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모든 것(The Theory of Everything, 2014)

극장 상영시 바빠서 못봤다가 넷플릭스에 있길래 본 영화. 왜 한국 상영 제목을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바꾸었는지 모르겠다. 원제가 중의적인 면이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은데 말이다.

위대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첫 부인이었던 제인 호킹이 쓴 회고록을 각색해 만든 영화이다. 단순히 유명한 물리학자의 시각이 아니라 주변인들의 고뇌와 고통, 사랑과 불륜 등 여러가지가 담겨 있는 영화.

스티븐 호킹역을 맡은 에디 레드메인은 거의 스티븐 호킹의 코스프레를 한 듯한 완전한 싱크로율을 보여준다. 그의 연기력 덕분에 이 영화의 모든 고뇌가 깊게 다가오는 것이니 이 영화의 1등 공신. 펄리시티 존스는 원래의 제인 호킹보다 외모는 300%쯤 뻥튀기…이긴 한데 역시 그녀가 잘하는 ‘똑똑하지만 고민하는 여자 캐릭터’라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찰리 콕스는 … 제인 호킹의 외도를 합리화 시켜주는 매력 덩어리…이지 뭐…

영화가 평상시에 잘 알려진 스티븐 호킹의 시각이 아니라 제인 호킹의 시각에 가깝게 연출되었다. 그래서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도 나름 참신했다. 이혼 직전 간호사와 스티븐 호킹이 친해지는 부분에서는 섬찟. 그 간호사는 후에 중환자인 스티븐 호킹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정신병자였으니…

어째튼 스티븐 호킹이나 제인 호킹이나 참 힘든 것을 극복하며 살았구나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별 4개.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가 스티븐 호킹을 알게 된건 1990년에 ‘시간의 역사’ 책을 사면서 였죠. 당시 제 능력으로는 그 책의 절반도 이해 못 했지만(절반은 이해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아는 척 했을 뿐이겠죠), 그 때 블랙홀은 그다지 검지 않다는 호킹 복사를 접하고 충격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에 스티븐 호킹을 보게 된 것은 스타트렉 TNG 시즌6에서 까메오로 출연하신 것을 본 것입니다. 처음에는 다른 배우로 재현을 깜쪽같이 했나? 저 몸으로 어떻게 미국 드라마에 출연하지? 하고 생각했는데 진짜더군요. 그리고 여기 저기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에서 의외로 자주 뵐 수 있어서 안심이었습니다. 항상 ‘저 양반 몸이 저래서 일찍 죽으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켠에 있어서 어디든 모습이 나오기만 하면 그가 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반가웠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세상에 없으시군요.

스티븐 호킹은 장애를 이겨내고 인간이 탐험하지 못한 영역을 탐구한, 인간 승리 그 자체였습니다.

명복을 빕니다.

ps.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세상을 떠나고 300년 주년에 태어나서, 아인슈타인 생일에 돌아가셨군요. 우연일 뿐이지만 왠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지는 인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