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와의 랑데부” 아서 클라크 지음 / 박상준 옮김 / 고려원미디어 / 1994년 5월 20일 초판 / 5,500원
세계 SF 3대 거장중 마지막 생존자(?)이셨던 아서 C 클라크 경이 3월 19일 돌아가셨습니다. ‘경’이라고 하니, 그의 소설에서 “최근엔 영국 사람들 중 기사작위 하나 안가진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라고 비꼰게 연상되는군요. 하지만 그는 정말 존경스러운 분이였습니다. 과학적이고 선견지명적인 아이디어를 소설에 담으려 노력했고, 실제로 수많은 글이 실제로 과학발전이나 다른 문학, 영화 발전에 영향을 주었죠. 그리고 그는 칼 세이건 교수님이나 스티븐 스필버그와도 호각을 다툴정도의 “외계인 매니아”였다는 점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의 소설에는 유독 외계인이 지구인을 시험하거나 올바른 길로 이끌려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지구와 접촉할 정도로 지적으로 발전한 존재가 지구인을 해할정도로 어리석거나 폭력적일리가 없다는게 그의 한결같은 주장이었죠. 그의 대표작인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도 그런 주제를 가지고 있었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마와의 랑데부”도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2130년 여름, 화성의 파수대 레이더에서 목성 궤도 바깥쪽에서 접근하는 소행성을 발견한다. 이 소행성은 31/439로 이름지어졌다. 이 소행성은 약 50킬로미터의 크기로, 시속 10만킬로미터의 속도로 태양계 안쪽을 향해 타원형으로 나아가 다시 태양계 바깥으로 빠져나갈 궤도인것으로 밝혀졌다. 소행성은 라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미래엔 그리스와 로마신화 이름은 다 썼다고 한다…;; 센스짱.), 추가적인 관측으로 자연적인 천체로는 불가능한 4분도 안되는 빠른 자전속도를 가진것을 알게 되자 천문학자들은 일제히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탐사위성을 통해 거대한 외계의 물체임이 밝혀진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라마를 탐사하기에 적합한 우주선은 ‘엔데버’호밖에 없다는것이 판단되자, 모든 연료와 자원은 엔데버호에 지원되고, 엔데버호 선장 노턴의 지휘아래 급히 라마를 추격하게 된다. 노턴 선장은 현명했고, 부하들은 선장을 신뢰했으며 능력있고 창의적이고 용감했다.(어이쿠 이상저인 파티…) 그들은 라마의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하고, 거대하고 어두운 내부를 탐험한다. 내부는 공기가 가득했고, 자전으로 인한 인공중력이 있고, 원통형 벽은 땅과 얼어붙은 바다가 있었다. 그곳으로 내려가기 위해 원통의 뚜껑부분에 사다리와 계단이 있었고, 반대편 뚜껑부분에는 뿔모양의 물체들이 있었다.
라마가 태양에 가까워지자, 바다가 녹고 내부에 태양과 같은 조명이 들어온다. 그 후 라마에는 내부를 수리하거나 관리하는 로봇들이 만들어져 돌아다니고, 지구인들은 그것이 놀라워 하며 배를 만들거나 자전거 비행기로 탐험을 계속한다. 그러나 라마의 외계인은 찾을수가 없었고, 뉴욕이라 이름 지은곳에 복잡한 건물들에서 일부 유물들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라마가 태양에 아주 가까워지자, 겁을 먹은 헤르미안(지구에서 금성으로 이민해서 나라를 세운 사람들)이 핵무기를 라마로 쏘지만, 엔데버호 선원들의 기지로 핵미사일은 무력화 된다.
라마는 태양에 아주 가까워지자, 로봇들이 자취를 감추고 조명도 꺼지며 떠날 준비를 한다. 엔데버호 선원들이 떠나자 라마는 역장과 비슷한것을 발생시켜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빨아들인다음 가속을 하여 태양계를 벗어난다. 멀리 떨어진 탐사 위원회에서 정보를 듣던 칼리슬 페레라 박사는 “라마인들의 세계는 모든것이 3의 철학이다”라는 소리를 중얼거린다. (라마 내부의 에어록, 사다리, 계단, 조명, 로봇등 모든 구조는 3이나 3의 배수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말은 라마라는 우주선이 2대가 더 온다는 암시도 된다.)
James Ciomperlik 이라는 3D 아티스트가 그린 라마의 내부 상상도
광할한 우주를 건너온 거대한 구조물, 그리고 그 안에 펼쳐지는 놀랄만한 스케일의 모습들, 외계의 철학이 담긴 앞선 기술,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탐험해 나가는 탐사대원들이 보여주는 재미.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결말과 여운. 그것이 바로 ‘라마와의 랑데부’의 재미라고 할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1972년에 씌어졌는데, SF문학상의 큰 상인 휴고상, 네뷸러상, 쥬피터상을 다 휩쓸었습니다. 그리고 후속인 Rama II(1989) 와 The Garden of Rama (1991), Rama Revealed (1993)이 더 있습니다. 내용은 첫편에서 암시한것 처럼 70년후에 또하나의 라마가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탐사대가 파견되는데 이러저러한 인간들의 욕심과 국가들의 충돌로 몇명이 라마에 남은채로 태양계를 떠나게 되고, 고생끝에 생존해서 우주인들의 부녀회같은 모임에 가게 된다는것으로 시작하는데요, 그 후부터는 다소 마음에 안들어서 읽다가 말았습니다. 소설 내에 인간의 악하고 처절한 모습이나 섹스에 대한 내용이 자주 표현되고, 특히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에서 꺼려지는 ‘지구인을 시험하고 내려다보는 신적 존재로서의 외계인’이 자주 묘사되었거든요. 개인적으로 1편으로 여운을 남기고 끝나는게 라마로서는 가장 좋은 마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라마는 곧 영화화 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발전된 특수효과와 멋진 배우들의 연기가 펼쳐질테니 무척 기대됩니다. 아서 C 클라크 경이 영화화 되는걸 못보고 돌아가시다니, 무척 안타깝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참고
아서 C 클라크 – http://ko.wikipedia.org/wiki/아서_C._클라크
라마와의 랑데부 – http://en.wikipedia.org/wiki/Rendezvous_with_R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