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에 최초의 우주인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한참 늦은 우주개발인데다가, 과학이나 기술적인 목표보다는 홍보에 더 집착하는 모습이 보여 조금 아쉽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애니매이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을 고등학생 때 친구네 집에서 본 생각이 나는군요.
지구와 거의 비슷한 어느 행성에 오네아미스라는 왕국이 있었다. 그리고 유인우주선 발사를 위해 만든 조직인 ‘왕립우주군’에 시로츠크라는 주인공이 있었다. 사실 아무도 우주군이 진짜 우주에 갈수 있을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고 비웃는 가운데, 주인공과 동료들도 그저 먹고 놀고 붙어 있는 곳으로서 우주군에서 훈련을 받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밤, 길거리에서 신의 말씀을 전하던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가 주인공의 ‘우주도전’을 멋지게 봐주면서 주인공은 변하게 된다. 급기야 진지하게 우주인 선발에 자원하게 되고, 처음에는 죽을거라면서 만류하던 동료들도 그의 진지함에 점차 열심히 프로젝트를 돕게된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우주도전 자체보다 그것을 홍보 소재로 이용해 적국보다 우월함을 내세우려 국경 근처에서 발사를 하려하고, 적국에서는 시로츠크를 암살하려 하는 등 방해를 한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종교나 경제, 복지등 여러 논리로 반대 운동을 하는 등, 모두 자신들의 의미로 우주군을 바라보며 상황은 점차 혼란스러워진다. 마침내 로켓의 발사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지만, 로켓을 빼앗으려는 적군의 전진으로 주변은 전쟁터로 바뀐다. 아수라장의 순간에 찬란한 불꽃과 함께 솟아오른 로켓은 모든 전투를 멈추게 만들고, 우주로 간 시로츠크는 인간의 겸손과 축복을 빈다.
이 애니를 보면 그냥 한마디로 멍~ 해집니다. 이게 무려 20여년전 애니입니다… 요즘만들어졌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못할 퀄리티와 섬세한 모사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죠. NASA에 가서 견학하고 묘사했다는 우주선 개발과 발사에 대한 표현은 영화 아폴로13와 대등할 수준입니다. (그런데 정작 로켓은 러시아식 디자인이네요) 그것뿐 아니라 언어, 문자, 종교, 게임, 건축양식, 의복, 생활용품, 전자기기, 무기등 모든 부분에서 꼼꼼하게 창조된 가상적인 나라 오네아미스는 스크린 너머에 그냥 살아 있습니다.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가이낙스가 나중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나, 나디아나 건버스터, 에반겔리온등 오탁후를 위한 애니로 명성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흔하고 흔하니 패스. 요시우키 사다모토의 깔끔하고 예쁜 캐릭터 디자인도 아직은 그 특징이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여주인공 얼굴도 그다지 안이뻐요. 차라리 그랑디스가 더 예쁩니다. (요시우키 사다모토 화보집 알파에서 나왔던 여주인공 일러스트는 사기. 전혀 다르다!)
왕립우주군은 약간의 전쟁장면을 제외하면 액션도 없고, 하나도 숨찰것 없이 느긋하게 진행되는 애니매이션입니다. 중간 중간 지루한 가상의 종교 이야기(기독교와 프로메테우스 신화 짬뽕스러운)가 계속 나오구요. 하지만 그런 느릿한 진행속에서 주인공은 점차 우주도전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나갑니다. 우주군을 바라보는 주변의 수많은 시선들과 각자의 입장이나 성서속의 신화는 주인공의 그러한 성장을 은근히 보조하는 역할을 하죠. 섬세한 심리묘사와 주인공의 여주인공에 대한 유치한 애정, 그리고 동료들의 순수한 우정, 발명왕 노인네들의 만담이 겹쳐지며 애니매이션은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걸작이 되어갑니다. 우주선 발사 장면은 그 하이라이트구요.
얼마전에 개봉해서 DVD도 나와 있으니, 안보신 분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093207/
http://en.wikipedia.org/wiki/Royal_Space_Force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5763
ps.
그런데 예전에 오라클 이벤트에서 당첨되서 우주여행하기로 되어 있던 허재민님은 어떻게 되었나요? 당초 이벤트할때의 스케쥴상으로는 그분이 먼저 가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13년 전쯤에 봤는데.. 으음…. 기억이.. -_-a 다시 봐야겠어요.
^^ 꼭 다시 보시기 바랍니다. 아주 재미있어요.
아직도 못보고 있다죠 ㅠㅠ 가이낙스의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인데요.. 이상하게 기회가 안닿네요. 이번주말엔 꼭 관람을…
페니웨이님이 못보신 작품도 있군요.^^; 꼭 보시기 바랍니다. 어렸을때 접했을땐 참 지루하게봤는데, 얼마전에 다시 보면서 은근히 정이가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