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단순 고용인이 아닌, 자신의 작품을 만들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거장 영화감독에게는 한두개정도 자신의 자아를 표현한 듯한 영화가 있다. 예를 들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붉은 돼지”같은것 말이다. 스필버그에게 그런것을 찾는다면, 바로 ‘미지와의 조우’이다. ‘미지와의 조우’는 ‘죠스’의 대성공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든 경우였다.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보여줄때도 당시 꺼려지던 장르인 SF인걸 속여서 관철시킬 정도 였고, 시나리오 작가들이 다듬은 시나리오도 스필버그 자신이 도로 다시 썼으며, 촬영때도 실내 스튜디오에서 철저한 보안속에 촬영을 했다. 나중에 시일과 예산문제로 자신이 원하는데로 편집하지 못하고 개봉한 것을 아쉬워해, 감독판이나 스페셜 판, DVD울티메이트판 등으로 여러번 편집을 교정해서 내놓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은 그 자신이 어렸을때 만들었던 UFO 단편 영화에 뿌리를 두고 있고, 나중에 만들어진 ‘ET’나 ‘테이큰’도 결국 이 ‘미지와의 조우’의 변주곡에 해당할정도로 닮아 있다.
전기수리공인 로이는 가정에서 정신없는 아이들에게 치이고, 살림살이에 힘든 아내에게 구박당하는 힘없는 남편이다. 그는 어느날밤 정전 소식에 차를 타고 수리를 갔다가 강력한 빛에 휩싸여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빛을 내는 UFO들은 그날 그 도시에 대규모 정전을 일으키며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다. 로이는 그날 이후 무언가의 강한 이미지에 홀려 계속 탑같은걸 만들려 하고, 그의 변화에 두려운 가족들은 친정으로 떠나버리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다. 로이는 때때로 정신을 차려 가정을 되돌리려 하지만 역부족. 한편 로이와 같이 UFO를 구경했던 싱글맘 질리언도 같은 이미지에 시달린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UFO와 함께 자신의 아기까지 사라진다. 이 둘은 그 탑 이지미가 와이오밍주의 데빌스타워 라는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을 향한다.
그러나 이미 그곳은 정부가 외계인을 만나기 위해, 가짜 가스 누출 사고를 일으켜 주민들을 몰아낸 후였다. 로이와 질리언은 그곳에 도달하지만 끝내 군부대에 잡히고 만다. 그곳에서 만난 랑콤 박사는 그들이 진짜 외계인에게 초대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부가 하는 일을 되돌릴수는 없다. 로이와 질리언은 끝내 그곳을 탈출하고, 군부대에게서 도망치며 겨우 산정상을 넘는다. 그곳에서는 UFO와 정부측 기지가 접촉을 하고 있었고, 화려한 외계인들의 모습들 사이로 납치된지 수십년된 사람들이 그때 그 모습으로 되돌아 온다. 질리언은 자신의 아이를 찾고, 로이는 정부측에서 선발된 특수요원들을 제치고 외계인들에게 선택되 아름다운 우주선에 오른다.
영화는 처음에 주인공 로이 니어리의 가정문제(아버지로서의 권위가 문제되는 스필버그식 가정)로 시작해서, 그가 빛나는 UFO를 만나 매달리면서 가정이 깨지는 장면을 마치 긴급출동 SOS처럼 가까이에서 자세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외계인을 위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당연하다는듯이 침해하는 정부와 군, 그 거짓에 쉽게 휩쓸리는 국민들, 그와중에 진실을 추구하는 주인공과 여주인공(납치된 아기 엄마)의 모습등은 이후 많은 미스테리 영화의 클레셰로 재활용된다. 그리고 스필버그가 특수효과 담당에게 “빛으로 가득찬 도시”라고 주문했던 마지막 하이라이트 UFO의 모습과 정부측과 외계인의 음악 교류는 정말 몽환같고 다른 세상 풍경인것처럼 아름답게 영화를 마무리한다. 특히 인간과 외계인이 음악을 주고 받으며 통신하다가 합주를 하는 모습은 마치 Electric Dreams 에서 여주인공과 컴퓨터가 음악을 주고 받다가 합주하며 사랑이 싹트는 장면처럼 멋지고 감동적이라 할수 있다.
‘미지와의 조우’라는 한글 제목은 영화의 신비감, 즉 미지의 요소와 만난다는 내용을 반영하고 있지만, 원제를 전부 살리고 있지는 못하다. 원제의 ‘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를 번역하면 ‘세번째 종류의 근접 조우’인데, 첫번째가 목격이고, 두번째가 증거입수, 세번째가 직접 대면이라는 미스테리나 UFO현상등의 분석에 쓰이는 사건 프로세스를 가르키는 용어이다.
‘미지와의 조우’는 스필버그가 ‘죠스’의 성공으로 최고의 기대주일때 제작되었기 때문에, 당시 망해가던 컬럼비아 영화사로서도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을 극장가에서 선매방식으로 끌여들여 제공했고,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등의 특수효과를 맏은 더글라스 트럼벨등의 스텝들과 제작 전반에 대한 재량권을 감독 스스로가 휘두를수 있었다. 신비롭고 강렬한 음악에는 조스와 함께 유명해진 존 윌리암스가 맡았다.
주연 배우는 ‘죠스’부터 ‘영혼은 그대 곁에(올웨이즈)’등에서 후에 스필버그와 함께하는 리처드 드레이퍼스, 그리고 정부측 지휘자로 프랑스인 박사 역을 맡는 프랑스와 트뤼포(이 사람, 작가, 감독, 배우, 제작등을 상당히 많이한 유명한 프랑스 사람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84년에 죽었다.)가 연기했다. 배우들도 스필버그가 평소에 맘에 두던 사람들 모아 놓고 찍은 티가 난다고나 할까…
이 영화를 보면, 스필버그가 단순히 오락영화의 귀재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그것으로 부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주제와 아름다움을 어떻게 이끌어가는지 알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단순히 특수효과 잘써서 눈요기만 잘 보여주는 감독(심모씨 같은)이 아니라 쉰들러리스트 같은 무게있는 영화부터 인디아나존스 같은 한없이 가벼운 영화까지 폭넓은 영화를 만들면서, 꾸준히 깊이 있는 캐릭터 표현과 독창적인 소재를 추구하고, 그 둘 사이에 끈끈한 이어짐을 잘 그려냈던 감독이다. 그의 대표작 ‘미지와의 조우’는 그의 영화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했고 가장 먼저 감상문을 쓰는 영화이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075860/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Close_Encounters_of_the_Third_K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