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TV판 Stand Alone Complex는 2기의 암울한 분위기도 마음에 안들지만, 더욱 마음에 안드는 장면이 있다. 바로 사고전차인 타치코마의 가미카제 공격이다. 1기에서는 바트를 지키기위해 특수부대의 아머슈트를 공격할때 자살하고, 2기에서는 일본에 떨어지는 핵미사일을 막기위해 자신들의 인공지능 회로가 탑재된 인공위성을 추락시켜 미사일을 격추해버린다.
이들의 자살공격후에 주변인물이나 주인공들의 입에서는 그들이 인공지능이었지만 고스트(영혼, 자아)가 있었음을 기리는 대사들이 나온다.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서 자살을 해서 많은 사람을 지킨 살신성인이기 때문에 숭고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째서 고스트가 그런식으로 증명이 된 것처럼 표현될까. 이것도 또 다른 자살 미화가 아닐까.
전투요정 유키카제에서는 주인공 후카이와 전투기인 유키카제는 인류측의 마지막 카드로서 출격해 핵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마지막에 기자의 차 백미러로 후카이의 살아있는 듯한 그림자가 비치지만 그것으로 위안받을 수 있을까?
영화 아마게돈에서, 죽기 힘든 역만 맡는 부르스 윌리스는 자기 딸의 애인을 구하기 위해 대신 핵폭탄의 스위치를 눌러 다가오는 소행성을 절단낸다. 이유와 목적은 숭고하지만, 왜 영화나 애니매이션에서 그런식의 상황을 만들어야 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나.
세상에는 자칭 타칭 큰 의리와 목적을 위해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 테러, 자살폭탄을 비롯해서, 심각한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하는 분신자살,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하는 자살…등등. 특히 자살을 하면 남에게 책임이 돌아가고, 그 자살한 사람의 결백을 믿어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큰 목적을 위해 자살하는것을 의롭게 쳐주는 문화… 문화 상품이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왠지 기분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