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빌 (The Orville, 2017) 시즌1

디즈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작품인데, 시즌1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시즌2까지 나오고 시즌3 방영준비 중인걸로 안다.

설명하자면 세스 팩팔레인이 자기식으로 변주한 스타트렉이다. 굳이 따지자면 능력 좋지만 로봇에 가까운 캐릭터와 힘 좋은 보안장교 캐릭터가 나오는 데다, 벌컨과 비슷한 종족은 주역으로 없고, 캐릭터들이 점차 각 에피소드별로 주연으로 나와 성장하는 것 등 여러모로 스타트렉 TNG에 가장 가까운 듯. 물론 직접 스타트렉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을 용어나 디자인은 안나온다. 하지만 함선부터 계급, 내용, 우주 종족 등 모든 설정이 스타트렉이 연상되게 만들어져 있다.

세스 팩팔레인 답게, 욕, 섹드립, 동성애, 신체를 이용한 개그 등 기존 스타트렉에는 없던 것들이 난무한다. 그러면서 전체 내용은 30년전에 만들었던 TNG 초기 시즌에 가깝기 때문에, 중년들이 추억을 생각하며 보기에 좋다. 특히 최근의 스타트렉 디스커버리 같은 작품에 실망한 사람들은 더 좋을 것이다.

부함장역에 에이드리언 팰리키는 예전에 원더우먼 역을 “아주 잠깐” 했던 여배우 답게 신체가 장난 아니다. 키가 180cm인 건장하고 아름다운 우월한 여성 이미지. 반대로 보안장교역의 홀스턴 세이지는 조그맣고 소녀스러운 모습인데, 힘이 슈퍼맨에 가까운 역으로 나와서 오히려 웃기다. 매콘 피터은 여러모로 독특한 외계인 역으로 나오는데, TNG의 워프중위처럼 목소리가 중저음인게 엄청 멋지다. TNG의 데이터 소령 같은 역으로 나오는 아이작은 이젠 전형적이라 색다른 점은 없었지만 나중에 시즌2가 기대된다. 그밖에 유명한 까메오가 많다. 테드 댄슨, 로버트 피카도, 켈리 후, 샤를리즈 테론 등등. 일부 에피소드는 존 패브로가 감독하기도 했다.

마눌님이 우주선 디자인이 예쁘다고 여러번 말씀하셨다. 동의하는 부분.

시즌 2가 디즈니+에 빨리 올라오길 바란다.

스토어웨이(Stowaway, 2021)

화성으로 가는 3명의 유인우주선에서 어쩌다보니(?) 정비공이 의도하지 않은 사고로(?) 같이 타고 있었고, 그 와중에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꿔주는 장비가 고장나서 2명밖에 생존할 수 없는 상황. 어떻게든 2명분의 산소를 추가로 얻을 것인지, 그게 안되면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하고 하는 영화.

결국은 마음이 가장 여렸던 젊은 의사 대원이 자신을 희생해서 방사능을 맞아가며 산소를 얻어와서 3명이 생존한다.

고립된 상황에서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지에 대한 흔한 주제의 영화이지만, 이걸 화성 유인우주선을 배경으로 좀 참신하게 바꾼 영화. 즉, 우주선은 배경적인 장치일 뿐 딱히 하드한 SF는 아니다. 그래서 정비공이 탑승하게 된 말도 안되는 과정이나, 기계가 고장난 과정, 왜 산소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한 균류가 살아남지 못하는지, 몇개월을 날아가야 하는데 고작 조그만 산소탱그 한개가 한명분의 산소인지, 왜 여분의 시스템은 없는지, 태양폭발은 왜 그리 시간 촉박하게 알게 되는지(원래는 1시간 정도 전에는 알수 있다) 등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냥 그러려니.

나름 참신함은 있고, 특수효과도 좋지만, 극적 긴장감은 별로 없고, 문제 해결에도 별다른 인상을 주지 못해서 애매하다.

내 평가는 별 3개.

ps. 안나 켄드릭이 희생하면서 대니얼 대 김 보고 귀환해서 아이도 낳고 잘 살라고 유언을 남기는데, 그 배우의 나이를 생각하면 ㅎㅎㅎ 외국 영화에서 동양인 캐릭터는 나이대를 배우와 안맞게 가는 경우가 많아서 생긴 문제.

ps. 국제우주정거장이 연상되는 육각형의 관측창이라든가, 스페이스X의 팔콘 로켓이 연상되는 로켓 모양이라든가, 이래저래 현실의 우주개발이 연상되는 디자인 요소가 많이 나온다.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 2000)

예전에 극장 개봉할 때 바빠서 못 보고 지나갔는데, 넷플릭스에 있길래 감상.

예전에 화성에서 사람 얼굴 모양의 언덕이 찍힌 적 있죠. 실제론 얼굴 모양이 아니지만 우연히 그림자가 져서 그렇게 찍힌 거였는데, 그 사진과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결합하면 이 영화가 됨.

화성 유인 탐사시에 뭔가 인공물을 발견하는데, 그걸 탐사하러 갔던 팀들이 한 명 빼고 다 죽고, 그를 구조하러 간 주인공팀이 외계 문명이 준 퀴즈를 풀고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는 이야기.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에, CSI뉴욕과 포레스트검프에서 나왔던 게리 시니스(아폴로 13호에 못탔던 한을 푸심 ㅋㅋ),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와 추후 워머신 되시는 돈 치들, 예쁜 아줌마 코니 닐센, 슈퍼소년 엔드류의 제리 오코넬 등등 쟁쟁한 배우들이 나오는데…

재미가 애매함. 뭔가 영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이거 찍고 저거 찍고 이어 붙인 느낌. 위기가 많기는 한데 TV시리즈 SF물 보는 정도 느낌임. 외계인 문명 기원설이라든지 외계인의 시험 같은 것도 사실 너무 뻔해서…

별 3개. 애매함.

그래비티 (Gravity, 2013) 관람기

GRAVITY

요즘 인기 1위인 영화 그래비티를 결혼기념일날 3D로 관람했습니다.

한마디로 ‘3D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그래비티는 그렇게 짜임새가 좋거나, 작품성이 최고인 영화라고 생각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면에서 이 영화는 최고입니다. 그리고 과학적이나 논리적으로 사실성이 있다고 하기엔 문제가 많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시각적인 사실성이랄까…시각적으로 관객이 빠져들고, 거기에서 진짜 같다고 느끼게 하는데는 최고인 영화입니다. 그 시각적인 면을 위해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게 만들어진 훌륭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샌드라 블럭이 사고를 당하고 귀환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3시간인데, 상영시간은 90분입니다. 그리고 조연 1명을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이 주인공뿐입니다. 즉 별로 크게 시간이 요약되지 않고,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샌드라 블록과 함께 합니다. 샌드라 블록의 고생과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함께하게 되죠. 그런 점도 영화에 무척 흡인력을 주네요.

SF를 좋아하거나, 재난 액션 영화를 좋아하거나, 어렸을 때 우주에 대한 꿈을 가지셨던 분들은 꼭 보시기 바랍니다. 3D나 4D로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부터 스포일러 주의

ps. 인공위성이나 우주유영에 대해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는 참 많은 것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ㅎㅎㅎ 캐슬러 신드롬이 그렇게 쉽게 나지도 않구요, 우주정거장들이 너무 가까이 있고, 샌드라 블록이 나중에 입은 러시아 우주복은 우주유영이 원래 안되는 옷이죠. 등등. 그렇지만 다 넘어가고 집중하게 하는 흡인력이 있습니다.

ps. 죽은 조지 클루니가 갑자기 살아서 나타나는 장면은(결국 환상이었지만)…생각하면 참 말도 안되고 유치한 연출인데, 조지 클루니의 능청스런 연기와 연출로 그럴듯하게 넘어갑니다. 오히려 좋았습니다.

ps. 샌드라 블럭이 조지 클루니에게 죽은 딸에게 빨간 신발을 찾았다고 전해 달라며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ps. 원래 조지 클루니 대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샌드라 블럭 대신 나탈리 포트먼을 섭외하려고 했었다는데, 그랬어도 캐릭터가 충분히 어울리긴 했을 듯 합니다. 특히 능글맞는 연기는 로다주가 최고긴 하죠. 하지만 너무 마블 세계관이 연상되었을 듯 하군요. 샌드라 블럭과 조지 클루니도 더할 나위 없이 연기를 잘 해주었구요.

ps. 중국 우주정거장 텐궁은 별로 당한것도 없는데 추락하네요. 이유가 설명 안되는…

ps. 아폴로 13호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에드 해리스 목소리 때문인가…

ps. 우주왕복선이 퇴역했으니, 우주왕복선이 나오는 영화는 이제 이것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타깝네요. 어렸을 때의 꿈의 우주선인데…

우주 도전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 (王立宇宙軍, 1987)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에 최초의 우주인이 배출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미 한참 늦은 우주개발인데다가, 과학이나 기술적인 목표보다는 홍보에 더 집착하는 모습이 보여 조금 아쉽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이 애니매이션, “왕립우주군 : 오네아미스의 날개”을 고등학생 때 친구네 집에서 본 생각이 나는군요.

지구와 거의 비슷한 어느 행성에 오네아미스라는 왕국이 있었다. 그리고 유인우주선 발사를 위해 만든 조직인 ‘왕립우주군’에 시로츠크라는 주인공이 있었다. 사실 아무도 우주군이 진짜 우주에 갈수 있을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고 비웃는 가운데, 주인공과 동료들도 그저 먹고 놀고 붙어 있는 곳으로서 우주군에서 훈련을 받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밤, 길거리에서 신의 말씀을 전하던 소녀를 만나고, 그 소녀가 주인공의 ‘우주도전’을 멋지게 봐주면서 주인공은 변하게 된다. 급기야 진지하게 우주인 선발에 자원하게 되고, 처음에는 죽을거라면서 만류하던 동료들도 그의 진지함에 점차 열심히 프로젝트를 돕게된다. 그러나 나라에서는 우주도전 자체보다 그것을 홍보 소재로 이용해 적국보다 우월함을 내세우려 국경 근처에서 발사를 하려하고, 적국에서는 시로츠크를 암살하려 하는 등 방해를 한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종교나 경제, 복지등 여러 논리로 반대 운동을 하는 등, 모두 자신들의 의미로 우주군을 바라보며 상황은 점차 혼란스러워진다. 마침내 로켓의 발사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지만, 로켓을 빼앗으려는 적군의 전진으로 주변은 전쟁터로 바뀐다. 아수라장의 순간에 찬란한 불꽃과 함께 솟아오른 로켓은 모든 전투를 멈추게 만들고, 우주로 간 시로츠크는 인간의 겸손과 축복을 빈다.

이 애니를 보면 그냥 한마디로 멍~ 해집니다. 이게 무려 20여년전 애니입니다… 요즘만들어졌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못할 퀄리티와 섬세한 모사에 입이 다물어지질 않죠. NASA에 가서 견학하고 묘사했다는 우주선 개발과 발사에 대한 표현은 영화 아폴로13와 대등할 수준입니다. (그런데 정작 로켓은 러시아식 디자인이네요) 그것뿐 아니라 언어, 문자, 종교, 게임, 건축양식, 의복, 생활용품, 전자기기, 무기등 모든 부분에서 꼼꼼하게 창조된 가상적인 나라 오네아미스는 스크린 너머에 그냥 살아 있습니다. 워낙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 가이낙스가 나중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나, 나디아나 건버스터, 에반겔리온등 오탁후를 위한 애니로 명성을 얻었다는 이야기는 흔하고 흔하니 패스. 요시우키 사다모토의 깔끔하고 예쁜 캐릭터 디자인도 아직은 그 특징이 드러나지 않았던 시기입니다. 여주인공 얼굴도 그다지 안이뻐요. 차라리 그랑디스가 더 예쁩니다. (요시우키 사다모토 화보집 알파에서 나왔던 여주인공 일러스트는 사기. 전혀 다르다!)

왕립우주군은 약간의 전쟁장면을 제외하면 액션도 없고, 하나도 숨찰것 없이 느긋하게 진행되는 애니매이션입니다. 중간 중간 지루한 가상의 종교 이야기(기독교와 프로메테우스 신화 짬뽕스러운)가 계속 나오구요. 하지만 그런 느릿한 진행속에서 주인공은 점차 우주도전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나갑니다. 우주군을 바라보는 주변의 수많은 시선들과 각자의 입장이나 성서속의 신화는 주인공의 그러한 성장을 은근히 보조하는 역할을 하죠. 섬세한 심리묘사와 주인공의 여주인공에 대한 유치한 애정, 그리고 동료들의 순수한 우정, 발명왕 노인네들의 만담이 겹쳐지며 애니매이션은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걸작이 되어갑니다. 우주선 발사 장면은 그 하이라이트구요.

얼마전에 개봉해서 DVD도 나와 있으니, 안보신 분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093207/
http://en.wikipedia.org/wiki/Royal_Space_Force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25763

ps.
그런데 예전에 오라클 이벤트에서 당첨되서 우주여행하기로 되어 있던 허재민님은 어떻게 되었나요? 당초 이벤트할때의 스케쥴상으로는 그분이 먼저 가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밤하늘을 감상하자 Stellarium

요즘에는 완전히 없어졌지만, 제가 국민학교에 다닐때만 해도 ‘등화관제훈련’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북한의 폭격기가 공격할것에 대비해서 도시의 불을 일제히 끄는 훈련이었죠. 어린 마음에도 “요즘 세상에 불끈다고 이렇게 큰 도시가 안보여서 폭격 못하냐”며 투덜거렸지만, 훈련이 있을때마다 어두워진 밤하늘에 쏟아지듯 빛나는 별들과 은하수는 도시에서는 흔치 않은 감동이었습니다. 옥상에 누워서 별에 빠져 있으면 멀리서 통장 아저씨가 외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XX번지! 빨리 불꺼요!”.

Stellarium은 사실 수많은 별의 데이터가 등록되어 있고, 별의 검색, 시뮬레이션이나 궤도계산까지 할수 있는 전문가급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게임처럼 간단한 3차원 인터페이스와 지상에서 보는 듯한 풍경, 별의 깜빡임, 은하수까지 표현하는 사실적인 묘사, 별자리에 대한 그림과 설명등으로 인해 일반인을 위한 교육용/취미용으로 손색이 없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 ‘진짜 밤하늘 보는 것처럼 예쁘게 보여주는 별 프로그램입니다’. 게다가 중요한건 프리웨어라는 겁니다.

Stellarium의 현재 버전은 0.9.0이며, 주요기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충 번역한거라 죄송)

Features in version 0.9.0

하늘

  • 기본 60만개의 별들에 대한 자료
  • 21억개 이상의 추가 별들에 대한 자료
  • 별자리 성좌들과 일러스트 표시
  • 메시어 목록 전체의 성운 이미지수록
  • 사실적인 은하수
  • 매우 현실적인 대기, 일출, 일몰
  • 행성과 그들의 위성 수록

인터페이스

  • 고성능 줌
  • 자유로운 시간 제어
  • 다중 언어 인터페이스
  • 자신만의 쇼들을 위한 녹화와 재생 스크립팅이 가능
  • 플래타리움 돔과 같은 어안 투영 기능
  • 자신만의 돔을 설정할수 있는 구형 거울 영사기능
  • 그래픽 인터페이스와 다양한 키보드 조종기능
  • 망원경 조절 기능

시각 효과

  • 적도의와 방위각 격자
  • 별의 빤짝임
  • 유성
  • 월식/일식 시뮬레이션
  • 구형 파노라마 스타일의 지형 스킨

커스텀 기능

  • 자신만의 오브젝트, 지형, 별자리 이미지, 스크립트 가능

프로그램은 윈도/맥/리눅스 버전이 있으며 다운로드는 http://www.stellarium.org 에서 할수 있습니다. 우분투를 쓰시는 분은 리눅스버전 소스를 받아 컴파일 하기보다는 그냥 시냅틱에서 Stellarium을 검색하셔서 설치하시거나 추가/제거 메뉴에서 교육 카테고리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제가 용자리(Draco)의 Thuban을 찾아본 화면.
클릭하면 큰 사진으로 볼수 있습니다.

우분투에서의 설치 팁

  1. 설치후 실행하면 한글이 네모네모로 깨져서 나옵니다. 이 글 밑에 kirrie님의 댓글대로 해주시면 한글이 제대로 나옵니다.
  • 별자리 그림(constellation images)이 안나오는 버그는 sky_culture 옵션을 korean이 아닌 western으로 바꿔주면 잘 나옵니다.

ps. 2012년 현재는 설치하면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