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이 영화를 보니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다.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유명한 영화들의 원조라고 자처하며 최신 특수효과만 붙으면 대박칠 것처럼 홍보했지만, 막상 이미 다른 영화에서 다 보던 것이라서, 원조가 오히려 재탕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이건 뤽 베송 감독의 스타일도 아니다. 이 사람은 원래 대단한 특수효과를 쓰기 보다는 ‘싸움 잘하지만 문제가 있는 나이든 남성’ + ‘순수하지만 남다른 소녀’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꼬여버린 세상과 악당 사이에서 개고생하는 걸 보여주길 잘한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선을 넘을락 말락한 묘사는 유명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전혀 다르다. 남녀 주인공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 대비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반대로 남매같이 닮은 느낌이다. 티격태격 하는 것도 남매 같고, 애정표현도 남매가 애인인 척 남들에게 거짓말 하는 느낌이다. ㅋㅋ

스토리도 스타트렉 한편으로나 쓸 정도 내용이다. 억울한 우주 난민이 테러리스트 하다가 주인공에게 구원 받는다?

딱 하나 볼만한 것은 화려한 특수효과들인데 이젠 그것만 가지고 극장을 가진 않는다. 넷플릭스면 모를까. 볼거리 늘리기용으로 넣어서 비판받고 있는 리한나 부분은 SF에서 흔하게 넣는 ‘조력자’ 포지션이라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보지만, 그냥 캐릭터를 죽여서 끝내는 마무리가 너무 허무하고 유치하다.

데인 드한과 카라 델러빈은 상당한 매력이 있는 배우지만, 이 영화로 커리어가 망했다. 둘 다 슈퍼 히어로 영화 하나씩 말아 먹은 전적도 있어서 당분간 회복 불가 일 듯.

여러모로 기대보다 아쉬운 영화. 그래도 좋아하는 배우들 여럿이 나와서 내 평점은 별 3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The Amazing Spider-Man 2, 2014)

구글 플레이 무비에 예고편으로 본편을 올려 유명해진 그 영화 ㅋㅋㅋ

평도 애매하고 흥행도 애매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다. 난 아무래도 스파이더맨 팬인 듯.

스파이더맨이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도움 받으며 활동하는 것도 보기 좋았고, 여전히 나불나불 거리는 것도 좋았다. 반면 피터 파커일 때는 너무 우울해서 이중인격 같은 느낌도 있지만;;; 1편에서 잘 안보이듯 얇은 느낌이던 거미줄도 좀 두꺼워진 듯? 얇은 것도 좋았는데…

그웬 스테이시와 피터 파커의 티격 태격 로멘스도 좋았다.  그래서 참 마지막에 안타까웠던 듯. 다만 배우들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고교 졸업식이 아무리 봐도 대학 졸업식으로 보이는 점이 좀…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면, 제이미 폭스나 데인 드한 처럼 괜찮은 배우들을 악당으로 써 놓고는 악당의 탄생 과정만 열심히 보여주고, 싸움이나 지는 부분은 소홀하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게 액션이 비장미도 없고 비중이 없다. CG비중이 높아서 그런지… 그웬 죽는 장면만 좀 마음이 움직이고 나머지는 그냥 별로다. 그래서 흥행도 애매했는지.

후속작 떡밥이 꽤 많이 나왔는데, 2편으로 끝나서 아쉬운 영화. 마블이 직접 하는 스파이더맨을 기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