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2 (Moana 2, 2024)

모아나1로부터 8년 후에 개봉한 후속작. 작품 내적으로는 3,4년정도 후를 다루고 있는 듯.

그래픽은 훨씬 발전했고, 귀엽고 재미있는 캐릭터가 늘어났지만 그 뿐이다. 겨울왕국의 4원소 설정처럼 세계관을 억지로 늘린 느낌까진 아니지만, 1편에 나온 캐릭터와 설정을 최대한 재활용해서 이야기를 연장했고, 스케일은 커졌지만 위기는 1편의 테카와의 전투보다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에 마우이가 반신의 능력을 잃었다가 금새 다시 얻거나, 모아나가 죽었다가 조상들의 귀신이 모여서 으쌰으쌰 한번 하니 되살아나고 반신의 능력까지 얻는 등… 위기 극복과 반신이라는 개념이 너무 쉽게 다뤄지는 것 같기도 하다.

노래 부분도 나쁘진 않지만 1편처럼 중독성 있는 수준은 못되는 듯.

전체적으로 디즈니가 히트한 작품을 TV판 애니로 후일담과 추가 모험을 풀어놓는 정도의 수준과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 (알고 보니 진짜 TV판을 만들다가 극장판으로 바꾼거더라)

내 평점은 3.5점. 극장에 온 가족 출동해서 비싼돈 내고 본게 아니었으면 4.0정도는 줬을지도.

와일드 로봇 (The Wild Robot, 2024)

Version 1.0.0

내가 본 올해 극장 애니메이션 최고작품. 10월 3일, 롯데 시네마 용산에서 가족들 총출동해 더빙판을 감상했다.

내용은 미래의 인간형 로봇이 배송중 사고로 섬에 불시착해서 여러 사고를 치다가, 곰을 피해 도망가던 중 기러기 가족을 의도치 않게 죽이게 되고, 남은 알을 부화시켜 돌보는 이야기이다. 프로그램되어 있지 않은 것(즉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수행해야 하는 부모의 입장, 입양아를 키우는 부모의 아픔, 갈등, 사랑, 화합 등 여러가지를 담은 감동적인 작품.

현실성은 그다지 없는 작품이다. 로봇이 동물들의 언어를 며칠 학습하면, 동물들과 인간과 비슷한 급의 대화가 가능한 동화적 세계관이다. 그런 것만 살짝 내려놓고 본다면 정말 재미있게 보는게 가능하다. 브라이트빌이 인간들의 농장에서 로봇에게 들키는 사고를 쳐놓고 갑자기 리더가 되서 기러기들을 잘 이끄는건 너무 뜬금없긴 한데 주인공버프라고 생각하고 패스…해야겠지?

3D그래픽이지만, 마치 유화로 그린듯한 디테일이 있는 그림체를 사용했다. 드림웍스가 “장화신은 고양이: 끝내주는 모험”에서 사용한 기술인데 더욱 정교하게 발전해 있다. 그래서 디즈니와는 또 다른 정겹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특히 로봇을 제외하고는 거의 자연물인 이 작품에서 더 장점을 발휘한다.

한국어 더빙판을 봤는데, 디즈니와 비슷한 급으로 더빙 완성도가 높다. 원래의 목소리를 못듣는 게 크게 아쉽지 않은 수준.

아이와 함께 감상 가능하면서 좀 감동적인 애니메이션을 찾는다면 추천. 내 평점은 별 5개.

더 퍼스트 슬램덩크 (THE FIRST SLAM DUNK, 2022)

어렸을 때 봤던 슬램덩크의 북산-산왕전을 3D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우선 3D로 만들었지만 만화책의 캐릭터가 그대로 튀어나온 듯한 재현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카툰 렌더링된 3D인 덕분에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는 약간 아쉬웠던 농구의 움직임이 아주 잘 살아 있고, 알아보기가 좋았다. 전체적인 농구 내용도 원작을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다만 아쉬움도 있다.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도 좋고, 원작에는 없던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를 넣는 것도 좋지만, 너무 그게 잦다. 무슨 공격-방어 한번 하면 그때마다 인물들의 과거를 보여주는데 흐름이 너무 끊긴다. 그걸 절반정도만 줄여주거나, 후반에는 게임에만 집중했으면 지루하진 않았을 듯.

그리고 중심이 송태섭으로 넘어간 부작용으로, 작품의 유머가 90%가 실종되어 버렸다.

하지만 내 평점은 추억보정으로 별 4개.

인사이드 아웃 2 (Inside Out 2, 2024)

침체된 디즈니-픽사의 반짝 흥행작? 9년만에 나온 인사이드 아웃의 후속작을 가족들과 함께 봤다. 사실은 16일에 봤지만 이제서야 씀.

주요 내용은 라일리가 2살 더 먹고 사춘기(중2병?)이 제대로 와서, 감정들의 본부에 새로운 감정들 – 불안, 부럽, 따분, 당황, 추억(몇초만 나옴)등이 생기고, 불안이가 쿠테타를 일으켜 기존 감정들을 추방해 버린 이야기.

1편처럼 라일리가 바뀐 환경에 방황하고, 본부에 되돌아가기 위해 감정들이 고생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 반복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리고 블루피나 파우치, 랜스 같은 웃기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지만, 1편의 빙봉만한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불킥하게 하는 흑역사들을 잊고, 좋은 기억들만으로는 올바른 성장을 할 수 없다는 것, 불안한 마음만으로는 여러 무리를 하게 된다는 것 등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여전히 인사이드 아웃 답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가장 훌륭한 묘사는 역시 불안이가 상상력들을 동원하자 망하는 상상을 계속 하게 되서 라일리가 잠을 못자는 부분. 누구나 겪어봤을 것을 인사이드 아웃 답게 풀어가는 점이 좋았다. 1편처럼 여기저기 이런 디테일들이 넘친다.

내 평점은 별4.5개.

위시(Wish, 2024)

그냥 평범한 회사의 평범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었다면 뭐 볼만했네 하겠는데, 이건 디즈니의 100주년 애니메이션이잖아? 정말 좀 심각하다.

작품 속 악역인 매그니피코 왕은 모든 것을 자기가 통제하려고 하는 욕심이 가장 강한 힘을 가지려는 욕심이 되고, 결국 남의 힘을 빼앗는 욕심이 된다.

그런데 그걸 주제로 삼겠다는 디즈니가 욕심을 내다가 이 작품을 망쳤다. 주인공이 공정해야 하고, 공주는 좀 구식으로 보이니 안하고, 여성들의 훌륭한 점을 보여주고, 지나치게 폭력적이지 않고, 악역은 지나치게 나쁘기보다 권위적인 면을 보여주고, 가족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노래도 많이 집어넣고, 지금까지 디즈니 작품들을 최대한 오마주하고 등등…

그런 디즈니의 욕심 덕분에 캐릭터도 애매해지고, 이야기 전개도 애매해지고, 다 애매해졌다고 생각된다.

너희들 작품 중에 성공 모델이 있잖아. 겨울왕국. 왜 그거 발치도 못 따라가냐?

내 평점은 별 2.5개. 최근 디즈니 중 최저. 디즈니 르네상스 2탄(디즈니 리바이벌)은 끝났어.

배드 가이즈 (The Bad Guys, 2022)

미국식 범죄 액션 영화를 동물 나오는 코믹 애니메이션으로 바꾸면 이 작품일 듯.

유명한 도둑 집단인 주인공들 나오는 그저 웃긴 내용이지만, 결국 세상은 ‘착한 놈’ ‘나쁜 놈’이라는 선입견을 어떻게든 이용하려는 진짜 나쁜 놈이 있기 마련이고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캐릭터 설정이 꽤 좋아서, 그 캐릭터를 이용한 웃긴 장면이 무척 많이 나온다. 엄청난 덩치의 상어가 변장의 대가라는 설정이라 콧수염만 붙여도 어이없게 다들 속는다거나, 여자도 아니면서 여자 옷 입고 애가 나와요! 한마디에 시선을 다 끈다거나 하는 식.

그리고 어찌 보면 뻔하지만 적당히 먹힐 정도의 반전을 여럿 넣어서 흥미를 잃지 않는 전개를 보여준다. 전형적인 것과 새로운 면을 잘 섞었달까.

재미있는 점은 주토피아처럼 동물들이 사람처럼 사는 세상이고, 주요 캐릭터들은 다 동물이지만, 진짜 인간들도 있고, 그저 먹이나 애완동물인 동물들도 있다.

내 평점은 별 4개.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넷플릭스 사용자는 꼭 보시길.

씨 비스트(The Sea Beast, 2022)

모아나 캐릭터 구성에 드래곤 길들이기와 포경선 소재를 추가하면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모아나와 뼈대가 비슷하고 여러 개그장면 느낌등이 여태까지 만들어진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중에 가장 디즈니스럽다.

캐릭터들이 특히 매력적이고, 과거의 포경선에 대한 낭만(?)도 잘 살렸으며, 사실은 포경이 나쁜거였다는 내용도 잘 담아내는 등 여러모로 주제나 내용 다 잘 잡고 있다.금

다만 연출적으로 용두사미의 아쉬움이 조금 있다. 왕실에서 괴물들을 나쁘게 만들어 사냥하려 한 동기가 좀 애매하고, 그렇게 당하도록 빨강이가 착한 채로 남아 있다가 공격당할 때만 분노한다거나 사람말을 잘 알아듣는 등 뭔가 개연성이 애매하긴 하다. 마지막에 왕실의 음모가 드러났을 때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착한편이 되는 것도 좀 ㅎㅎㅎ 진정한 환타지랄까. 거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방금전 까지도 괴물들에게 원한이 있던 사람들인데.

한국어 더빙도 디즈니급으로 잘 되어 있어서 가족 모두가 즐기기 좋은 작품이다. 추천. 내 평점은 별 4개.

특히 퍼랭이 귀여움.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Onward, 2020)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 중에 내가 유일하게 개봉당시 모르고 지나갔던 작품. 아니 개봉한 줄은 알았는데, 픽사 작품인 줄은 몰랐고, 픽사 것인 줄 알았을 때는 이미 극장에서 내려갔다. 코로나19 때문에 극장 가기도 애매했고. 이번에 디즈니+에서 봄.

이 작품은 인간은 없고, 엘프가 주역이고, 각종 환타지 종족(켄타우로스, 만티코어, 사이클롭스, 스프라이트, 유니콘 등등)이 있는 환타지 세상이 현대의 21세기 처럼 발전해서 마법을 잃어버린 세상이 배경이다. 길고양이 대신 유니콘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나는 법을 잃어버린 스프라이트는 오토바이 타고 폭주족 하고, 켄타우로스는 뛰기보다 차 타고 다니는 걸 좋아하고…등등. 그냥 미국에다 환타지 종족만 얻어놓은 설정이다.

주인공은 어릴 때 아빠가 돌아가셔서 엄마, 형과 사는데 형은 환타지 매니아 사고뭉치이고, 본인은 소심해서 아무것도 못한다. 그 와중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마법 지팡이와 주문을 남겨서 아버지 본인을 하루동안 소환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실수로 아버지는 다리만 소환된다. 이제 마법에 소질은 있지만 마법을 모르는 주인공과, 마법에는 빠삭하지만 마법 소질은 없고 디테일한 설정에만 빠져 있는 주인공 형이 하루동안 아버지를 제대로 소환하기 위한 모험이 펼쳐진다.

결국은 아버지가 그리워서 시작한 모험이, 아버지 자리에 형이 있었음을 깨닫게 되고 형제애, 가족애, 본인의 자신감등 많은 것을 회복하게 되는 이야기.

이야기도 좋고, 주제도 좋고, 캐릭터도 좋고, 웃기고, 그래픽도 좋고, 음악도 좋고 여러모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다만 배경 설정이 너~~무 미국적인데 거기에다 미국식 환타지 설정이 가마되어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받아들이기는 좀 아쉽. 다만 철저하게 상업주의에 빠져 있다가 자신의 본성을 되찾고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열일하는 착하고 무서운 만티코어 아줌마는 아주 웃겼다. ㅋㅋㅋ

내 평점은 별 4.5개.

고장난 론 (Ron’s Gone Wrong, 2021)

디즈니+에 이번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디즈니에서 만든 것 치고는 캐릭터 디자인이 좀 다르네? 했더니 디즈니가 아니라 20세기폭스에서 만든거더라. 뭐 이젠 20세기 스튜디오지만.

재미있고, 웃긴 장면도 많고,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 방송에 빠져서 실제 친구를 만나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을 비판한다거나, 친구는 모든 것을 아는게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라는 것을 알려준다거나 하는 주제도 좋다.

다만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비유나 인공지능 로봇의 악용이라거나, 악역인 회사의 본사를 주인공들이 잠입한다거나, 순진한 로봇이 사고를 치는 것 등등 많은 묘사가 너무 전형적이다. 내가 여기 블로그에 쓴 것만 해도 넥스트 젠,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등등… 너무 우려 먹는 듯.

그리고 “압살롬↗”하는 론의 대사가 너무 뇌리에 남아서, 등장인물들 이름이 하나도 기억에 안남는다 ㅋ

내 평점은 별 3.5개.

엔칸토: 마법의 세계 (Encanto, 2021)

처음에 듣고 구두 브랜드 엘칸토인줄 알았던 애니메이션.

할아버지의 희생으로 가족을 지켜주는 마법이 생겨나고, 그 마법이 사라질 위기가 닥쳐서 주인공이 그걸 해결해 나가는 내용. 유일하게 마법 능력을 받지 않은 주인공이 사실은 그 열쇠였고, 능력 좋은 가족들도 다 두려움이 있고…등등 뭐 그런거.

제작진 좋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그래픽도 대단하고, 노래 좋고, 캐릭터들도 좋고…다 좋은데 재미가 없다. 전체적인 내용이 그렇게 참신한 것도 아니고, 캐릭터가 많아서 복잡하고, 무엇보다 확실한 악당과 심각한 위기(고작 평범한 마법없는 가족이 되고 집 무너진 정도)가 없어서 그런 듯.

가족들끼리, 특히 대가족인 집에서 같이 보면 무난무난할 그런 작품이다.

내 평점은 그래픽이 너무 내 취향이라 추가 점수 줘서 별 3.5개.

ps.
단편 나무 저 너머에(Far From the Tree)는 부모가 된 입장에서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