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생때부터, 그러니까 거의 15,16년은 된 비디오 가게였다. 원래는 저 아래 작은 PC수리점 자리였고, 이름도 ‘명화 비디오 클럽’이었지만 10년전쯤 이 자리로 이사를 했다. 머리가 반쯤 벗겨지고 명랑하게 대꾸해주는 아저씨가 주인이었고, 그 아저씨 밑에서 동네 꼬마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방학때 쓸 용돈을 벌었다.
10년전만 해도 동네에는 비디오 가게, 즉 대여점이 10여개가 있어 대 호황이었다. 그러나 점차 줄어들더니 인터넷 시대와 멀티플렉스영화관, DVD시대가 되면서 대부분 없어졌다. 그 마지막 가게가 이 가게였다. 전화번호를 보니 더 특별하다. 15년전에는 이 동네 모든 집과 가게들 전화번호가 535국번이었다. 우리집도 아직 535로 시작한다.
동네 서점들도 사라졌다. 7개정도의 서점중에 지금은 가게 이름도 기억 안나는 할아버지가 하던 조그만 서점이 있었다. 그 서점 할아버지는 책 주문도 잘 받아주고, 내가 사는 책에 대한 관심도 보여줘서 자주 찾아갔었다. 하긴 꼬맹이가 전문서적과 전문월간지를 매달 몇권씩 사갔으니 특이했으려나.
비디오가게에서 떨이로 비디오 테입과 DVD, 책등을 팔고 있었다. 불행히도 VTR 테입은 가지고 있어도 사용할 플레이어가 없었다.(이미 산 스타워즈 테입도 썩고 있다;;) 오래된 가게라 별의 별 명작 영화 테입이 있었지만, 그림의 떡. 아쉬운데로 DVD 한장을 구입했다. 오늘은 DVD나 보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