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2022)

따님과 어제 롯데씨네마 신림점에서 본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두 작품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과 무척 비슷하게 재난을 소재로 그것을 주인공의 희생으로 막는 과정과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들이 서로 이별을 극복하려는 과정을 같이 그려가는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게임 화면같이 엄청난 색상의 그림들은 기본.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과 다른 점은 좀 더 일본적이다. 일본의 토속 신앙과 지진이 소재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약간 이해가 덜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봤다. 역시 볼거리도 좋고, 액션도 좋고, 다이진과 의자 소타등 귀여운 캐릭터들도 나오고, 주인공들의 마음의 상처를 연출적으로 다루는 부분도 훨씬 능숙해 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역시 캐릭터들이 좋아하게 된 과정이 묘사가 어설프다. 소타가 잘생겼다는 묘사는 여러 번 나오지만 그것 뿐? 다이진은 왜 스즈메를 좋아하는 걸까? 음식을 줘서? 음…

하여튼 요즘 디즈니도 지브리도 작품도 시원치 않은데, 3년마다 나오는 선물같은 애니메이션이다.

따님도 만족해 하셨음. 내 평점은 별 4.5개.

ps. 귀여운 캐릭터들을 넣다니. 이제 돈 벌 줄 도 아네?

ps. 유명한 애니메이션들의 음악이 많이 나온다. 특히 마녀배달부 키키. 다이진도 키키의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너의 이름은. (君きみの名なは。, 2016)

따님이 지브리 이외에 처음 본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자, 내 경우는 ‘초속 5센티미터’ 이후 15년만에 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넷플릭스에서 봤다. 6년 전에 이거 개봉했을 때 참 흥행해서 난리였는데 그 당시에는 세월호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재난이 소재로 나오는 영화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이 작품을 보고 신카이 마코토가 이제 흥행작을 만들 줄 알게 되었구나 싶었다. 이전에는 뭔가 현실이 아닌 일본 미소녀연애 게임에 나오는 듯한 세상에다가 비현실에 한발 걸쳐 있는 몽환적인 주인공들이 나오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현실적인 세상과 현실적인 주인공들이 나온다. 한쪽이 이미 멸망한 과거의 인물이어서 서로 닿을락 말락하며 이어지지 않고 있는 남녀라는 점은 이전 작품들과 맥락이 같지만 러브 코메디 같은 느낌도 더해졌다.(남녀가 바뀌는 상황으로 웃기는 러브 코메디는 여러 작품이 있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의 그림과 이야기이면서 팬들 뿐 아니라 대중들도 한번 쯤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아마도 지진과 세월호라는 재난이 있어서, 그것이 연상되는 면이 많아 흥행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나름대로 재난을 극복하고 인연을 다시 만들어가는 그런 작품을 기획했던 것 같다.

원래는 귀멸의 칼날에만 빠져 있던 따님은 이 작품을 보고 감동해서 ‘날씨의 아이’까지 연달아 보았다. 다만 만 10살이라 아직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는 듯. 12세 관람가니까 뭐…

내 평점은 별 4.5개.

별의 목소리(ほしのこえ,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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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목소리, 벌써 10년 이상 된 작품인가.

처음 봤을 때는, 이걸 혼자 만들어? 하고 놀라웠던 작품인데, 역시 사람의 눈은 간사해서, 초속 5센티미터나 더 그래픽이 좋은 애니를 몇 편 보니, 이걸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도 이 작품에 신카이 마코토의 특징들이 다 들어가 있다. 멋진 하늘, 노을, 비, 철도, 그에 비해 어설픈 인물 표현과 커플 브레이커…

광년 단위의 워프이동으로 인해 친구와 멀어지는 것은 슬픈 이야기지만, 건버스터를 비롯해서 수없이 많은 SF에서 우려먹었던 소재. 그걸 극단화 하기 위해 억지로 여중딩을 파일럿으로 세운건가. ㅋ

 

ps. 2047년에 움직이는 사진이 실린 신문과 전혀 매치되지 않는 피쳐폰들이 보인다. 뭐 겉은 저래도 속은 스마트폰일지도. 디자인은 복고풍이고? ㅋㅋ

ps. 인류가 웬만큼 위급하지 않고서야, 여자 중딩을 전투로봇 파일럿으로 내보내진 않는다. 인류의 종속과 회복을 위해서 여성의 역할은 중요하다. 여성이 전투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런 이유로 전쟁에 안 내보냈던 것이다. 하물며 미성년자를. 이 작품에서 가장 말이 안 되는 부분. ㅋㅋ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雲のむこう, 約束の場所, 2004)

21세기 초의 일본은 정치/외교/군사적으로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유니온의 홋카이도와 미군에 의해 통치중인 그외의 지역으로 남북 분단상태. 특히 홋카이도에는 유니온에 의해 끝을 알수 없이 높은 의문의 흰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 탑을 동경하는 후지사와 히로키와 사라카와 타쿠야 두 중학생 소년은 그 탑에 도달하기 위해 벨라실라라는 비행기를 비밀리에 조립하고 있다. 그 소년의 공통점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사와타리 사유리라는 소녀를 좋아한다는 것. 어느날 그 소녀에게 벨라실라를 보여주며 두 소년은 탑에 데려다 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러나 중학교 3학년때 사유리가 갑자기 사라지고, 두 소년은 실의에 빠져 비행기 제작을 그만두게 된다. 히로키는 외로히 학교를 다니고, 타쿠야는 아미 칼리지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며 탑 연구를 하게 된다. 탑은 평행우주를 이 세상으로 불러들여 미래를 예측하게 해주는 도구였고, 그 변화 능력으로 무기도 될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탑이 예상외로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은 의식을 잃어버린 사유리의 꿈속으로 평행우주의 신호가 흘러들어가고 있었던 것. 즉 사유리가 깨어나면 세상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사유리가 그들을 버린것이 아니라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히로키는, 그녀를 탑에 데려가기로 다시 약속한다. 그리고 그러기만 하면 그녀가 깨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히로키는 타쿠야를 설득하고, 타쿠야는 아미 칼리지의 연구소에서 사유리를 빼어낸다. 그리고 벨라실라를 조립해 미군과 유니온의 전쟁을 틈 타 탑으로 날라간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구름 저편, 약속 장소”는 초속 5센티미터, 별의 목소리,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등으로 잘 알려진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04년 작품이다. 초속 5센티미터의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훨씬 밝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흐르고 있고, 해피엔딩이라고 할수 있는 결말덕에 더욱 마음에 드는 애니매이션이다. 모든 작품에서 시공간적 이별과 외로움을 표현하는 점에서는 공통이지만, 이 애니매이션에서는 밝음과 어두움이 밸런스가 맞아 있고, 외로움의 표현도 상대적으로 가볍다. 적당히 비현실과 현실을 섞은 SF라는 점도 마음에 든다. 그리고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풍경, 심금을 울리는 바이올린의 음악은 매우 어울린다.

약간 아쉬움이 있다면, 결국 비행기가 2인승이고 팔을 다친 타쿠야가 양보하는 것으로 결말이 되지만, 세 명의 주인공간의 삼각관계 갈등이 잘 표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사유리가 깨어나는 전후로 편집이 흐름이 끊기게 되어 있는건 왜인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 애니는 여러 편집판이 있다는데, 그래서 그런것일까?

내 친구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은 멋진 비행기나 로봇을 만들기를 꿈꾸다 어른이 되면 현실에 밀려 포기하게 된다. 그런 계기가 바로 이 소년들처럼 고등학생에 진학하거나, 일을 하게 되거나, 이성과 이별을 하게 되거나 하는 등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것들이다. 소년들이 비행기를 하늘로 올리는 꿈, 우리 우주의 평행우주인 애니매이션을 보면서만이 누릴수 있는 꿈이다. 브이 포 벤데타에서 브이가 “영화에서만 가능한” 해피엔딩의 영화를 이비에게 권했듯이, 꿈을 포기해야 했던 어른이 된 소년들에게 이 애니매이션을 권한다.

초속 5센티미터

경고 : 이 포스팅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내용 안다고 해서 감상에 문제될 성격의 애니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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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 일요일날 상암CGV로 초속 5센티미터를 보고 왔다. 총 3화로 구성되고 65분정도의 짧은 애니매이션이었다.

제 1화 “벚꽃이야기” – 도쿄 초등학교에 전학온 토노 타카키와 시노하라 아카리, 두 아이가 서로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그러나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아카리가 멀리 이사가게 되어 간간히 편지로 그리워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눈보라가 몰아치는 중1학년 3학기 어느날 토노는 아카리를 찾아 전철을 타고 가게 되고, 연착된 지하철은 한밤중에 도착한다. 그리고 애절한 첫키스.

제 2화 “코스모나우트” – 섬으로 전학간 토노 타카키. 그곳에서 토노를 짝사랑하는 스미다 카나에. 소심하여 그저 토노가 하교할때 기다렸다 우연히 마주친척 하는 것밖에 할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토노도 뭔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대화로 알게 되고, 하나씩 이루어 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리고 서핑보드에 타는 것을 성공했을때 고백을 하려고 하지만, 토노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NASDA의 우주탐사 로켓의 발사. 아름다운 시골풍경.

제 3화 “초속 5센티미터” – 어른이 된 토노는 마음이 점차 시들어가고, 3년간 사귄 여성과도 헤어진다. 아카리에게는 토노가 이미 추억이고, 결혼할 남자가 있다. 슬플수도 애절할수도 있는 이 상황과 도시, 불빛. 건널목을 지나는 토노와 그녀를 닮은 행인. 그리고 뒤돌아보려하자 지나가는 열차 두대. 주제곡인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가 애절하게 흐르고 빈 건널목만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시원한 풍경과 나름 밝은 내용, 적절한 호흡이 있었던 2화가 가장 마음에 든다. 꿈과 관련된 풍경은 마치 Kagaya의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있었다. 애니매이션은 그야말로 매 장면장면마다 수채화나 아크릴화를 보는 듯한 투명한 아름다움이 있고, 거기에 애절한 음악과 내용이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예쁜 그림 슬라이드를 보는듯이 1초1초마다 서둘러 흘러가는 영상은 뭐랄까…주인공들은 분위기 잡아 천천히 연기하는데 카메라는 휙휙 휘두르는 안어울리는 느낌이랄까? 감정의 단절된 느낌을 준다. 기껏 좀 멈춰있다 싶은 장면은 풍경+눈이나 꽃잎 날리는 장면 정도. 안그래도 짧아서 아쉬운 애니에 호흡이 짧은건 필연일까 부족함일까?

아니, 사실 아쉬움은 짧은 흐름보다도, 어렸을 때의 사랑을 이루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잊지도 못하며, 닮은 여자를 보면 시선이 가는 안타까운 주인공의 모습 그 자체일려나.

그러고 보니, 유치원때 서로 결혼하자고 했던 내 친구는 그 후로 보지도 못했는데, 얼마 전에 들은 소식으론 결혼해서 애들 잘 낳고 잘 살고 있다더라. 얼굴도 기억 안나면서….뭔가 살짝 옆구리를 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