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전쟁 (War of the Worlds,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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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때, 학교 도서관에 SF전집이 있어서 탐독하곤 했다. 그중 가장 유치했던 제목이 바로 ‘우주~’가 붙는 제목들이었다 “우주전쟁” “우주소년” “우주대소동”… 그중 우주전쟁은  화성인이 처들어오고, 인간은 대포로 막아내려고 발버둥치는 식의 유치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엔딩은 마음에 들었다. 첨단 무기를 가진 화성인이 고작 세균들에게 전멸 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참신하고 충격적인 ‘반전’이었기 때문에. 이 소설은 많은 리메이크 소설과 만화, 영화등으로 만들어졌고, 외계인이 지구를 쳐들어오는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시조이며, 한때는 라디오에서 극화했다가 실제상황인줄 알고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까지 일으켰다(순진한 시대였군…)

스티븐 스필버그는 2005년에 이 영화를 리메이크한다. 50년대에 만들어진 같은 제목의 영화는 특수효과 능력이 부족해서 엉뚱한 UFO로 출연시켰지만, 스필버그는 원작소설대로 ‘삼발이’로봇을 등장시켰다. 그것도 아주 기능적이면서 유치해보이지 않게 개조해서. 게다가 스필버그의 특기인 ‘추격전’을 넣고,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제대로 멋진 도망치고 생존하기 스킬을 보여준 탐 크루즈를 기용해서 제대로 달리게 했다. 확실히 추격전과 외계인의 무시무시함은 대단했다.

하지만, 2005년에는 19세기식 반전 스토리는 개그였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마스 어택”의 ‘노래로 화성인 죽이기’는 개그로 웃어주었지만, “우주전쟁”의 심각한 분위기에서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허옇게 말라죽는 외계인은 허무한 엔딩으로 치부했다. 우주전쟁에 대해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의 평은 죄다 “엔딩이 어이없어”였다. 사실 몇백만년을 인류와 지구를 감시하며 침략을 준비했다는 외계인이, 고작 면역을 생각못해서 전멸당했다는건 좀 어이없긴 하다.

게다가 당시 최강의 귀여운 소녀 배우였던 다코타 패닝은 왜 그리 빽빽 소리지르는 것밖에 할줄 모르고, 반항기 아들은 오지랖 넓어서 지가 뭘 하겠다고 군대만 나오면 따라가서 싸울려고 아무것도 눈에 안보인다. 주변에 있는 인물들은 죄다 저만 살겠다고 주인공들을 위협하거나, 엉뚱하게 레지스탕스를 하겠다고 하질 않나, 이쁜 소녀가 보이니까 데려갈려고 하질 않나, 하나도 도움이 안되는 놈들 뿐이다. 헐리우드에서 말썽쟁이라는 탐 크루즈가 영화에서는 불쌍하게 보일 정도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즈굴 대장도 잡던 미란다 오토는 그냥 처음과 끝에만 잠깐 얼굴을 보여준다. 아쉽다. 임신만 안했으면 외계인 부대장정도는 때려 잡아줄텐데.

고전을 리메이크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여러가지로 진부한 영화이기도 했다. 인간을 먹이로 삼고, 큰 소리지르는 삼발이 로봇은 ‘주라기공원’의 공룡의 이미지 그대로이고, 외계인의 내시경 같은 장비를 주인공들이 피하는 모습도 ‘주라기 공원’의 랩터의 눈을 피하는 장면 그대로이고(심지어 거울-반사되는 주방 문짝-의 동일함까지), 과도한 조명 사용은 스필버그의 외계인 표현의 18번이고, 외계인의 외형은 정말 진부함의 극치이다. 영화의 특수효과와 편집은 더할나위없이 깔끔했고, 삼발이와 붉은 식물등의 원작의 요소를 잘 살린 영화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보기로 기대한 것만 확실하게 보여준’ 영화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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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니까 다음 영화부터 출연 안시키지...

 
IMDB http://www.imdb.com/title/tt0407304/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War_of_the_Worlds_%282005_film%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