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2021)

극장 개봉하려고 만든 영화였으나 코로나19 시국으로 넷플릭스에서 개봉해버린 SF 영화. (제작비 240억원, 넷플릭스는 310억원에 구매)

(스포일러 경고)

일단 이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제작진이 SF에 대한 엄청난 팬들인 것은 확실하다. 영화 장면장면마다 ‘어…저거는 OO비슷하다’ ‘이거 어디서 따왔네’ 하는 것이 수없이 보인다. SF 명작 수백편 아는 사람들이 요소요소를 다 따와서 비빔밥 만든 느낌.

이 작품이 다 이모양이다. 우와 대단해! 그런데 음…하게 됨.

메카닉 디자인도 정말 디테일하고 돈들인 티가 나고, 특수효과나 CG 수준이 무척 높다. 정말 이정도 특수효과를 쓴 SF가 한국영화라고?? 하다가도 너무 정신없고 번쩍번쩍하는게 살짝 선을 넘을 때가 있다. 아시아 SF영화들은 뭔가 특유의 느낌이 있다. 뭔가 홍콩 야경 같은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뭔가.

주연 배우들의 연기가 대단히 훌륭하긴 한데, 대사가 너무 유치하고 허세가 넘친다. 외국인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각자의 언어로 말해도 귀에 넣은 번역기로 이야기가 통하는 등 정말 미래 답다…이긴 한데 외국인 배우들 연기가 무슨 대학생 연극 하는 느낌이다. 외국인들 연기지도 담당이 따로 없었나.

이런 영화는 악역이 무시무시해야 하는데, 리처드 아미티지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 놔두고서는 뭔가 어색한 장면들이 많아서 분위기가 깬다. 마지막에 직접 로봇 같은 우주선 타고 난리치는거 보면 어색어색. 굳이 그렇게 했어야 했을까.

이야기 진행도 상당히 작위적이다. 꽃님이가 나노봇을 동원해 기적을 일으키는 장면들은 다들 그런 느낌이다. 거대한 우주 공장이 파괴될 정도의 폭탄이 터졌는데, 주인공들을 보호해주는 것부터(애초에 나노봇 무력화하는 폭탄이라며?) 이미 죽어버린 아이의 의식에 연결해 한을 풀어주는 것까지.(아주 MBC VR 다큐 “너를 만났다”가 따로 없음) 무전 한번 쳤다고 몇 분만에 경쟁자 청소부들이 우주선 끌고 다 도우러 오는 것이나, 타이거 박이 힘만 주며 이것저것 만지면 매번 우주선이 출력이 살아난다거나 등등…

영화의 재미 대부분은 장선장 역을 한 김태리의 매력 +타이거 박 역을 한 진선규의 딸바보 짓 + 꽃님이 박예린의 귀여움이다. 업동이 유해진도 자잘한 재미는 있지만 이거 이미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이라 어이가 좀 ㅋ

단역이지만 주인공 김태호(송중기)의 의붓딸역으로 나온 순이역의 오지율의 귀여움도 무척 빛났다. 미래가 기대되는 아역이다. 기업소속 군인의 대장역으로 나온 멕시코 여배우 Carla Fernanda Avila Escobedo도 한순간이지만 미모가 빛났다.

아쉬움이 많기는 하지만 뭐 이정도면 한국 우주 SF의 첫 걸음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별 4개 준다.

ps. 우주 쓰레기 찾아 청소하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3년동안 궤도를 도는 아이 시체 하나 수거를 못한다라…

ps. 노리고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영화에서 일본이나 일본인의 존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에 맑아진 지구에서 한반도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일본은 구름에 절반 이상이 가려져 있다.

택시운전사(2017)

5.18 민주화운동을 거기에 취재간 기자와 택시 운전사를 통해 묘사한 영화.
영화도 재미있고, 5.18의 슬픔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좀 아쉽다.
일단 송강호를 제일 잘하는 캐릭터에 주인공 설정을 그대로 맞춘 듯 하다. 서민적이고, 속물적이고, 꼼수에 능하지만 서서히 영웅으로 거듭나는…변호인의 노무현과 너무 비슷한 연기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택시들과 지프들의 추격전은 마치 ‘액션이 부족하니 일단 하나 넣고, 주인공을 위해 조연들 희생시켜 눈물 좀 짜내자’하는 어거지 느낌이라 너무 별로다.
하지만 워낙 역사적인 슬픔을 다룬 영화라 추천.
특히, 광주 분들에게 듣던 당시 이야기가 영화에 비슷하게 묘사되서 놀랐다. 많은 증언을 참고해 만든 듯 하다.
ps.
토마스 크레치만이 악역의 군인으로 안 나와 나름 연기변신을 한 영화. ㅋㅋㅋㅋ
ps.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4500원에 빌려 봄.

전우치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포스터처럼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라기엔 좀 문제가 있습니다. 컨셉 상 전우치가 의적질 비슷한 걸 하긴 했습니다만, 영화내용에는 안 나옵니다. 히어로라기엔 지가 먹고 노는 것밖에 안 했죠. 전우치가 찾는 청동검과 청동거울도, 사실 악한 화담이 피리(만파식적) 찾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전우치가 사람만 안 죽였지 사회질서 문란행위는 상당히 했죠) 전체적인 소재와 스토리도 ‘아라한 장풍 대작전’과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최초’도 아닙니다.

하지만 현대에 도사들의 싸움이라는 컨셉도 역시 재미있는데다가, 배우들의 열연도 볼만합니다. 강동원도 능청스러운 불량 도사 연기를 잘했고, 김윤석은 타짜의 아귀가 너무 연상되긴 했지만, 악당 다운 면모를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 레스토랑 장면은 참 무섭더군요. 임수정은 나이가 몇 살인데 여전히 소녀 스럽군요. 유해진은….김혜수씨랑 사귀고 있다고 하니 일단 색안경 쓰고 봐 집니다만 ㅋㅋㅋ (김혜수씨는 내 초딩때 좋아하던…) 코믹장면도 이젠 뭐…한국영화에 당연하달 수 있겠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권선징악밖에는 큰 주제는 없지만, 좀 생각해 볼 것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래 누구인지 잊고 지내던 초랭이나 화담이 과연 현실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도 사실 어렸을때…아니 가깝게는 몇년 전의 세밀한 기억도 까마득하게 잊고 지냅니다. 그렇다면 내 현재의 모습,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아니지만 가면이나 거짓이 아닌…망각과 부분적인 환생? 음…머리 좀 돌리려니 어렵군요.

어째튼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아바타와 나란히 흥행할 만 하더군요.

ps.
신선들이 피리를 합칠 때, 갑자기 주변 배경이 밝아지며 밤에서 낮이 됩니다.
하지만 그 후 계속 낮인 채로 싸움을 계속 하더군요.
왜 갑자기 한밤중에서 낮이 되었는지는 영화적인 설명이 없었네요.

이조판서로 변신해 숨어 있던 쥐요괴가 왜 임수정을 납치하려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임수정한테 만파식적이 있지도 않았고, 임수정의 진짜 정체는 표운대덕이지만, 그건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ps.
백윤식씨가 전우치의 스승인 천관대사 역으로 나옵니다. 오랫만에 보니 즐겁더군요.

ps.
천관대사도 진짜 죽은 건지 좀 애매하게 사라졌고(요다처럼 뿅~ 옷만 남음)
화담도 죽지 않고 족자속에 봉인 되었습니다.
이거 후속편을 만들어도 스토리 상 무난하겠네요.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나.

ps.
영화 보기 직전에 식객2 광고를 하던데…
식객의 ‘요리의 의미를 찾는’ 내용이 아닌 요리대결 전문 영화인거 같아서 예고편부터 좀 실망이었습니다.

ps.
전우치 시사회때 상영한 버전에서는 청계천에서 초랭이가 쥐 요괴를 보고 “아이, 저 쥐새끼, 저거…”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오늘 본 영화에서는 그 장면이 없었습니다. 아쉽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