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신극장판(攻殻機動隊 新劇場版, 2015)

공각기동대 신극장판은 “공각기동대 ARISE” 시리즈를 마무리, 요약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그래서 스토리, 설정이 공각기동대 ARISE에서 이어지며 공안9과가 창설되는 과정을 다룬다.

그리고 원작 만화의 시작이 바로 공안9과 창설이기 때문에, 절묘하게 원작만화의 시작부분을 오마쥬하며 끝을 낸다. 원작 만화 팬들에게는 큰 선물일 듯.

그 외에는 좀 애매한 작품이다. 일단 공각기동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해도 프리퀄인 공각기동대 ARISE를 보지 않으면 많은 부분이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다. 봤다고 해도 공각기동대 ARISE에서 바뀐 설정(캐릭터의 성격이 다르거나, 독자적인 악당 캐릭터와 배경 등)이 기존 시리즈와 많이 다르다. 아무리 고스트니 의체니 중얼중얼 거려봐야 ‘내 공각기동대는 이렇지 않아’라는 느낌이 여기저기 느껴지는 수준.

기본적인 스토리도 왜 저 캐릭터가 저런 짓을 했는지 당위성이 없다. 매번 할 수 있으니까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건 악당 범죄자도 그렇고, 주인공의 조력자도 그렇다. 인형사 떡밥을 좀 깔아 놓는 것 같지만 그 외에는 없다. 좋은 소재를 인물과 스토리에서 받쳐주지 못하고 ‘멋지지?’ 하며 소모하는 느낌이다.

역시 공각기동대 ARISE 시리즈와는 나는 안 맞는다.

스칼렛 요한슨의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Ghost in the Shell, 2017)

공각기동대의 껍데기에 로보캅의 내용을 집어 넣은 괴작.

이 영화, 정말 이상하다.

일단 영화의 비주얼 적 요소는 정말 수준이 높다. 그냥 높은게 아니라, 공각기동대의 골수 팬이 아니면 절대 만들어 낼 수 없는 비주얼이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원작 만화와 그동안 나온 극장판과 시리즈들에 나오는 모든 비주얼 요소를 취합해 놓았다.  비주얼만으로 평가한다면 99점짜리 실사 영화화라 할 수 있다. (1점은 알아서 판단)

하지만 그 외의 캐릭터 설정, 스토리, 주제는 전부 말아 먹었다.

가장 중요한 쿠사나기 모토코의 설정 부터 글러먹었다. 원래 원작 만화에서는 쿠사나기 모토코는 능력이 좋을 뿐인 특수부대 해커다. 임무 도중 인형사를 만나기 전에는 사실 평범하다.(한스: 하지만 매력은 있어요) 그리고 인형사를 만나 자신의 인간에서 한단계 더 나아간다. 아시이 마모루 극장판에서는 인형사와의 만남에서 여러 무리한 점의 개연성을 위해 모든 내용을 쿠사나기와 인형사를 중심으로 두고 전신 사이보그라 현실에서 받는 괴리감을 위주로 영상화했다. 그래서 쿠사나기의 평범함이나 공각기동대의 다른 요소는 빠지거나 상당히 미묘하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이 헐리우드 영화는 거기에서 더 막나가서, 쿠사나기의 개인을 없애버렸다! 쿠사나기가 그냥 평범한 가출학생이고, 그 기억을 지우고 전신의체화 개조를 당해 특수부대 대장(?)이 된걸로 나온다.  그래서 인형사가 아니라 쿠사나기 일 때 사랑했던 남자를 추적하고,  융합도 없고, 존재의 의문은 ‘내가 무엇인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이었나’가 핵심이다. 정말 한심하다. 게다가 ‘너는 인간인가’하고 묻는게 일상화 될 정도면 의체화는 흔한 이슈인 세계관 같은데, 이상하게 주인공만 특별취급이다.

악당 역할이었던 쿠제는 이름과 배경은 TV판에서 따오고, 하는 짓은 웃는 남자이고 뭔가 뒤죽박죽인데다, 처음엔 다 죽일 것처럼 난리치더니, 나중엔 순정남이 되서 주인공을 못 지켜 난리다. 바토나 공안 9과는 더 웃긴데, 팀에 참가한지 1년된 여자를(그것도 맨날 혼자 돌격하다 잡히거나 다치는…) 왜 그렇게 싸고 도는지 개연성도 없다. 진짜 악당인 한카의 보스는 흠집만 나도 공안9과에 따지면서 귀중품 취급하던 주인공을 금새 죽이려 난리친다. (애초에 그렇게 아끼고, 진실을 알아가는게 싫으면 왜 대테러 수사기관에 넣은건데?)

정말 영화 관객으로서 100가지를 깔 수 있고, 공각기동대 팬으로서 10000가지를 깔 수 있는 영화다.

재출간 공각기동대 만화판, 93년판과 비교

공각기동대 2017년판 한장면

93년도에 공각기동대 1.0 만화판이 애플시드 5,6권으로 제목이 바뀌어서 출간된 적이 있다.

이번 2017년에 재출간판과 비교하면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

일단 번역이 충실해졌고, 억지로 이름이나 지명을 바꾸거나 빼먹고 넘어간 양이 대부분 그대로 들어갔다. 번역을 대충 점수로 하자면 50점 vs 90점 정도.

공각기동대 1993년판 한장면
공각기동대 2017년판 한장면

종이와 인쇄 질도 좋아지고, 흑백으로 인쇄한 부분도 칼라로 바뀌었으며, 억지로 여성이나 여성 로봇의 누드를 지운 부분도 원작대로 들어갔다.

공각기동대 1993년판 한장면
공각기동대 2017년판 한장면

꽤 만족스럽다. 므흣.

단점이라면, 작가가 가장자리에 설명을 써 놓은 부분이 93년판에는 조금 큰 고딕체로 써놓았는데(절반이상 누락시켰지만), 이번에는 대부분 원작대로 작은 필기체로 옮겨놔서 잘 보이지 않는다. (아…노안 온다…)

그리고 효과음을 지우지 않고 위에다 번역된 한글을 써놓았는데, 원작을 손상시키지 않은 점은 좋지만, 공각기동대 그림체가 액션에서 좀 복잡한 면이 있어서 지저분하게 보이긴 한다.

해킹이나 고스트는 공안9과에게나 줘버리라구. 애플시드 엑스마키나를 보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
원제 – Appleseed Saga: Ex Machina

애플시드는 일본 SF만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라는 만화가가  그보다 먼저 그린 작품이죠. 공각기동대와 비슷하게 특수부대에서 전투력 짱인 여주인공과 그의 보호자격인 사이보그 브리아레오스 H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도시나 세계3차대전 이후를 다루고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다른것은, 공각기동대는 고도로 발달한 네트워크에 의한 범죄를 해결하면서 인간의 자아나 사회현상 같은 개념을 다루고, 애플시드는 고도로 발달한 사이보그나 로봇에 의한 범죄를 무력으로 해결하며 인류의 진화와 기계와 인공지능, 국가간 대립등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공각기동대는 개인과 개인을 다루고 소프트웨어적이며, 애플시드는 규모적이고 하드웨어적입니다. 그리고 액션은 공각기동대식 돌격보다는 SWAT 교본을 보는 듯한 팀플래이와 엄폐/엄호를 기준으로 합니다.무조건 돌격하기 보단 몸을 드러내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의 랜드메이트나 사이보그들이 카메라를 길게 뽑아서 쓰는것이나 랜드메이트의 조작방법 등, 미래적 설정을 넣더라도 하나하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죠. 물론 두 주인공의 닿을듯 말듯한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에피소드의 양념 수준에서 마무리 됩니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이라는 애절함을 감질맛으로 처리해버리는 작가의 고단수 전략이 숨어 있죠.

여기까진 원작 이야기입니다. 이제 엑스마키나를 이야기 해보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의 기본 줄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개인간의 개성을 없애기 위해 국가 안보용의 위성 네트워크와 개인 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모든 인간의 의식을 네트워크로 하나로 만들려고 하지만, 사실은 이게 마인드 컨트롤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고, 주인공들이 나서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개인의 의식을 해킹하고, 국가 기간망을 해킹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주 내용입니다. 이게 애플시드입니까, 공각기동대입니까? 게다가 관객은 베일에 쌓여 있는 인물인 브리아레오스의 꽃미남 마스크도 알수 있고, 그 꽃미남이 “세상이 망하더라도 너는 지켜줄께”라는 초닭살 멘트를 날리는걸 들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브리의 클론이 나와서 페이스오프 흉내도 냅니다.(역시 오우삼..) 엄폐나 엄호는 커녕 애인의 난사를 비집고 공중제비하며 총을 쏘는 듀난이라는 뻘짓도 봐야 하고, 몸 날리기나 비둘기, 탄피 흩뿌리기라는 홍콩영화식 미장센은 덤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다 꽃미남 꽃미녀이고, 험악한 인상의 아르게스가 (원작에는 FBI였는데, 여기서는 포세이돈 똘마니) 밸런스를 맞춰준다고 해도 너무 느끼합니다. 그외에 살짝 세계관도 바꿔놨는데, 설명하기 귀찮으니 넘어가죠. 하여튼 너무 버터칠 해놨습니다. 이게 애플시드를 영화화 한건지, 애플시드에서 차용해서 그냥 꽃치장 영화를 만들어 놨는지 의문입니다.

주제나 전개과정, 연출도 너무 도식적이고 뻔합니다. 범인이 동기가 별로 없습니다. 좋아하던 여자 박사가 자살해서 부활시켜 놓고 세상에 복수한다는 거였을까요? 이상론을 펼치지만 어차피 개인을 네트워크로 이어버린다고 평화롭게 하나가 되진 않습니다. 그건 매트릭스 영화에서 아키텍터가 네오에게 설명했죠. 거기다 그 사람들을 조종해서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죽인다는건 어차피 병정놀이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인간들이 연결되었는데, 그 장점을 살려 지능플래이를 하기는 커녕, 그냥 어기적 거리며 돌진하는 좀비에 불과하게 표현된건 안타까울 뿐입니다. 흔하디 흔하게 영화에서 보여진 사이버 테러, 그리고 그 뻔하고 뻔한걸 당하고 나서야 이해하는 주인공들과 조직들, 그리고 해킹사건을 총들고 쳐들어가 해결하려는 모습은 마치 다이하드 4.0에 나오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영웅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들을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역시 총들고 맞이해주는 적들은 참 친절하죠. 거기다 브리아레오스가 해킹당하는건 좋은데, 그걸 꼭 금속으로된 머리에 핏줄이 서는 말도 안되는걸로 설명해야 합니까? 드론들 수천기가 꼭 매트릭스의 로봇들 흉내내서 빨간불켜고 줄줄이 뱀처럼 날아다녀야 합니까? 여자보스 샌드 박사는 완전 캐리건이네요. -_-; 마지막에 기지 무너지는건 유명한 라퓨타의 밑장빼기 아닙니까? 브리아레오스의 칼질이나 랜드메이트의 공중전은 너무 건담스럽습니다. 연출이란 연출이 전부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라서 마지막까지 지루해지는데, 마지막 대사들까지도 버터칠이니…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설정도 있습니다. 오픈소스나 자유소프트 진영에서 아주 싫어할만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바로 인간들을 해킹하는데 사용되었던 개인 정보 단말기 ‘커넥서스’에 대한 설명에 “오픈소스로 디자인을 공개해서 누구나 만들수 있어 널리 퍼졌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오픈소스는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같은 테러 요소가 숨겨질수가 없습니다. 커넥서스는 오픈소스인데 어째서 인간을 해킹할수 있는 알고리즘을 아무도 눈치 못채고 양산했을까요? 그리고 정작 소스가 아닌 커넥서스의 파편을 가지고 모든 흑막을 밝혀낸 요시츠네는 천재?…원래 랜드메이트 전문가 아니었어?

그래픽은 멋집니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3D의 이질감이나 리얼리티의 부족을 2D셀화의 스타일을 흉내내는 걸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은듯 합니다.(이거 셀화 작업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애니업계에 안좋은 거 아닌가요?) 이전 애플시드 극장판은 일반적인 애니 같은 단순한 렌더링 이었다면, 엑스 마키나는 미색계통의 색감을 텍스쳐로 사용해서 마치 일본 미소녀 게임들에 사용하는 미려한 일러스트 같은 느낌을 줍니다. 움직임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표정도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애플시드의 묵직함을 느끼기보단 그저 보여주기 위해 뻔하고 뻔한 이야기의 블럭버스터 영화 한편 본것 같은 느낌인 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네요.

ps.
이 영화는 마치 느끼 대사 베스트 30을 뽑아보란 듯이, 느끼하고 똥폼 잡는 대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감상문에 몇개 적어보려고 했다가, 한도 없어서 그만둡니다.

ps.
엑스 마키나?라는 말은 전에 들어보셨을 겁니다. 진중권씨가 디워를 비판하면서 말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용어와 같은 단어거든요. 기계장치에 의한이나 기계장치로부터 라는 의미입니다. 영화에는 기계장치에 의한 인간의 통합, 그리고 사이보그나 바이오로이드같이 인간이 만들어낸것에 의지하는 인류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목의 무게감을 영화의 뻔한 연출로 망쳐 버렸습니다.

ps.
처음 교회 전투씬에서 망토를 걸치고 있던 사이보그의 모습이, 원작 만화 팬들에게 많이 익숙할거 같습니다. 바로 듀난이 프랑스 진압 임무때 착용했던 파워 슈츠 “오크”의 디자인입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_Ex_Machina
http://www.imdb.com/title/tt1043842/

공각기동대 Solid State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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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각기동대 TV시리즈에서 파생된 새로운 OVA시도, Solid State Society는 여태까지중 가장 무난하게 잘 만들어진 공각기동대 애니매이션이다. 난해한 개념을 편집증적으로 집중해서 파다가 애매한 결론만 내린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2개의 극장판이나, 긴 호흡과 짧은 호흡, 극장판의 심각함과 원작의 가벼움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볼거 다보여주려다 마지막에 장황설이 되어버리는 2개의 TV시리즈에 비해서 말이다. Solid State Society는 100분 남짓으로  TV시리즈 4개의 길이를 가지면서도, 적절한 흐름을 가직고 있고, 난해한 이념도 적절한 수준으로 맞춰진데다가, 캐릭터들의 개성이나 액션연기도 살려놨다. 코믹의 1화에서 정부 교육시설을 공격하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거나, 야한 로봇의 시중받기를 좋아하는 부장의 스승인 대령, 원작에 사용된것과 같은 디자인의 타치코마 등장, “네트는 광대해”라던가 “이것도 꼭두각시인가”등의 대사…등등 원작 코믹팬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고 넣어놓았다.

9과의 내부에는 구심점이던 소령이 떠나고, 바토는 겉돌고, 토구사가 리더가되고 규모를 대폭 확장하는 등의 불안정한 요소가 있고, 일본 정계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외부에서는 난민(이 난민이 2기 TV로 보면 내전으로 도망온 한국인들이다), 노령화, 저출산문제 등으로 세금을 고민하는 정부가 있고, 자식이 없어서 양자라도 들여 유산을 상속하려는 노인들이 있고, 아동학대로부터 아동들을 유괴해서라도 구원해보려는 괴뢰회의 의지가 있다. 그 묶임이 점차 하나로 풀려나가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것을 보면 시나리오 수준이 참 높아졌다.

단지 아쉬움이라면, 쿠사나기  모토코 소령이 인형 조종과 액션 약간 보여준거 빼고는 별로 실력 발휘를 안보여준데다가, 괜히 개연성 없이 9과를 나가서 고민만 잔뜩 하는 느낌이 든달까? 그런 아쉬움은 그녀가 두세배는 예뻐진것과 초미니바람을 보여준걸로는 보완이 안된다.

자살이 미화되어도 될까?


공각기동대 TV판 Stand Alone Complex는 2기의 암울한 분위기도 마음에 안들지만, 더욱 마음에 안드는 장면이 있다. 바로 사고전차인 타치코마의 가미카제 공격이다. 1기에서는 바트를 지키기위해 특수부대의 아머슈트를 공격할때 자살하고, 2기에서는 일본에 떨어지는 핵미사일을 막기위해 자신들의 인공지능 회로가 탑재된 인공위성을 추락시켜 미사일을 격추해버린다.

이들의 자살공격후에 주변인물이나 주인공들의 입에서는 그들이 인공지능이었지만 고스트(영혼, 자아)가 있었음을 기리는 대사들이 나온다.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에서 자살을 해서 많은 사람을 지킨 살신성인이기 때문에 숭고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째서 고스트가 그런식으로 증명이 된 것처럼 표현될까. 이것도 또 다른 자살 미화가 아닐까.

전투요정 유키카제에서는 주인공 후카이와 전투기인 유키카제는 인류측의 마지막 카드로서 출격해 핵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마지막에 기자의 차 백미러로 후카이의 살아있는 듯한 그림자가 비치지만 그것으로 위안받을 수 있을까?

영화 아마게돈에서, 죽기 힘든 역만 맡는 부르스 윌리스는 자기 딸의 애인을 구하기 위해 대신 핵폭탄의 스위치를 눌러 다가오는 소행성을 절단낸다. 이유와 목적은 숭고하지만, 왜 영화나 애니매이션에서 그런식의 상황을 만들어야 했을까. 그렇지 않으면 극의 긴장감이 떨어지나.

세상에는 자칭 타칭 큰 의리와 목적을 위해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 테러, 자살폭탄을 비롯해서, 심각한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하는 분신자살,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하는 자살…등등. 특히 자살을 하면 남에게 책임이 돌아가고, 그 자살한 사람의 결백을 믿어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다. 큰 목적을 위해 자살하는것을 의롭게 쳐주는 문화… 문화 상품이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왠지 기분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