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개봉하려고 만든 영화였으나 코로나19 시국으로 넷플릭스에서 개봉해버린 SF 영화. (제작비 240억원, 넷플릭스는 310억원에 구매)
(스포일러 경고)
일단 이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제작진이 SF에 대한 엄청난 팬들인 것은 확실하다. 영화 장면장면마다 ‘어…저거는 OO비슷하다’ ‘이거 어디서 따왔네’ 하는 것이 수없이 보인다. SF 명작 수백편 아는 사람들이 요소요소를 다 따와서 비빔밥 만든 느낌.
이 작품이 다 이모양이다. 우와 대단해! 그런데 음…하게 됨.
메카닉 디자인도 정말 디테일하고 돈들인 티가 나고, 특수효과나 CG 수준이 무척 높다. 정말 이정도 특수효과를 쓴 SF가 한국영화라고?? 하다가도 너무 정신없고 번쩍번쩍하는게 살짝 선을 넘을 때가 있다. 아시아 SF영화들은 뭔가 특유의 느낌이 있다. 뭔가 홍콩 야경 같은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뭔가.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히 훌륭하긴 한데, 대사가 너무 유치하고 허세가 넘친다. 외국인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각자의 언어로 말해도 귀에 넣은 번역기로 이야기가 통하는 등 정말 미래 답다…이긴 한데 외국인 배우들 연기가 무슨 대학생 연극 하는 느낌이다. 외국인들 연기지도 담당이 따로 없었나.
이런 영화는 악역이 무시무시해야 하는데, 리처드 아미티지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 놔두고서는 뭔가 어색한 장면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깬다. 마지막에 직접 로봇 같은 우주선 타고 난리치는거 보면 어색어색. 굳이 그렇게 했어야 했을까.
이야기 진행도 상당히 작위적이다. 꽃님이가 나노봇을 동원해 기적을 일으키는 장면들은 다들 그런 느낌이다. 거대한 우주 공장이 파괴될 정도의 폭탄이 터졌는데, 주인공들을 보호해주는 것부터(애초에 나노봇 무력화하는 폭탄이라며?) 이미 죽어버린 아이의 의식에 연결해 한을 풀어주는 것까지.(아주 MBC VR 다큐 “너를 만났다”가 따로 없음) 무전 한번 쳤다고 몇 분만에 경쟁자 청소부들이 우주선 끌고 다 도우러 오는 것이나, 타이거 박이 힘만 주며 이것저것 만지면 매번 우주선이 출력이 살아난다거나 등등…
영화의 재미 대부분은 장선장 역을 한 김태리의 매력 +타이거 박 역을 한 진선규의 딸바보 짓 + 꽃님이 박예린의 귀여움이다. 업동이 유해진도 자잘한 재미는 있지만 이거 이미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이라 어이가 좀 ㅋ
단역이지만 주인공 김태호(송중기)의 의붓딸역으로 나온 순이역의 오지율의 귀여움도 무척 빛났다. 미래가 기대되는 아역이다. 기업소속 군인의 대장역으로 나온 멕시코 여배우 Carla Fernanda Avila Escobedo도 한순간이지만 미모가 빛났다.
아쉬움이 많기는 하지만 뭐 이정도면 한국 우주 SF의 첫 걸음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별 4개 준다.
ps. 우주 쓰레기 찾아 청소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3년동안 궤도를 도는 아이 시체 하나 수거를 못한다라…
ps. 노리고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영화에서 일본이나 일본인의 존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에 맑아진 지구에서 한반도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일본은 구름에 절반 이상이 가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