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8)

오랫만에 극장에서 본 스필버그 영화. 마블과 디즈니 보느라 소홀했던 것 죄송.

80년대부터 영화, 애니, 게임을 즐겨 온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추억팔이 영화. 추억팔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도 훌륭해서 스필버그 할아버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몇몇 주역급(아이언 자이언트, 건담, 처키 등등)을 제외하고는 추억의 캐릭터들이 까메오로 지나가는 정도가 대부분이고, 캐릭터들의 개성이나 능력을 살리는 경우도 흔치 않다는 것. 하긴 능력을 다 쓰면 지나가던 스파르탄 한 부대로 적들 다 해치웠겠다. 결말이나 문제 해결이 평이하다는 이야기가 많던데, 오락영화가 그 정도면 준수하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결말이 억지 감동까지도 아닌데 주인공이 쌍눈물 줄줄 흘리는 장면은 좀….

영화의 주제 중 하나인, 현실과 가상의 균형이나, 작품을 만든 사람을 기억해 달라는 것, 이기기보다 작품 자체를 즐기라는 것 등은 아마 영화 창작자인 스필버그 개인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주인공을 통해 덕질 하느라 단순히 데이터를 줄줄 외우기보다 그 사람의 정신을 이해해 달라는 것도 포함.

어쩌다보니 올리비아 쿡 영화는 처음 봤다. 벤 멘덜슨은 왠지 로그원과 역할이 겹쳐 보였다.  마크 라일런스 아저씨도 반갑.

 

ps. 이수 메가박스에서 봤는데, 리뉴얼 공사 중이라 영화를 보는 내내 드릴, 망치질 소리가 계속 들렸다. 당분간 이수 메가박스는 가지 말아야지.

ps. 마눌님이 재밌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여주인공은 예쁘고 남주인공은 못 생겼다고….응? 타이 셰리던은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를 봐서 이미지가 안좋아 진 것일지도 ㅋㅋ

ps. 영화의 진짜 교훈. 비밀번호 써서 붙여 놓지 말라.

마이 리틀 자이언트 (The BFG, 2016)

오랫만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후크가 연상되는 동심 가득한 영화를 만들었다. 한편의 동화를 그대로 고해상도화 시켜 옮긴 듯한 영화이다.

스케일이 크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고(특히 영국 여왕이 그렇게 군대를 다룬다는 점을 보면 ㅋ), 어른들이 보기엔 유치하지만, 정말 동화적으로 모든 것을 잘 묘사해 놨다. (그 와중에 등장하는 군인들의 무기나 헬기 기종으로 영화의 시대 배경이나 추측하려는 나는 썩은 듯) 3D그래픽이 과도하게 들어갔지만, 거인의 모션캡춰나 표정 처리도 괜찮고, 동화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다. 넷플릭스에 한국어 더빙도 같이 서비스 중이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듯 하다.

그런데 뭔가 마케팅을 잘 못 한 듯한 영화다. 원작의 이름인 BFG는 주인공이 친한 거인을 부르는 애칭인데, 그걸 ‘마이 리틀 자이언트’라고 옮겨 놓은건 뭔가 이상하다. 게다가 등장하는 곳이 고작 런던의 작은 동네+궁전+자이언트 섬 정도인데 ‘세상은 더 거대해진다’라고 뭔가 스케일이 큰 모험 같이 설명하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스필버그 답지 않게 망해 버린 듯.

하지만 요즘 같이 거대한 스케일과 아크로바틱한 액션만 난무하는 영화계에 이런 소소한 재미를 주는 영화가 있다는 건 다행이다.

배우들은 저메인 클레먼트와 레베카 홀, 퍼넬러피 윌턴은 알겠는데…나머진 잘 모르겠다. 장르만 좀 바뀌면 배우들을 별로 모르는 거 보니, 내 영화 식성이 역시 편식이 심한 듯.

ps. 원작 동화가 있는 걸로 아는데 안봐서 재현도는 잘 모르겠다.

ps. 스필버그가 디즈니와 같이 만든 유일한 작품 아닐까 싶다. 그런데 디즈니와 앰블린 말고도 여러 회사로고가 영화 처음에 지겹게 나옴.

ps. 7살 따님은 거인 나오자 마자 무섭다고 안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