이 된 소년들에게 이 애니매이션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