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Loki, 2021)

매력적인 악역이자 인기 캐릭터인 로키를 어떻게든 활용해 보려는, 그리고 멀티버스 설정을 도입하려는 마블과 디즈니의 노력이 맺은 결실.

무척 재미있다. 일단 로키의 수 많은 허당기와 트릭스터의 면모 때문에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 매 에피소드마다 여러번 시간과 공간을 왔다갔다 하고, 멀티버스의 같은 캐릭터인데 다른외모이거나 같은 외모인데 다른 캐릭터인 경우가 계속 나오지만, 나름 연출이 좋아서 크게 혼동되지 않는다. (우리 마눌님이 내용을 대충 따라갈 정도니까)

특히 재미있는 점은 성실한 이미지의 모비어스(오언 윌슨)과 티격태격 하다가 로키가 오리지널 로키처럼 점차 변화하는 것이나, 여성 버전 로키인 실비를 만나서 싸우다 정드는 부분. 자신밖에 사랑하지 못하는 악당 로키의 사랑법은 멀티버스에서 여성버전인 본인을 만나는 것이라니 얼마나 참신한가.(최소한 메이저 영상물에서는 말이지.) 실비를 연기한 소피아 디 마티노도 멋지고 매력 넘쳤다.

MCU 영화를 꾸준히 봐 온 사람들, 앞으로 볼 사람들에게 강추인 작품.

내 평점은 별 5개.

ps. 시프가 오랫만에 나오는 데, 로키가 무한 고자킥을 당한다 ㅋㅋㅋ

로건 (Logan, 2017)

2000년 첫 엑스맨 영화부터 울버린 캐릭터를 연기한 휴 잭맨의 마지막 울버린 영화. 그동안 울버린 시리즈는 영 좋은 평가를 못 받았는데 그걸 단숨에 뒤집어 버리는 훌륭한 마무리.

사실 영화 자체는 참신하거나 그런건 아니다. 황폐화 된 세상에서 아이를 보호하며 고생하는 보호자 캐릭터 이야기는 굳이 라스트 오브 어스를 거론 안해도 몇가지 더 있었고(대부분 부모 역할 캐릭터가 희생하는 것 까지), 이야기 전개도 흔한 도망자식 스토리이다. 다만 그걸 왕년에 가장 팔팔 날아다녔던 불사의 캐릭터 울버린이 주연인데다가(그 외에도 알만한 캐릭터들이 여럿 나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데드풀의 영향으로 성인등급 액션을 펼친다는데 의미가 있다.

게다가 울버린의 가장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상황이 영화의 중심에 깔려 있다. 노쇠하고, 먹여살릴 식구가 있고, 벌이는 마땅치 않고, 자살을 매번 생각하고 등등. 엑스맨 시리즈가 매번 비유가 직설적이지만, 울버린은 치매 노인을 데리고 있는 힘든 중년의 가장 그 자체이다. 그런데 거기에 희망이자 골치덩이인 아이가 추가되면? ㅋ

휴 잭맨의 배우 본인보다 20년은 늙어 보이는 연기도 훌륭했고, 패트릭 스튜어트의 치매 연기는 이미 경지에 오른 듯 하다. 신예 다프네 킨은 정말 미래가 기대된다. 예쁘고 재능과 끼가 넘치는 배우가 되길.

내 평점은 별 4.5.

ps. 영화 배경이 몇십년 미래라는데, 차량이 좀 첨단화 된거나 기계 의수가 실전에 쓰이는 것 외에는 현재와 딱히 다른게 안보인다. 핸드폰도 발전이 없고.

ps. 유전자 변형 식물에 대한 음모론을 활용했는데…음 그런 성분을 몰래 넣는게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