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송의 프리렌(葬送のフリーレン, 2023-2024)

오랫만에 보게 된 일본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넷플릭스로 감상.

요즘 유행인 이세계나 먼치킨물이 아닌 개성있는 애니이다. 배경은 전형적인 판타지물인데 주인공은 불멸자인 엘프 프리렌이며, 그녀와 마왕을 물리친 동료들이 늙어 죽고나서 프리렌이 그들에 대해 돌아보고, 새로운 제자와 동료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시간의 흐름이 프리렌 기준이라 엄청나게 느릿한 진행을 하다가도 1화만에 몇십년, 몇년씩 지나가 버린다는 것도 특징. 거기에 유머와 개성있는 조연들이 나와 이야기의 짜임새가 좋다.

인생에 대해 되돌아보는 나이가 되면 다르게 느껴질 그런 작품. 느긋한 진행도 마음에 든다.

총 28화 구성인데, 현재 19화까지 공개가 되어 있고, 매주 1편씩 공개 중이다.

ps. 10화가 정말 하이라이트였다. 마족을 속이기 위한 1천년간의 빌드업 ㅋ

스즈메의 문단속 (すずめの戸締まり, 2022)

따님과 어제 롯데씨네마 신림점에서 본 애니메이션.

신카이 마코토의 이전 두 작품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과 무척 비슷하게 재난을 소재로 그것을 주인공의 희생으로 막는 과정과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들이 서로 이별을 극복하려는 과정을 같이 그려가는 작품이다. 신카이 마코토의 게임 화면같이 엄청난 색상의 그림들은 기본.

“날씨의 아이”, “너의 이름은”과 다른 점은 좀 더 일본적이다. 일본의 토속 신앙과 지진이 소재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약간 이해가 덜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봤다. 역시 볼거리도 좋고, 액션도 좋고, 다이진과 의자 소타등 귀여운 캐릭터들도 나오고, 주인공들의 마음의 상처를 연출적으로 다루는 부분도 훨씬 능숙해 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역시 캐릭터들이 좋아하게 된 과정이 묘사가 어설프다. 소타가 잘생겼다는 묘사는 여러 번 나오지만 그것 뿐? 다이진은 왜 스즈메를 좋아하는 걸까? 음식을 줘서? 음…

하여튼 요즘 디즈니도 지브리도 작품도 시원치 않은데, 3년마다 나오는 선물같은 애니메이션이다.

따님도 만족해 하셨음. 내 평점은 별 4.5개.

ps. 귀여운 캐릭터들을 넣다니. 이제 돈 벌 줄 도 아네?

ps. 유명한 애니메이션들의 음악이 많이 나온다. 특히 마녀배달부 키키. 다이진도 키키의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너의 이름은. (君きみの名なは。, 2016)

따님이 지브리 이외에 처음 본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자, 내 경우는 ‘초속 5센티미터’ 이후 15년만에 본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 넷플릭스에서 봤다. 6년 전에 이거 개봉했을 때 참 흥행해서 난리였는데 그 당시에는 세월호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재난이 소재로 나오는 영화는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다.

이 작품을 보고 신카이 마코토가 이제 흥행작을 만들 줄 알게 되었구나 싶었다. 이전에는 뭔가 현실이 아닌 일본 미소녀연애 게임에 나오는 듯한 세상에다가 비현실에 한발 걸쳐 있는 몽환적인 주인공들이 나오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현실적인 세상과 현실적인 주인공들이 나온다. 한쪽이 이미 멸망한 과거의 인물이어서 서로 닿을락 말락하며 이어지지 않고 있는 남녀라는 점은 이전 작품들과 맥락이 같지만 러브 코메디 같은 느낌도 더해졌다.(남녀가 바뀌는 상황으로 웃기는 러브 코메디는 여러 작품이 있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의 그림과 이야기이면서 팬들 뿐 아니라 대중들도 한번 쯤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는 아마도 지진과 세월호라는 재난이 있어서, 그것이 연상되는 면이 많아 흥행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나름대로 재난을 극복하고 인연을 다시 만들어가는 그런 작품을 기획했던 것 같다.

원래는 귀멸의 칼날에만 빠져 있던 따님은 이 작품을 보고 감동해서 ‘날씨의 아이’까지 연달아 보았다. 다만 만 10살이라 아직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는 듯. 12세 관람가니까 뭐…

내 평점은 별 4.5개.

힐다, 산속의 왕과 마주치다(2021)

힐다 시즌2와 이야기가 이어지는, 마지막 에피소드. 이걸 극장판처럼 설명하는 리뷰어가 많지만, 1시간 20분정도의 러닝타임으로 매우 짧고, 그림 수준도 원래 시즌 1,2와 똑같은데다, 이야기가 바로 시즌2와 이어지기 때문에, 특별 피날레 에피소드 2개 분량이 더 만들어졌다고 보면 된다.

전쟁론자인 경비대 대장이 빌런의 역할인데, 결국 트롤의 눈을 경험해 보고나서야 생각이 바뀌게 되는 것이 허무하고 단순하지만 힐다 다운 해법이었다. 현실에서도 그렇게 한방에 서로를 알게 해주는 아이템이 있다면, 많은 갈등이 해소될텐데.

이제 개성넘치는 힐다의 모험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분명 자라면서 더 많은 사고를 칠텐데, 못 보는게 너무 아쉽다.

고장난 론 (Ron’s Gone Wrong, 2021)

디즈니+에 이번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디즈니에서 만든 것 치고는 캐릭터 디자인이 좀 다르네? 했더니 디즈니가 아니라 20세기폭스에서 만든거더라. 뭐 이젠 20세기 스튜디오지만.

재미있고, 웃긴 장면도 많고,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 방송에 빠져서 실제 친구를 만나는 기회를 잃고 있다는 것을 비판한다거나, 친구는 모든 것을 아는게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사이라는 것을 알려준다거나 하는 주제도 좋다.

다만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한 비유나 인공지능 로봇의 악용이라거나, 악역인 회사의 본사를 주인공들이 잠입한다거나, 순진한 로봇이 사고를 치는 것 등등 많은 묘사가 너무 전형적이다. 내가 여기 블로그에 쓴 것만 해도 넥스트 젠,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2 등등… 너무 우려 먹는 듯.

그리고 “압살롬↗”하는 론의 대사가 너무 뇌리에 남아서, 등장인물들 이름이 하나도 기억에 안남는다 ㅋ

내 평점은 별 3.5개.

요즘 보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들

아케인.

LOL의 몇몇 캐릭터의 배경스토리를 다루는 것 같은데, LOL은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몰라도 재미있다. 그림체도 마치 “러브, 데스 + 로봇”의 “무적의 소니” 에피소드 느낌이 조금 나는 3D+페인팅 느낌이다.

다만 사회계층 + 정치 + 흑화되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는 부분이 아니라서 애매.

은밀한 회사원

음모론 총집합 코미디 애니메이션. 릭 앤 모티를 좋아했다면 꼭 보기를.

이누야샤

보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못 본 건데 떴네?

넥스트 젠 (未来机器城, 2018)

넷플릭스에서 찜해놓고 잊어먹고 있다가 이제야 본 애니메이션. 중국 애니메이션이라 기대 안했는데 의외로 재미있네?

로봇 디자인들도 귀엽고, 자잘한 유머도 좋고, 마지막 로봇들의 결투는 로봇 버전의 슈퍼히어로 대결 같아서 좋았다.

단점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너무 흔한 클리세(로봇의 반란 + 고장난 착한로봇 ET와 주인공이 친구먹기 + 주인공은 망가진 가정 + 악당버전 스티브잡스) 범벅이라는 것과, 주인공이 학폭 피해자이면서 전투력 좋은 로봇 하나 생겼다고 바로 학폭 가해자가 된다는 것. (후자쪽은 의외로 현실성 있을지도?)

주인공 로봇은 베이맥스 + 트랜스포머식 복잡하게 변신하는 무기를 가진 디자인인데, 그것 뿐 아니라 고장나서 제한된 메모리로 주인공과의 추억을 지키려는 고민이 깔려 있어서 나름 입체적이다.

내 평가는 별 4개.

중국 애들 만만히 보면 안되겠어.

ps. 악당 버전 스티브 잡스인 최종보스는 AI에게 죽임 당하고 바꿔치기 당한거였지만, 마음씨 착한 엔지니어인 뚱보 동업자(워즈니악?)를 괴롭히다 죽이는 거 보면 노렸구만 노렸어.

간츠: O (GANTZ: O, 2016)

넷플릭스에서 오늘까지 시청 가능한 작품이길래 감상.

만화책을 영상화 한 일본 애니메이션 중 최고 걸작이라는 평이 있던데, 나는 원작을 모르니 딱히 감흥이 없다. 그냥

얘 예쁘네… 이것 뿐. (우리나라 분이 모델링 했다더라)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이 볼 것은 그래픽과 캐릭터, 액션인데, 일단 그래픽은 상당히 훌륭하다. 그리고 캐릭터는 너무 전형적이다. 정의로운 미남 주인공에 미녀 캐릭터에, 혼자 잘난 캐릭터에… 거기에다 액션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는 힘겨루기이라서 원펀맨 애니메이션이 더 재미있을 지경. 주인공들이 쓰는 무기들이 대부분 쏘고 나면 몇 초후에 적용되는 식이고, 맨날 무기 떨어트리고 그걸 주우려고 슬라이딩 점프하는게 일상이다. 아마 시원시원한 칼질 액션을 위해 발사형 무기를 답답하게 너프시킨 듯.

적들 대부분이 등장 인물들에게 한두번에 격파되는데 최종 보스만이 계속 살아나며 무시무시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종보스도 원작을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다른 모양으로 되살아나는 징그러운 놈일 뿐이라 딱히 매력이 없다.

역시 이런 작품은 원작을 모르면 재미가 반감되는데, 배틀로얄 장르나 더러운 괴물 나오는 작품을 딱히 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패스. 내 평가는 별 2개.

힐다 시즌2

우와…대박 반전.

해피엔딩인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힐다가 체인질링을 당하다니…

저렇게 끝나는 것을 보니 시즌3가 나올 것이 확정된 모양인데, 힐다라면 어떻게든 극복할 것 같지만, 참 충격의 엔딩이다.

따님이랑 같이 보다가 소름 돋았음.

시즌2는 시즌1과 분위기가 참 다르다. 시즌1은 힐다가 이사를 해서 정서적인 어려움과 외로움을 겪다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중심이었는데, 시즌2는 그냥 모험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팔이나 목이 뎅겅하는 전쟁이 묘사된다거나, 시간 벌레에게 주요 캐릭터들이 한입에 먹힌다던지 내용이 상당히 과감해졌다. 시즌1의 소소한 영상미에서 벗어나서 화려하고 규모 있는 영상미를 강조한 장면도 많은 편.

마루 밑 아리에티(借りぐらしのアリエッティ, 2010)

넷플릭스에서 감상.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 중에 따님이 볼만한 작품이길래 선택.

영국의 동화작가 메리 노튼의 The Borrowers 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내가 어렸을 때 집의 틈새에서 사는 소인들이 인간들의 물건을 훔치면서 ‘빌린다’고 고집을 부리며 표현하는 내용들의 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이 있었는데, 같은 원작인 듯.

감독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이다. 실력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클론이라고 들을 만큼 출중한데, 각본 능력만큼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전수하지 않았는지 부족해서 그게 문제라는 감독. 각본은 다른 사람이 하면 되잖아? 하고 생각하기 쉬운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그게 안되나 보다.

하여튼 덕분에 딱 미야자키 하야오의 젊은 시절의 신선함이 느껴지는, 그러면서 산뜻한 작품이다. 소인의 아기자기한 삶을 볼 수 있고, 적당한 위기도 있고, 어린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며 어른들을 속이는 것과 비슷한 스릴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다. 로맨스와 우정이 반반 섞인 주인공들 간의 순수한 관계도 묘미. 중간중간 나오는 컨트리 송 같은 노래도 좋은 느낌이다.

내 평점은 별 4개. 추천.

따님 왈. “왜 만화에는 아파서 시골에 쉬러 가는 게 많이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