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Parasite, 2019)

넷플릭스에 기생충이 올라와서 감상. 워낙 영화를 편식하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 영화도 옥자 이후에 오랫만에 봤다.

봉준호 감독 답게 쉽게 쉽게도 볼 수 있고, 분석하면서 볼 수도 있는 대단한 연출 + 약간의 무리있는 캐릭터도 소화해 내는 송강호의 연기력 + 블랙코메디 + 치밀한 복선 + 기타등등.

재미있으면서도 불편한 영화다. 괴물이나 옥자, 설국열차에서 계급간의 갈등과 혁명을 다뤘다면, 이 영화의 경우는 낮은 계급의 사람들의 악랄함과 수준낮은 자존심, 근거 없는 상류층에 대한 존경, 그리고 자기들끼리 싸우다 망하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물론 상류층의 품위 있어 보이면서 보이면서도 유치함과 얄팍함까지.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기우의 친구인 민혁이다. 그냥 지나가는 캐릭터 같지만 저 영화에서 가장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캐릭터이다. 그냥 착한친구1로 해석할 수 있지만, 대화 내용을 보면 부자 사모님과 바람난 것일 수도 있고, 그집 딸과 사모님 다 노리고 있는 것 일수도 있고, 그집 딸을 노리기 때문에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과외자리를 넘긴 것일 수도 있고, 겉보기와 달리 그 친구를 무시하기 때문에 이용해먹으려 과외자리를 넘긴 것일 수도 있고.

뭐 이 영화에 정상적인 캐릭터는 없는 것 같지만.

전세계 상을 휩쓸 자격이 있는 영화이다. 봉준호는 정말 스필버그 이상의 천재이다. 다만 내 취향과 너무 반대쪽에 있는 영화라서 감점. 별 4.5개

그런데 영화 영어제목이 왜 Parasites가 아니라 Parasite일까나.

택시운전사(2017)

5.18 민주화운동을 거기에 취재간 기자와 택시 운전사를 통해 묘사한 영화.
영화도 재미있고, 5.18의 슬픔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좀 아쉽다.
일단 송강호를 제일 잘하는 캐릭터에 주인공 설정을 그대로 맞춘 듯 하다. 서민적이고, 속물적이고, 꼼수에 능하지만 서서히 영웅으로 거듭나는…변호인의 노무현과 너무 비슷한 연기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택시들과 지프들의 추격전은 마치 ‘액션이 부족하니 일단 하나 넣고, 주인공을 위해 조연들 희생시켜 눈물 좀 짜내자’하는 어거지 느낌이라 너무 별로다.
하지만 워낙 역사적인 슬픔을 다룬 영화라 추천.
특히, 광주 분들에게 듣던 당시 이야기가 영화에 비슷하게 묘사되서 놀랐다. 많은 증언을 참고해 만든 듯 하다.
ps.
토마스 크레치만이 악역의 군인으로 안 나와 나름 연기변신을 한 영화. ㅋㅋㅋㅋ
ps.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4500원에 빌려 봄.

변호인 (2013)

maxresdefault

관람한지는 2주정도 지났는데 이제야 글을 씁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1100만명이 관람을 했다고 하는군요. 이래저래 흥행할지 걱정되었었는데, 볼 사람은 다 본 영화가 되었네요.

영화의 구조적인 면만 봤을 때는 그리 독창적이고 대단한 영화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세속적이지만 능력 좋은 뻔한 사람이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웃기기도 하고 사람냄새 풍기다가 마지막에 변해서 감동을 주는…선생 김봉두 이래 흔한 정석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송강호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고 외치는 것이 광고로도 나오고, 이미 결말 다 아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건 이유가 있을것입니다. 그만큼 국가의 권력 남용이라는게 아직 현재 진행형이고,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도 많고, 정의를 외치며 싸우는 모습이 그리웠겠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그리워 하는 사람도 있을테구요.

그런 영화였습니다. 내용 다 아는데도 감동하며 볼 수 있는.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영화 배우들과 제작진들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ps. 이 영화에서 감독이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기 보다는 송우석이 원래는 ‘저런 빨갱이 새퀴들, 공부나 할것이지’을 말하던 평범한 경상도 사람이었다는거 아닐까. 그런 사람들도 자신이나 주변사람이 억울함을 겪으면 진실을 알게 될거라는 그런 것 말이다.

박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뱀파이어라는 소재만 빼면 딱 ‘타락한 신부와 바람난 아줌마의 치정살인극’입니다. 거기에 뱀파이어라는 양념이 들어가서 충격적인 영상을 보여줄 방법이 마련된 것이겠죠. 영상미와 코메디,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특히…코메디 부분…얼마나 웃긴지 모릅니다. 왠만한 웃긴 영화도 극장안 관객들이 10번 크게 웃음소리를 내기는 힘든 법인데, 이 영화는 그 2배 이상의 웃음소리가 납니다. 하이라이트라면 마지막에 김옥빈이 살려고 발버둥치고 송강호가 동반자살을 꽤하려고 티격태격 하는 장면이 최고로 웃깁니다. 차 밑에 숨어 있다가 ㅎㅎㅎ

김옥빈이 연기를 못했다는 평들이 간혹 있는데, 이해가 안됩니다. 신인 여배우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열연을 했습니다. 좀더 베테랑이 연기해봐야…대사 발음이 좀더 자연스러운 정도외에는 더 연기를 잘하지 못했을 겁니다.

가장 쇼킹한 장면은 송강호의 fire egg 씬입니다. 충격 충격.

신하균 귀신이 돌덩이 안고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들 사이를 거북하게 만드는 죄의식을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표현이 너무 기괴해서 좀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신하균의 표정연기는 참….

아쉬움이 있다면 마지막에 동반자살. 치정살인극이 그런식으로 끝나는건 너무 교과서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판적인 사람들이 거기에서 불만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드보이도 그렇지만 박찬욱 감독은 마지막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