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2017)

이 영화를 보니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다.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유명한 영화들의 원조라고 자처하며 최신 특수효과만 붙으면 대박칠 것처럼 홍보했지만, 막상 이미 다른 영화에서 다 보던 것이라서, 원조가 오히려 재탕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이건 뤽 베송 감독의 스타일도 아니다. 이 사람은 원래 대단한 특수효과를 쓰기 보다는 ‘싸움 잘하지만 문제가 있는 나이든 남성’ + ‘순수하지만 남다른 소녀’의 두 인물을 중심으로 꼬여버린 세상과 악당 사이에서 개고생하는 걸 보여주길 잘한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선을 넘을락 말락한 묘사는 유명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전혀 다르다. 남녀 주인공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 대비되는 캐릭터가 아니라 반대로 남매같이 닮은 느낌이다. 티격태격 하는 것도 남매 같고, 애정표현도 남매가 애인인 척 남들에게 거짓말 하는 느낌이다. ㅋㅋ

스토리도 스타트렉 한편으로나 쓸 정도 내용이다. 억울한 우주 난민이 테러리스트 하다가 주인공에게 구원 받는다?

딱 하나 볼만한 것은 화려한 특수효과들인데 이젠 그것만 가지고 극장을 가진 않는다. 넷플릭스면 모를까. 볼거리 늘리기용으로 넣어서 비판받고 있는 리한나 부분은 SF에서 흔하게 넣는 ‘조력자’ 포지션이라 그렇게 나쁘진 않다고 보지만, 그냥 캐릭터를 죽여서 끝내는 마무리가 너무 허무하고 유치하다.

데인 드한과 카라 델러빈은 상당한 매력이 있는 배우지만, 이 영화로 커리어가 망했다. 둘 다 슈퍼 히어로 영화 하나씩 말아 먹은 전적도 있어서 당분간 회복 불가 일 듯.

여러모로 기대보다 아쉬운 영화. 그래도 좋아하는 배우들 여럿이 나와서 내 평점은 별 3개.

칠드런 오브 맨(Children of Men, 2006)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감상.

이 영화가 개봉 할 때 엄청나게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오래전에 애를 못 낳아 인류가 멸망해 가는 것에 대한 비슷한 내용의 꿈을 꾼 적이 있어서. 개꿈이지만.

여러 암울한 사회 현상을 패러디하고 예측한 내용이 들어 있는 영화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류가 2세를 낳지 못하는 와중에 한 아기가 태어나고, 그로 인한 주인공의 희생을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연출은 핸드헬드 카메라나 원테이크등 여러 기법을 사용해서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차로 도망가는 부분은 여러모로 주인공 버프가 심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영화 부분인 것 같기도 하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아이를 알게 된 군인들이 쳐다보며 길을 비켜주는 부분.

주인공인 클라이브 오웬의 연기도 좋고, 줄리안 무어와 마이클 케인은 왠지 이전에서 비슷한 역을 연기한 걸 본 것 같은 친숙함이 있다. 추이텔 에지오포도 협력자였다가 배신자였던 것이 다른 영화에서랑 비슷하다.

세상이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쯤은 볼 영화.

내 평가는 별 4개.

신시티 (Sin City, 2005)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편의 미국 카툰을 본듯한 영화. 전형적이지만 전혀 정이 안가는 악당들과 전형적이지만 은근히 정이가는 영웅들이 줄줄이 나온다.

브루스 윌리스의 입담과 침착한 악당과의 싸움은 다이하드스럽고, 미키 루크의 거침없는 액션은 (배우는 다르지만) 헬보이 같고, 항상 자신만의 논리로 적을 평가하는 클라이브 오웬은 아무리봐도 슛뎀업의 스미스같다.

제시카 알바는 역시 똑똑해보이면서 예뻤고, 데본 아오키는 역시 일본도가 어울린다. 소리없이 움직이는 잔인한 케빈은…프로도(일라이저 우드)네? 키가 커서 처음에 못 알아봤음…ㅎㅎㅎ 룻거 하우어의 악당스러운 얼굴도 오랫만에 반가웠다.

화려한 캐스팅,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화면….즐기면서 보기에 훌륭한 영화였다.

참고
http://www.imdb.com/title/tt0401792/

막장 슈팅 당근 액션 영화,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 (Shoot ‘Em Up, 2007)

저처럼 아무리 반사동작이 느린 사람도, 가끔은 스트레스 풀이로 슈팅 게임을 합니다. 슈팅 게임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주인공이 수 많은 악당 조무라기를 막 쏴 싹쓸이 하고 보스와 대결해서 이기는 거죠. 스트레스 풀이 게임은 사실성이고 뭐고 무시합니다. 사실성같은걸 ‘구현 못해서’라기 보단 따질거 다 따지면 스트레스 풀이가 되기 힘들어서죠. 수 많은 슈팅게임이 이 틀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수십년동안.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게 참 난해합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비현실이지만 그속에서 캐릭터들의 머리카락 하나하나, 근육 움직임 하나하나가 보이는 ‘실사’입니다. 영화속 인물들이 비현실적인 액션이나 대사를 어설프게 구사하면 영화는 대번 ‘유치뽕짝’이 되버립니다. 하지만 그 비현실성을 ‘그럴듯하게’ 합리화 시키면 매트릭스가 됩니다. “이퀄리브리엄“은 그 경계선에서 줄타기를 한 걸작 영화이고, “디워“는 그런면에서는 균형잡기에 실패한 영화입니다.

“거침없이 쏴라 슛뎀업”은 이퀄리브리엄이 탔던 줄타기의 연장선을 밟고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퀄리브리엄이무게추로 사용했던 심각함이나 스타일리쉬함을 빼버리고, 그대신 모니카 벨루치의 대담한 섹시함과 업그레이드된 무차별 폭력으로 가속을 시킵니다. 안쓰러지는데는 균형을 잡는거 외에 무작정 속력을 내서 목적지까지만 가는 방법도 있다 이거죠. 반쯤만 성공한거 같지만.

주인공 클라이브 오웬은 이쑤시게 대신 당근 씹고 권총질 하는 성질 드러운 놈이구요.(그러면서 불의는 눈뜨고 못봅니다…) 모니카 벨루치는 한없이 흑장미입니다. 악당들은 조무라기는 낙엽이요, 보스는 일곱번 쓰러져도 여덟번 일어나구요. 액션이든, 이야기 진행과 인물들의 사고방식이든 다 말도 안되는 억지를 일부러 끝까지 밀어붙입니다. 생각없이 보면 스트레스 풀이에는 최고인데, 뭔가 따지면서 보는 분들은 스트레스 +200%가 될겁니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65602/

ps. 네이버 영화정보가 요즘 인기라, 거기도 참조 URL로 적어놓으려고 했더니, 바로 성인인증 창이 뜨네요. 영화 내용이 좀 그렇긴 하지만 영화 정보를 인증한다고 얼마나 애들의 동심을 보호하려나. -_- 귀찮게시리.

ps. 영화 보시면 왜 이 글의 제목이 ‘당근 액션’이라고 붙었는지 압니다. -_- 아 그리고, 당근 파는 가게에 한글로 채소 이름들이 나오더군요 ㅋㅋ (방금 스크린샷을 얻었는데, 한글로 나온 채소 이름들이 “당근” “양파” “동 치미국”(?) “타임” “연뿌리” “단무지”(?) “레몬” “오렌지” “포도” “감자”이군요. 쿨럭)

ps. 모니카 벨루치 아줌마는 언제 늙는데요? 내가 고딩때 본 영화에서도 저 모습이었는데?

머리 크기 차이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