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있었던 일이다.
모 PC통신서비스에 심각한 하드웨어적 장애가 발생했다. 그래서 접속이 잘 안되고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접속이 끊기는 일이 생겼다. 그리고 복구가 잘 안되고 이런 일이 몇일간 반복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떤 네티즌 한명이 “저 회사는 최근에 돈이 없어서 장비 살돈이 없다. 그런데 돈이 없다는게 눈치채면 회사가 망하기 때문에, 접속을 받을만한 여유가 없는 것을 기술적인 문제인것처럼 속이기 위해 일부러 통신장애를 연출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음모론은 그 사람의 그럴듯한 배경설명이라는 양념이 더해져서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의혹은 가능성이 되고, 가능성은 가능함이 되며, 가능함은 “꿈★은 이루어진다”가 되어 사실인것처럼 다루어졌다.
음모론이 쉽게 납득되는 이유는 두가지의 조합이다. 첫째로 그 사람이 숨겨진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본인밖에 모른다는 것이다. 남이 그 사람을 속속들이 알기란 시간과 노력과 친분이 필요한 일이다. 둘째로 사실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잔에 “물이 반밖에 안남았다”와 “물잔에 물이 반이나 있다” 정도는 일반인도 생각해낼수 있는 시각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물 니 형이 먹었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을 의심하고 현상을 다르게 보면 무엇이든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가 있다.
여기에서 이야기는 더 발전한다. “형이 물을 훔쳐 먹었다”라는 것은 컵에서 CSI가 유전자라도 검출하지 않는한 증명해내기 어렵다. 원래 법정논리로는 이런건 무죄가 된다. 하지만 이걸 형보고 무죄를 입증하라고 우긴다면 어떻게 될까? 형의 입안에는 침이라는 물이 항상 있다. 어느 누가 자신의 결백을 쉽게 증명하겠는가? 그것은 “저것봐, 부인을 못하잖아”가 되고, “아까 형이 화장실 가더라”등등 평상시라면 아무것도 아닌것이 상황증거로 인정되면서 음모론은 무럭무럭 커가서 어느새 진실이 된다.
누구나 음모론의 가해자가 될수 있다. 떡밥만 잘 빚어서 던져주면 첫번째 문 고기를 두번째 고기가 물고, 그것이 계속 된다. 어떤 물고기는 오히려 더 큰 떡밥도 만들어온다.
나는 요 몇일 올블로그의 이슈들을 보면서 그것을 느꼈다.
ps. 이 글을 마지막으로 잡담 시리즈는 당분간 마치고, 어렸을 때 봤던 책들이나 독후감 적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