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놀라 홈즈 (Enola Holmes, 2020)

소녀취향으로 써놓은 셜록 홈즈 팬픽 같은 영화. 넷플릭스에서 감상.

진짜 “소녀취향으로 써놓은 셜록 홈즈 팬픽” 이상 완벽한 비유가 없을 것 같다. 모든것에 재능이 있는 소녀가 갑자기 모험을 떠나고, 꽃미남 귀족 청년을 만나 구해주고, 자기를 숙녀로 키우려는 큰 오빠와 학교 선생을 골탕먹이고, 자기를 도와주는 작은 오빠는 세계관 최고의 두뇌플레이어이면서 잘 생긴 근육남이고, 모든 주제가 페미니즘을 향한다. 심지어 주인공은 관객에게 직접 설명까지 하고(데드풀…), 사건을 오빠들보다 먼저 해결하며, 귀족 청년에게 고백까지 받는다.

배경도 그냥 옛날 영국이 아니라 살짝 순정 소설버전 영국 같은 느낌이다. 몇몇 묘사를 제외하고는 의외로 깨끗한 런던이 나오고, 흑인에 대한 차별도 거의 없어 보이고, 의외로 인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경감이거나 기숙학교에 학생이거나 하다.

캐릭터를 보면 주인공 에놀라 홈즈는 그야말로 셜록 홈즈의 소녀 버전이다. 어린 여성으로서의 사회적 편견이나 체력적 약점, 경험치를 제외하면 능력치는 셜록 홈즈와 동급이다. 셜록 홈즈는 모든 사람을 개무시하는 원작과는 달리 여동생에게 깊은 애정을 보이며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냥 셜록 홈즈 설정의 이상적인 오빠이다. 배우가 핸리 카빌이라서 옛날 옷으로도 감출 수 없는 터질듯한 근육까지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가 가장 피해자인데, 가부장 적인 남성 악역을 위해 원작과는 완전 달라졌다. 편견과 가식과 찌질함으로 가득한 꼰대이며,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원작의 통찰력도 없다. 중요 인물인 귀족 청년은 그야 말로 꽃미남인데, 진짜 꽃을 사랑하고, 편견없이 주인공을 봐주고, 주인공에 의해 좋은 방향으로 변화한다.

여기까지 보면 정말 닭살 생성용 영화에 가까운데, 그에 비해서 나는 재미있게 봤다.

일단 배우들이 아주 훌륭하다. 일레븐이었던 밀리 바비 브라운도 반갑고 다 연기력이 좋다. 그리고 이야기 진행이 느린 이유는 캐릭터 설명도 해야하고, 엄마도 찾아야 하고, 갑자기 주인공의 목적이 바뀌었다가 기숙학교도 보여주고, 주인공의 어린시절도 계속 설명하는 등 이야기가 너무 많기 때문인데, 그런 것 치고는 선방을 했다. 크게 지루하지는 않았고 요소요소 재미있는 점들이 많았다.

내 평가는 별 3개 반. 셜록 홈즈 골수 팬이라면 피하시라.

ps. 몇분 안나오는 이 영화에서도 미쳤다는 소리 자주 듣는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 ㅋㅋㅋㅋ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Snow White And The Huntsman, 2012)

넷플릭스에 있길래 본 영화.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비주얼 장인. 비주얼만 너무 신경쓰다 이야기는 망함… 같은 제작진이 공각기동대 헐리우드판을 만든거라는데…역시 라는 말이 나올 지경. (비슷한 장면도 좀 나온다. 하얀거 뒤집어 쓴 누님 장면 이라든가…)

일단 백설공주가 베이스 스토리인데, 주인공들 이름과 포지션 빼고는 딱히 관계 없음. 거울이 여왕보다 공주가 예쁘다고 해서 죽이려 한다…정도만 같다. ( 크리스틴 스튜어트 외모가 좀 썩어서 아무리 봐도 샤를리즈 테론이 더 예쁘게 보이는데… ) 주제가 뭔지 모르겠고, 그냥 배우들의 외모와 특수효과 볼거리를 위해 영화를 만든 것 같다. 그런데 특수효과나 장면도 다 어디선거 본 것 같다는게 문제. 사람이 까마귀로 변하는거야 뱀파이어 나오는 영화에서 자주 써먹은 거고, 신비한 사슴 모양 신령이 나왔다가 공격 받는건 원령공주 같고…

캐스팅이 쓸데 없이 화려하다. 샤를리즈 테론은 원톱이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크리스 헴스워스가 조연 같아서 문제지. 심지어 지나가는 난쟁이들도 네임드급 배우들임. (닉 프로스트는 형이 거기서 왜 나와 급 …)

이거 나름 흥행해서 후속작도 나왔던데, 이러니까 헐리웃이 호화 캐스팅과 특수효과만 쳐바르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우리나라 제목도 영화 컨셉에 맞게, 영어 발음대로 써서 폼만 잔뜩 잡았다…

ps. 마눌님은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정말 예쁘다고 10번 칭찬 하심… 난 샤를리즈 아줌마를 칭찬하려다 평화를 위해 참음.

ps. 좋아하는 배우들이라도 나와서 내 평가는 별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