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질 할아버지 람보를 보고오다. – 람보4

공식적인 제목은 Rambo인데, 람보4라고도 불리고, 존 람보(John Rambo), 라스트 블러드(Last Blood)등 수많은 제목으로 불리고 있는 람보 시리즈 4번째 영화를 보고 왔다. 제발 영화만들때 임시제목 좀 자꾸 바꾸지 마라..;;


영웅은 등짝으로 말한다….;;

(이하 스포일러 주의)

이 영화는 정말 화끈하다. 액션의 시원함과 화려함만으로 치면 최근 어떤 영화와도 상대가 가능할 정도로 대단하다. 그만큼 실베스터 스텔론의 노익장은 대단하고,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근육과 스피드를 보여준다. 람보의 첫 권총 사격으로 순식간에 4,5명의 해적을 죽이는 것이나, 활로 기습을 하는 장면, 추적을 받을때 부비트랩을 만들고 뛰는 장면은 나이에 안어울리는 스피디함의 진수이다. 게다가 마지막에 테마음악이 흐르며 귀향 하는 장면은 시리즈의 마무리를 제대로 해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마지막에 입고 온 옷은 첫편에서 본것과 칫수가 너무 다르잖아!)

하지만 이 영화는 거북한 면이 많이 있다. 일단 지나치게 잔인하다. 몸이 뚫려 죽는건 평범하고, 몸통채로 잘리거나 젤리처럼 산산히 흩어져서 살점이 여기저기 붙는…그런 장면들이 너무 많다. 용병저격수인 일명 ‘스쿨보이’는 사람 쏠려고 경장갑차도 뚫는 바레트(M82A1)같은걸 들고 오고, 람보의 기관총 난사도 M60이 아닌 브라우닝 M2같은 중기관총으로 할 정도니 말 다했다. 버마(미얀마)의 군인들이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거나 게임을 하는것도 잔인하지만, 그들이 뻔히 마을 아이들 납치해서 군인으로 교육시키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 후에 그들이 ‘군인’이라는 이유로 람보와 용병들에게 학살당하는 것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지막에 도망가는 적의 ‘장군(별 2개 달았던데)’을 람보가 따라가서 배를 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사실 관객 입장에서는 그의 악랄함을 익히 알기에 이해가 되지만, 람보는 그가 아군을 때린거 외에는 나쁜짓 하는 걸 보지 못했다. 굳이 도망가는걸 따라가서 잔인하게 죽일 정도였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특수효과가 다른 액션 장면은 훌륭했지만, 람보의 부비트랩이 영국군 톨보이 폭탄과 함께 터지는 장면은 뭔가 좀 어색했다. 톨보이 폭탄이 워낙 강력하긴 하지만(2차대전때 독일의 틸피츠 전함을 한발로 격침시켜 버린 유명한 5톤이 넘는 폭탄…) 그렇게 원폭같은 느낌이었을까..;;; 게다가 폭발의 버섯구름이나 후폭풍의 합성도 주변배경과 좀 어울리지 않았다.

설정상의 문제도 있다. 일단 트라우먼 대령이 최초로 등장하지 않는 시리즈인데,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물론 배우인 리처드 크레나가 돌아가셔서 그런거지만, 영화내에서도 뭔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람보3에서 람보는 트라우먼에게 농담도 실실 날리고, 연인(?) 코 바오의 유품도 용감한 꼬마에게 줄정도로 상처를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가 너무 과묵하고 긴장된 모습을 보이며 등장한다. 게다가 금발 여인이 “고향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하지 않냐”는 말에 사건 끝나고 귀향해버리는 건 좀 명분이 약하기도 하다.

캐릭터 설정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그가 활을 쏘는것도 다소 다른 느낌이었다. 원래는 몰래 저격을 하거나, 한두명 빨리 잡거나, 다수의 적이나 차량을 폭발성 활로 잡긴 해왔지만, 여러명을 속사로 해드샷을 날릴정도는 아니었다. 이건 람보가 아니라 람골라스다. 이전 시리즈에선 항상 칼 손잡이에 나침반을 넣어두다가, 이번엔 동료에게 나침반 보여달라고 하는것도 영 아니다. (지금까지 쓰던 폼나는 칼 어디서 엿바꿔먹고 새로 만들어..)

그리고 ‘선교’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을 하시는 분은 영화를 보지 말기 바란다. 이 영화는 마치 ‘선교 반대 영화’같다. 선교자들은 람보의 충고를 듣지 않고, 폭력앞에서도 어리석은 행동을 하다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그들을 구해주는 용병들마저도 그런점들을 어리석다고 비꼬는 내용으로 계속 언급한다. 하지만 거기까진 좋은데 마지막에는 선교를 하러 갔던 사람들이 상대편 군인을 돌로 때려 죽임으로서 스스로를 구하고 그가 해왔던 말과 행동(어떠한 경우라고 살인은 잘못된거라는)을 부정해버리는 결론까지 간다. 그건 나름대로 믿음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표현 아닐까? 아니면 말고.

어째튼간에 이 영화는 액션영화이고, 액션영화로서는 아주 잘 만들어진 영화이다. 액션영화, 특히 람보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되살리는 용도로는 제격이다. 자잘한( -_-)것이 잘 보이는 사람은 좀 꺼림직할 게 많지만, 그건거 따지면 지는것일지도 모르겠다.

ps.

엔 조라는 배역(턱수염기른 아시아계 용병, 사진에서 오른쪽에서 두번째)을 연기 한 배우 이름이 Tim Kang이라고 한다. 왠지 한국사람 느낌?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462499/
http://draco.pe.kr/entry/First_Blood
http://draco.pe.kr/entry/First_Blood_Part_II
http://draco.pe.kr/entry/Rambo_III

글쓴이 : Draco (https://draco.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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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개

  1. 방금 어둠의 루트로(고화질) 봐버렸지요..이분은 그래도 우리의 고버너먼트님보단 세월을 덜타신다고 하셔야할까 좀더 자연스럽다고해야할까… 하지만 영화자체는 .50bmg 광고같다는..;
    너무 피로점칠되어서 조금 흉악하기도 하네요..
    하지만 확실히 시리즈의 대단원이었습니다.

    1. 네. 맞습니다.
      3편까지는 사람들이 총맞거나 폭탄맞아도 몸뚱이만 날라가더니, 4편에서는 그냥 박살나더군요. 버마사람들이 좀 몸이 약한가..;;
      그래도 정말 마무리가 되었지요.

  2. 스탤론은 이번 영화의 성공여부에 따라 5편도 찍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그래서 제목도 John Rambo에서 그냥 Rambo로 바꿨죠), 아무래도 이번 작품은 마지막이 될것 같습니다.
    록키 발보아가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면서 걸작과 범작을 왔다갔다 했다면, 확실히 람보의 이번 편은 액션 외에는 기승전결 구도라든가 별로 마음에 드는게 없어요. 뭐 람보시리즈 자체가 1편외엔 제대로된 기승전결 구도가 없지만서도.. ^^
    평 잘 읽어봤습니다.

    1. 흥행과 완성도는 서로 필요충분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좀더 두고 봐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귀향하는 장면까지 만들어놓고 또 람보가 나온다면 그거야 말로 완성도와는 담쌓은게 되겠지만요.

  3. 오우~ 어쩐지 땡기는데요…
    액션영화들 좋아하지도 람보시리즈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못말리는 람보도 시리즈에 넣을 수 있다면 예외가 되겠군요 -_-;)
    드라코님의 리뷰 중간중간의 개그에 급 땡기고 있어요..
    그래서 보고 나면 드라코님을 원망할지도 모르겠군요 ㅋㅋㅋ

    1. 너무 영화에 안티적인 평을 하는거 같아서, 밸런스 삼아서 썰렁 개그를 넣었는데, 제 개그를 좋아하시다니 개성있으시군요. ㅎㅎㅎ
      액션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영화를 보고 후회하지는 않으실거지만, 그렇지 않다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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