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롯트 78g+ 만년필

파이롯트의 스틸닙 만년필 시리즈(에르고그립, 카쿠노, 라이티브, 프레라 등) 중 하나로, 원래는 78g라는 이름이었으나 특이하게 단종되었다가 중국 파이롯트 지사에서 78g+로 복각해서 판매 중이라고 한다. 생산은 일본에서 하고 중국에서 포장 판매하는 방식이라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중국계 쇼핑몰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작년에 78g를 사려고 했다가 어느 블로그에서 단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보고 카쿠노를 산거였는데, 이미 한참 전부터 78g+가 판매 중이었다. 그걸 알고 이제야 구입. ㅋ

가격은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1.7만에 샀으며, 다른데서는 1.4만에 팔기도 한다고 한다. 구성품은 만년필과 CON-40컨버터 뿐. CON-40컨버터가 6천원 정도이니 만년필 자체는 만원 정도이다.

스틸닙과 피드를 돌려쓰는 파이롯트 답게 닙은 카쿠노와 동일하며, 금색 코팅만 되어 있다. 전형적인 만년필 디자인인데 몸체는 상당히 얇고 예쁘다. 캡은 스크류 캡이며, 내부 캡은 없는 방식이다. 무게는 10g으로 아주 가벼우며, 길이는 132mm로 카쿠노보다 다소 길다. 카쿠노 같은 장난감 디자인은 싫고, 프레라보다는 긴 만년필을 원한다면 딱 좋을 듯.

단점으로는 용량 작고 잉크 잘 안들어간다는 CON-40을 기본으로 쓴다는 점이다. CON-70은 배럴 크기로 인해 안들어간다. 얇은 배럴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그것도 단점일 수 있을 듯. 다만 샤프나 볼펜처럼 일반적인 필기구 두께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필감은 당연히 카쿠노나 프레라와 거의 동일하다. 사각거리게 살짝 긁으면서 가볍고 매끄러운 필기감이다. 금색 코팅 때문인지, 제품 편차인지 같은 EF닙이어도 카쿠노보다 조금 덜 긁는 느낌은 나지만 큰 정도는 아니다.

파이롯트 카쿠노 만년필

투명하고 가볍고 세필로 써지는 만년필이 가지고 싶어서 산 파이롯트 카쿠노 만년필. 인터넷 잘 뒤지면 8천원대에 구입이 가능한 부담없는 가격.

처음 산 것은 배송이 왔는데 닙과 몸체 사이 틈으로 잉크가 줄줄 세어나와서 교환 받고, 두번째 받은 것. 귀찮아서 컨버터 없이 카트리지로만 쓸 생각이다.

얇은 글씨가 종이를 미세하게 긁으며 시원시원하게 써지는 맛이 좋은 만년필이다. 선의 굵기는 전에 써본 다른 EF촉들보다 더 얇고, 지금까지 써본 만년필 중 가장 얇다. 잉크와 종이에 따라 다르지만 F닙은 0.5mm샤프와 비슷한 굵기이고, EF는 그보다 약간 더 얇다. EF촉이라도 잉크 흐름은 좋은 듯 잉크는 끊김없이 부드럽게 나온다. 뚜껑을 열고 1분쯤 들고 있는다고 해서 잉크가 끊기거하는 경우도 없다. 11g으로 아주 가볍지만 무게가 아래쪽에 배분되어 있어 밸런스도 좋다.

가장 큰 특징은 어떠한 각도에서도 글이 잘 써진 다는 것이다. 좌우로도 수직으로도 잘 써지고, 심지어 역방향으로 기울여도 어느정도까진 잘 써진다.

펜을 쓸 때 손에 잡는 부분은 두께가 좁아지는 육각형모양으로 되어 있어, 잡는 자세를 보조해준다. 기본 컨셉이 어린이가 사용하는 것을 배려하는 것이어서 넣은 디자인 요소인듯.

부가적인 장점으로 파이롯트의 만년필용 컨버터 중에 좀더 대형이고 고급인 CON-70N을 쓸 수 있다. 상위 모델인 프레라는 미니 만년필이라 크기가 작아 CON-40밖에 쓰지 못하고, CON-40이 워낙 작고 불편해서 평이 안좋기 때문에 상대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 (프레라와 카쿠노는 펜촉도 같은 것을 쓰지만 프레라는 EF촉 모델이 없다.) CON-70N이 카쿠노보다 비싸서 배보다 배꼽이 크기는 하다.

클립이 없어서 상의 주머니에 낄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쉽다. 클립이 없어서 생긴 또다른 단점은, 살짝만 밀면 책상위에서 굴러간다. 육각형 몸체라 혼자 굴러가진 않지만.

필기구 몸체가 투명한 플라스틱이면 내구성이 보통 안좋던데, 써 보면 알겠지.

어린이가 쓸 경우의 안전을 위해 뚜껑에 구멍이 일부러 3개나 뚫려 있어서 잉크가 잘 마른다길래, 순간 접착제로 일단 막아 놓았다. 하지만 그래도 잉크가 잘 마르는 편. 며칠만 안써도 카트리지 내의 잉크가 상당히 줄어 있곤 한다. 다만 피드에서 잉크 공급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1,2주간 안쓰고 있다 사용하더라도 바로 글씨가 써지기 때문에 실사용상 큰 문제는 없다. 닙과 몸통 경계부분에 실리콘 O링을 끼워서 잉크 증발을 막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맞는 링 구하기도 좀 그렇고 해서 안하는 중.

+덧. 7개월 정도 매일 쓴 후에도 내구성이나 사용상 문제는 없음. 다만 진한 파란색 계열 잉크를 주로 썼기 때문에 투명재질에 약간 파란색이 물들어 있음. 특히 닙과 피드가 박혀 있던 부분에 눈에 띄는 정도 물들어 있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