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Exorcism Chronicles: The Beginning, 2025)

1994년도 쯤에 한두권 봤던 소설 기반의 국산 애니메이션. 예전에 영화가 나왔지만 그건 뭐 흑역사라. 30년 전에 본 소설은 인물 몇명 이름 말고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냥 머리를 비우고 봤다.

돈 들인 국산 애니메이션이 저지르는 실수들 (과도한 기술 투입, 과도한 액션과 감동 연출, 과도한 인물 소개, 과도한 내용과 설정 추가 등등)을 적절하게 억제했다는 것에 가장 점수를 주고 싶다. 영문 제목에 The Beginning 이 들어간 걸로 봐서 시리즈도 계획 중인 듯 한데, 최소한 인물소개에 욕심을 버린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닐듯. 하여간 단순하게 시작해서 깔끔하게 끝냈다.

또한 그래픽이 참 좋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아케인과 너무 닮은 기법인건 단점이지만(제작 시기상 아케인을 베낀건 아니라는데) 그래도 전체적인 품질이 좋게 나왔다. 특히 어두운 장면들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제작 난이도를 조절한 듯 한데 자연스럽게 잘 뽑았다.

단점도 몇가지 있다.

우선 내용이 너무 뻔하다. 뒤 내용이 너무 예상되는 수준이며, 액션도 다들 손으로 수인을 맺으며 에너지나 무기 내보내기, 이현암은 그냥 주먹에 불붙이고 휘두르기, 박신부는 주기도문 외우며 주먹치기가 전부다. 누군가 위험하면 적의 뒤통수를 누가 쳐주고 x반복. 만약 러닝타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무척 지루했을 수준이다.

성우도 몇명을 돌려가며 써서, 어떤 성우는 주요인물 2,3명에 엑스트라 몇명까지 연기하느라 목소리가 너무 겹친다. 잠시 얼굴 몇번 나오는 현승희와 박신부가 구하지 못했다는 미라라는 소녀의 모습은 너무 AI로 만든 캐릭터 같은 디자인인 것도 아쉽다.

내 평점은 3.5점. 볼만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ps. 다른 사람들 평이 좋던 것에 비하면 흥행이 별로인듯. 누적관람객이 44만명이던데, 이미 크게 꺽였다. 내가 일요일 16시 관람인데, 관객이 20여명 밖에 없었다.

ps. 상영 전 광고 영상으로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라는 영화의 예고편이 나오는데, 퇴마록에 앞서서 마동석이 물리퇴마를 하고 있어서 어이 없었다 ㅋㅋㅋ 진짜 마동석이 악마를 때려잡는다고 홍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