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스테이트 (The Electric State, 2025)

루소 형제가 제작/감독 했다고 해서 기대하게 만들었으나, 상당히 애매한 넷플릭스 영화.

아래에 스포일러 있음 주의!

주인공의 남동생은 로봇을 좋아하는 천재이지만 가족이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부모님과 같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고, 로봇의 반란이 원격 조종 드론으로 평정된 이후 주인공은 삐뚤어져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상황.
그런데 어느날 남동생의 인격을 가진 로봇이 나타나고, 남동생이 살아 있음을 알게 되고, 주인공은 남동생을 구하러 모험을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 모든 드론 조종의 핵심 CPU가 남동생의 두뇌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원작이 별도로 있고, 원작 팬들에게 욕을 먹고 있는 작품인 것도 들었지만, 원작을 제외하고 봐도 애매한 작품이다. 일단 50~70년대 미국만화가 연상되는 복고풍 로봇들의 디자인이나, 유명 배우들의 연기/성우연기는 다 좋은데 그외의 스토리도 너무 뻔하고, 무엇보다 나중에 갑자기 “우리는 가상현실보다 직접 만나는게 더 좋지 않나요”식의 가르치려드는 주제는 정말 짜증날 정도이다. 작품에서는 가상현실이 거의 사회를 좀먹는 마약처럼 묘사되는데, 그렇다면 단순히 공급을 끊고 그런 메시지로 상황 끝이 안된다는 것 쯤은 알텐데?

하여간 로봇들 디자인 만큼이나 주제도 시대착오적인 그런 작품이었다.

맨날 찌질한 악당이었던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이번에 연기변신을 해서, 그래도 최후의 인간미는 지키는 악당이 되었다. 그 점이 이 작품 후반부의 유일한 매력. 마트로시카 같은 로봇 ‘험’도 뻔하지만 좀 웃겼고.

루소 형제가 갑섭을 받을 조건도 아니었을텐데 왜 이랬을까? 내 점수는 로봇 디자인 + 배우빨로 별 3개. 그거 아니었으면 별 1.5개짜리 작품.

덧. 남동생이 통속뇌도 아닌데 ‘이미 기계와 공생관계’라는 거 보니 뒤통수는 이미 벗겨져서 기계화 되어 있을지도.

덧. 15세 관람가인 것치고는 욕 몇가지 빼고는 딱히 애들이 못 볼 장면이 없어 보이는데? 가상현실에 빠지는게 마약처럼 간접 묘사되서 그런가?

기묘한 이야기 시즌4 (Stranger Things 4, 2022)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마지막인 시즌5를 위해 점차 스케일을 키우는 시즌4. 등장 캐릭터도 많아지고, 적도 일레븐보다 강한 초능력자이고, 장소도 마을뿐 아니라 러시아까지 넓어졌다.

연출이 여러모로 재미 있어졌다. 농구부 주장 제이슨 카버와 일레븐을 쫒는 설리번 중령 같은 워낙 위협적인 발암 캐릭터가 나와서 주인공들의 제약이 늘었다. 그리고 많은 캐릭터가 죽고, 그 과정에서 나이트메어에서 따온 연출이 상당히 공포적이다. (나이트메어의 로버트 잉글런드도 억울하게 살인마 취급받는 캐릭터로 카메오 출연한다) 특히 맥스가 베크나에게 죽을 뻔하다가 탈출 하는 장면은 정말 최고의 장면.

다만 지겹게 반복되는 문제도 있다. 빌리에 이어 에디도 비슷하게 불량배 캐릭터인데 사실은 심성은 착하고, 주인공들을 위해 싸우다 희생된다는 점에서 매번 너무 비슷하다. 마지막 전투도 예전보다 더 화려하고 고난도 다양해졌지만, 결국은 조금 허무하게 끝나는 점도 매 시즌 비슷하다. 캐릭터가 점점 많아지고, 사건도 4,5군데에서 진행되니 정신 없어지는 것도 문제.

하여간 시즌5를 기대하게 되는 시즌4였다. 재미있음.

에놀라 홈즈 (Enola Holmes, 2020)

소녀취향으로 써놓은 셜록 홈즈 팬픽 같은 영화. 넷플릭스에서 감상.

진짜 “소녀취향으로 써놓은 셜록 홈즈 팬픽” 이상 완벽한 비유가 없을 것 같다. 모든것에 재능이 있는 소녀가 갑자기 모험을 떠나고, 꽃미남 귀족 청년을 만나 구해주고, 자기를 숙녀로 키우려는 큰 오빠와 학교 선생을 골탕먹이고, 자기를 도와주는 작은 오빠는 세계관 최고의 두뇌플레이어이면서 잘 생긴 근육남이고, 모든 주제가 페미니즘을 향한다. 심지어 주인공은 관객에게 직접 설명까지 하고(데드풀…), 사건을 오빠들보다 먼저 해결하며, 귀족 청년에게 고백까지 받는다.

배경도 그냥 옛날 영국이 아니라 살짝 순정 소설버전 영국 같은 느낌이다. 몇몇 묘사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깨끗한 런던이 나오고, 흑인에 대한 차별도 거의 없어 보이고, 의외로 인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경감이거나 기숙학교에 학생이거나 하다.

캐릭터를 보면 주인공 에놀라 홈즈는 그야말로 셜록 홈즈의 소녀 버전이다. 어린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편견이나 체력적 약점, 경험치를 제외하면 능력치는 셜록 홈즈와 동급이다. 셜록 홈즈는 모든 사람을 개무시하는 원작과는 달리 여동생에게 깊은 애정을 보이며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냥 셜록 홈즈 설정의 이상적인 오빠이다. 배우가 핸리 카빌이라서 옛날 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터질듯한 근육까지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가장 피해자인데, 가부장 적인 남성 악역을 위해 원작과는 완전 달라졌다. 편견과 가식과 찌질함으로 가득한 꼰대이며,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원작의 통찰력도 없다. 중요 인물인 귀족 청년은 그야 말로 꽃미남인데, 진짜 꽃을 사랑하고, 편견없이 주인공을 봐주고, 주인공에 의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다.

여기까지 보면 정말 닭살 생성용 영화에 가까운데, 그에 비해서 나는 재미있게 봤다.

일단 배우들이 아주 훌륭하다. 일레븐이었던 밀리 바비 브라운도 반갑고 다 연기력이 좋다. 그리고 이야기 진행이 느린 이유는 캐릭터 설명도 해야하고, 엄마도 찾아야 하고, 갑자기 주인공의 목적이 바뀌었다가 기숙학교도 보여주고, 주인공의 어린시절도 계속 설명하는 등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그런 것 치고는 선방을 했다. 크게 지루하지는 않았고 요소요소 재미있는 점들이 많았다.

내 평가는 별 3개 반. 셜록 홈즈 골수 팬이라면 피하시라.

ps. 몇분 안나오는 이 영화에서도 미쳤다는 소리 자주 듣는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