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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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처럼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라기엔 좀 문제가 있습니다. 컨셉 상 전우치가 의적질 비슷한 걸 하긴 했습니다만, 영화내용에는 안 나옵니다. 히어로라기엔 지가 먹고 노는 것밖에 안 했죠. 전우치가 찾는 청동검과 청동거울도, 사실 악한 화담이 피리(만파식적) 찾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자기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전우치가 사람만 안 죽였지 사회질서 문란행위는 상당히 했죠) 전체적인 소재와 스토리도 ‘아라한 장풍 대작전’과 큰 차이는 없기 때문에 ‘최초’도 아닙니다.

하지만 현대에 도사들의 싸움이라는 컨셉도 역시 재미있는데다가, 배우들의 열연도 볼만합니다. 강동원도 능청스러운 불량 도사 연기를 잘했고, 김윤석은 타짜의 아귀가 너무 연상되긴 했지만, 악당 다운 면모를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 레스토랑 장면은 참 무섭더군요. 임수정은 나이가 몇 살인데 여전히 소녀 스럽군요. 유해진은….김혜수씨랑 사귀고 있다고 하니 일단 색안경 쓰고 봐 집니다만 ㅋㅋㅋ (김혜수씨는 내 초딩때 좋아하던…) 코믹장면도 이젠 뭐…한국영화에 당연하달 수 있겠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권선징악밖에는 큰 주제는 없지만, 좀 생각해 볼 것도 있습니다. 자신이 원래 누구인지 잊고 지내던 초랭이나 화담이 과연 현실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까요? 우리도 사실 어렸을때…아니 가깝게는 몇년 전의 세밀한 기억도 까마득하게 잊고 지냅니다. 그렇다면 내 현재의 모습, 내가 나를 생각하는 것은 진실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진실은 아니지만 가면이나 거짓이 아닌…망각과 부분적인 환생? 음…머리 좀 돌리려니 어렵군요.

어째튼 재미있고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아바타와 나란히 흥행할 만 하더군요.

ps.
신선들이 피리를 합칠 때, 갑자기 주변 배경이 밝아지며 밤에서 낮이 됩니다.
하지만 그 후 계속 낮인 채로 싸움을 계속 하더군요.
왜 갑자기 한밤중에서 낮이 되었는지는 영화적인 설명이 없었네요.

이조판서로 변신해 숨어 있던 쥐요괴가 왜 임수정을 납치하려 했는지도 의문입니다.
임수정한테 만파식적이 있지도 않았고, 임수정의 진짜 정체는 표운대덕이지만, 그건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ps.
백윤식씨가 전우치의 스승인 천관대사 역으로 나옵니다. 오랫만에 보니 즐겁더군요.

ps.
천관대사도 진짜 죽은 건지 좀 애매하게 사라졌고(요다처럼 뿅~ 옷만 남음)
화담도 죽지 않고 족자속에 봉인 되었습니다.
이거 후속편을 만들어도 스토리 상 무난하겠네요.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나.

ps.
영화 보기 직전에 식객2 광고를 하던데…
식객의 ‘요리의 의미를 찾는’ 내용이 아닌 요리대결 전문 영화인거 같아서 예고편부터 좀 실망이었습니다.

ps.
전우치 시사회때 상영한 버전에서는 청계천에서 초랭이가 쥐 요괴를 보고 “아이, 저 쥐새끼, 저거…”라고 하는 장면이 있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오늘 본 영화에서는 그 장면이 없었습니다. 아쉽군요 ㅎㅎㅎ

각설탕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은 읽지 마십시오.

엄마없이제주도의 목장에서 자란 시은(임수정)은 엄마가 가장 아꼈다는 말, 장군이와 함께 자란다. 그러나 천둥이 치던 어느날 장군이는새끼 천둥이를 낳다가 죽게 된다. 시은이는 천둥이를 잘 기르겠다고 각오하지만 아버지는 말에 빠진 딸을 돌려놓기 위해 천둥이를팔게 된다.

2년뒤 시은이는 경마기수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히 학대받으며 광고마차를 끌고 다니는 천둥이와 재회를 하게 된다. 시은이는 윤조교사(유오성)과 노인 마주(백일섭)의 지원으로 천둥이를 경주마로 훈련시켜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천둥이는 큰병에 걸리고 만다. 시은은 천둥이를 은퇴시켜 수술하려 하지만, 천둥이는 달리기를 원한다. 시은과 천둥이는 마지막 경기에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천둥이는 쓰러진다.

변함없이 맑고 여린 소녀의 이미지를 가진 임수정과 순수한 눈을 가진 말사이의 우정. 그리고 예정되어 있는 죽음과 이별. 이번에는말이 시한부냐고 비난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이고 교과서적인 흥행용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이해하기 쉽고 빠져들며마지막에 눈물을 흘리게 하는 영화였다.

말과 함께 80%장면에서 혼자 연기하는 임수정의 연기도 예전의 영화들보다 자연스러웠다. 영화 초반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제주도의풍광도 반지의 제왕의 뉴질랜드 저리가라 할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다. 중심과 주변의 등장인물들의 설정은 마치 달려라하니에 매치시켜도될만한 뻔하고 전형적이다.

인물의 심리묘사도 우수하지만 말의 심리묘사와 연기가 대단하다. 특히 시은이를 발견한 천둥이가 택시를 따라 질주하는 장면은 정말애절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었을 법한 경마를 따라가며 촬영하는 장면도 스릴있다. 하지만 천둥이가 죽을병에 걸려서도 왜시은이와 경마에 나가는 것에 그리 집착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치명적인 병에 걸린 말이 출전이 가능하냐는 현실성 문제 등은 좀아쉽다.

여자친구와 함께 보러간 영화인데, 장군이의 죽음, 천둥이의 택시 따라가기, 천둥이와의 재회, 천둥이의 죽음 등 여러 장면에서그녀와 함께 눈물이 맺힐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근처에 있는 어떤 여자분이 엉엉 대성통곡을 하는 바람에우리가 울 분위기를 놓쳐 버렸다;; 그런거 처음봤는데….그만큼 슬픈 영화라는 뜻도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