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Parasite, 2019)

넷플릭스에 기생충이 올라와서 감상. 워낙 영화를 편식하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 영화도 옥자 이후에 오랫만에 봤다.

봉준호 감독 답게 쉽게 쉽게도 볼 수 있고, 분석하면서 볼 수도 있는 대단한 연출 + 약간의 무리있는 캐릭터도 소화해 내는 송강호의 연기력 + 블랙코메디 + 치밀한 복선 + 기타등등.

재미있으면서도 불편한 영화다. 괴물이나 옥자, 설국열차에서 계급간의 갈등과 혁명을 다뤘다면, 이 영화의 경우는 낮은 계급의 사람들의 악랄함과 수준낮은 자존심, 근거 없는 상류층에 대한 존경, 그리고 자기들끼리 싸우다 망하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물론 상류층의 품위 있어 보이면서 보이면서도 유치함과 얄팍함까지.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기우의 친구인 민혁이다. 그냥 지나가는 캐릭터 같지만 저 영화에서 가장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이다. 그냥 착한친구1로 해석할 수 있지만, 대화 내용을 보면 부자 사모님과 바람난 것일 수도 있고, 그집 딸과 사모님 다 노리고 있는 것 일수도 있고, 그집 딸을 노리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과외자리를 넘긴 것일 수도 있고, 겉보기와 달리 그 친구를 무시하기 때문에 이용해먹으려 과외자리를 넘긴 것일 수도 있고.

뭐 이 영화에 정상적인 캐릭터는 없는 것 같지만.

전세계 상을 휩쓸 자격이 있는 영화이다. 봉준호는 정말 스필버그 이상의 천재이다. 다만 내 취향과 너무 반대쪽에 있는 영화라서 감점. 별 4.5개

그런데 영화 영어제목이 왜 Parasites가 아니라 Parasite일까나.

부산행(2016)

넷플릭스에 작년 최대흥행 국산영화가 뜨다니, 넷플릭스 많이 컸다.

우리나라에 성공적으로 좀비 아포칼립스를 수입한 영화 되겠다. 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는 안 좋아해서 거의 안보지만.

영화 스토리도 잘 짰고, 인물 구성도 괜찮고, 연출도 나쁘지 않은 듯. 특수효과도 그 정도면 괜찮고, 엑스트라들이나 기차들을 동원한 것 등을 보면 여러모로 정성을 많이 들여 만든 영화다. 배우들 연기가 약간 어색한 경우도 있지만 크게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마지막에 공유가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유치한 신파가 등장하지만 아빠로서 용서해 줌.

공유는 딱 평소 연기하던 정도 느낌이라 큰 임팩트를 주지 못 하고, 마동석과 정유미가 나름 개성이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공유의 딸 역인 아역 김수안(캐릭터 이름이 서수안…이야 캐릭터 이름 쉽게 짓는다)이 마지막에 아빠를 붙잡으려 우는 연기도 좀 인상 깊었다. 노숙자역의 최귀화는 연기는 좋았지만, 너무 해결사 캐릭터 느낌이라 별로.

오랫만에 재미있게 본 한국 영화. 마눌님도 좋아하셨다.

 

ps. 공유는 기관차 브레이크를 어떻게 금방 알아 봤을 까…

옥자(2017)를 보고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옥자를 보았다. 재미있고 잘 만든 영화임은 틀림 없는데, 워낙 이슈가 되던 영화라 기대를 해서 그런지 그 정도는 아닌 듯? 점수로 치면 80점 내외를 줄 수 있을 듯하다.

이 영화는 미자라는 순수한 소녀를 통해서 돈을 위해 생명을 장난치는 자본주의와 그 자본주의에 끌려다니는 흔한 사람들, 그리고 그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용기를 가졌지만 역시 어딘가 정상은 아닌듯한 동물보호단체들을 다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화 자체가 5천만 달러라는 대자본을 통해 만들어진 자본주의의 산물이기도 하다. 주변에 옥자를 보려고 넷플릭스에 가입했다거나 결제를 했다는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보아 일단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성공한 것 같다. (넷플릭스 한달 이용료가 영화 관람료와 같으니 당연히 왠만하면 극장보단 넷플릭스 가입을 할 것이다)

배우들 연기도 잘하고, 편집도 좋고, CG도 괜찮고…그렇긴 한데, 영화가 어딘가 엉성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마치 과장된 몸 짓으로 노래하는 뮤지컬처럼, 사람들의 행동이 과장되고, 한가지만 생각하며, 살짝 현실감이 없다. 영화 괴물의 경우처럼 이게 조금씩 웃음을 주긴 한다. 영화의 갈등을 해소하는 수단도 그냥 처음부터 미자가 가지고 있던 금돼지이고, 미란도의 잔인한 행위도 벌을 받거나 한 것도 아니다. 영화는 그냥 애매하게 끝난다. 괴물도 엔딩이 그랬지만.  슈퍼돼지를 도살하는 장면이나 미란도에서 고용한 용병이 ANF를 진압하는 장면 정도를  빼면 무난하고 폭력도 심하지 않아서 넷플릭스답지 않다고 느낄 정도이다.(실제로 12세 관람가 등급이라고 한다)

외국 사람들은 영화 ET를 많이 연상하던데, 뭐 그런 면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옥자와 미자의 우정이 중심이 아니다. 그보다는 개인적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가’ 애니메이션이 연상되었다. 인간의 욕심이 주제이고, 과학과 생명이 소재인 점도 닮았고, 나우시카=미자, 크샤나=루시 미란도, 페지테=ANF, 거신병=옥자 으로 놓으면 반쯤 비슷하다.

어째튼 뭐…영화 자체보다는, 넷플릭스에 더 많은 능력 있는 감독이 영화를 내놓기를, 그리고 한국에서 인기를 얻어 좋은 컨텐츠를 많이 추가해 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ps. 슈퍼돼지라고 해서 일반 돼지보다 몇 십배 크긴 한데, 키우는데 10년이 걸린다면 그다지 생산성이 좋지 못할 것 같다. (보통 돼지는 6개월 키워 도축함)
아마도 미자와 옥자가 가족으로 정 붙이고 하는데 10년은 걸릴거라 생각해서 영화적으로 설정한 것인 듯.

ps. 옥자가 생긴건 하마인데, 디테일은 하마와 무척 다르다.(하마 고기는 맛이 없기로 유명하다고…) 온순하고 발 모양도 다르다. 발 모양은 거의 코끼리 같은데, 아마 여러 동물 유전자를 섞은 설정인 듯.
다만 하마와 완전 똑같은 점이 있는데, 똥뿌리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