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롯트 카쿠노 만년필

투명하고 가볍고 세필로 써지는 만년필이 가지고 싶어서 산 파이롯트 카쿠노 만년필. 인터넷 잘 뒤지면 8천원대에 구입이 가능한 부담없는 가격.

처음 산 것은 배송이 왔는데 닙과 몸체 사이 틈으로 잉크가 줄줄 세어나와서 교환 받고, 두번째 받은 것. 귀찮아서 컨버터 없이 카트리지로만 쓸 생각이다.

얇은 글씨가 종이를 미세하게 긁으며 시원시원하게 써지는 맛이 좋은 만년필이다. 선의 굵기는 전에 써본 다른 EF촉들보다 더 얇고, 지금까지 써본 만년필 중 가장 얇다. 잉크와 종이에 따라 다르지만 F닙은 0.5mm샤프와 비슷한 굵기이고, EF는 그보다 약간 더 얇다. EF촉이라도 잉크 흐름은 좋은 듯 잉크는 끊김없이 부드럽게 나온다. 뚜껑을 열고 1분쯤 들고 있는다고 해서 잉크가 끊기거하는 경우도 없다. 11g으로 아주 가볍지만 무게가 아래쪽에 배분되어 있어 밸런스도 좋다.

가장 큰 특징은 어떠한 각도에서도 글이 잘 써진 다는 것이다. 좌우로도 수직으로도 잘 써지고, 심지어 역방향으로 기울여도 어느정도까진 잘 써진다.

펜을 쓸 때 손에 잡는 부분은 두께가 좁아지는 육각형모양으로 되어 있어, 잡는 자세를 보조해준다. 기본 컨셉이 어린이가 사용하는 것을 배려하는 것이어서 넣은 디자인 요소인듯.

부가적인 장점으로 파이롯트의 만년필용 컨버터 중에 좀더 대형이고 고급인 CON-70N을 쓸 수 있다. 상위 모델인 프레라는 미니 만년필이라 크기가 작아 CON-40밖에 쓰지 못하고, CON-40이 워낙 작고 불편해서 평이 안좋기 때문에 상대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프레라와 카쿠노는 펜촉도 같은 것을 쓰지만 프레라는 EF촉 모델이 없다.) CON-70N이 카쿠노보다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크기는 하다.

클립이 없어서 상의 주머니에 낄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다. 클립이 없어서 생긴 또다른 단점은, 살짝만 밀면 책상위에서 굴러간다. 육각형 몸체라 혼자 굴러가진 않지만.

필기구 몸체가 투명한 플라스틱이면 내구성이 보통 안좋던데, 써 보면 알겠지.

어린이가 쓸 경우의 안전을 위해 뚜껑에 구멍이 일부러 3개나 뚫려 있어서 잉크가 잘 마른다길래, 순간 접착제로 일단 막아 놓았다. 하지만 그래도 잉크가 잘 마르는 편. 며칠만 안써도 카트리지 내의 잉크가 상당히 줄어 있곤 한다. 다만 피드에서 잉크 공급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1,2주간 안쓰고 있다 사용하더라도 바로 글씨가 써지기 때문에 실사용상 큰 문제는 없다. 닙과 몸통 경계부분에 실리콘 O링을 끼워서 잉크 증발을 막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맞는 링 구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안하는 중.

+덧. 7개월 정도 매일 쓴 후에도 내구성이나 사용상 문제는 없음. 다만 진한 파란색 계열 잉크를 주로 썼기 때문에 투명재질에 약간 파란색이 물들어 있음. 특히 닙과 피드가 박혀 있던 부분에 눈에 띄는 정도 물들어 있는 편.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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