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픽 림(Pacific Rim, 2013)

pacificrim_Jaegers

 

거대로봇은 남자의 어린시절의 꿈 중 하나죠. 장남감 로봇을 가지고 놀면서 이런 상상 한번 안해보며 큰 남자는 거의 없을겁니다. 그런 꿈을 실사영화로 만들 수 있는 길예르모 델 토로의 능력에 놀랍기도 하고, 비슷한 꿈을 이루려고 행동보다 입으로 노력하다 사기꾼이 되버린 심모씨도 연상되고, 그런 영화네요.

일단 중심 소재인 ‘거대로봇’이라는 특징-중량감과 힘을 정말 잘 묘사한 영화입니다. 생각보다 전투장면은 많지 않지만, 딱 거대로봇이 할 수 있는 전투는 엑기스로 잘 뽑아내어 알차게 보여줍니다. 특수효과 완성도야 최고였고, 특히 바다에서 싸우는 건 정말 그럴듯 합니다.

로봇만 나와서 싸우고 드라마가 없으면 디워 꼴 나니까,  ‘드리프트’라는 설정을 갖다 붙였는데, 이걸로 두명의 파일럿의 인간관계를 다룰 수 있고, 무리해서 혼자 조종할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도 묘사가 가능하고, 카이주의 뇌와 드리프트를 해서 전체적인 해설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과학자도 배치하는 등… 설정을 짜려고 노력한 면이 돋보입니다. 약간 어거지도 군데군데 있지만(그게 아날로그 로봇?….) 넘어갈만 합니다.

마코역의 키쿠치 린코가 연기를 못했다는 평이 많았는데, 뭐…딱히… 다른 사람들도 적당히 어색한 연기를 좀 해서 그게 그거였습니다. 론 펄먼과 귀여운 일본 아역 아시다 마나는 보는데 즐거웠지만. 등장 인물들이 전부 전형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들이라서인지 연기 잘했거나 캐릭터가 좋았다고 보기 힘들듯 합니다. 어째튼 이 영화는 로봇이 주인공이니까, 로봇을 잘 살려주는 캐릭터였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나저나 이거 흥행이 별로였다던데, 고지라나 클로버필드나 헐리우드 괴수영화는 전부 흥행이 안되네요. 올해 새로 나올 고지라는 어떨지, 그것도 망하면 당분간 헐리우드 괴수영화는 힘들지 않을까요.

ps. 마지막에 카이주의 유전자가 있어야 통과 가능하다는 게이트는, 안에서 밖으로 나올 때는 유전자 없어도 되나? 탈출장치가 그냥 통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