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시드 알파(Appleseed Alpha, 2014)

완전히 달라진 애플시드 극장판, 애플시드 알파.

이전의 두 작품들과는 상관없는 리부트이고, 원작 애플시드 만화와는 더 상관 없어졌다. 이건 듀난과 브리아레오스H와 히토미(아이리스), 다각포대 등을 따 오기만 했지, 완전한 별개의 스토리를 가진 디스토피아 SF영화다. 올림푸스도 거론만 되며, 랜드 메이트도 어디서 주운 거 딱 하나 나온다. 미국식 갱단 영화처럼 주인공은 뒷골목 악당에게 일 받아서 처리해주고 살며, 악당보다 더 악당이 나오고, 마지막에 다각포대를 부수려고 법석을 피우는 그런 내용.

내용이 달라졌어도 잘만 만들면 좋지만…초반이 너무 늘어지고, 히토미의 자기 희생과 공감 안가는 주인공들의 심적 변화도 거슬린다. 브리아레오스에게 몹쓸 짓도 하던 악당이 갑자기 주인공들을 위해 희생도 해주는 도우미가 되는 건…뭐지? 몇번 폭발하더니 뇌가 좀 꼬인 듯. 주제는….망한 동네에서도 근근이 살아가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자? 인가…

역시 그래픽은 이전 편들과 달리 카툰 렌더링을 버려서 현실성이 좋아졌고,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매우 좋다.

원작팬들이 흥미를 가질 부분은, 투혼즈의 탱크 vs 듀난+브리아레오스 의 장면. 원작 첫부분의 탱크와 싸우는 부분을 그대로 연출로 보여주고 있고, 브리아레오스H의 듀난 들고 긴급점프 하는 장면도 나온다. 적에 대한 마무리를 히토미가 하는 것도 같다.

ps. 저 동네는 인간은 듀난 하나 뿐이다. 죄다 전투 사이보그이고, 히토미는 바이오로이드. 정말 디스토피아네….

ps. 저 가슴과 허리를 노출한 듀난을 봐라 ㅋㅋㅋㅋㅋ 일부러 저런 군복을 만들려고 해도 힘들겠다. 여캐는 노출이 높을수록 아머수치가 높아집니다?

벡실 (ベクシル 2077日本鎖?, Vexille, 2007)


언제나 그렇듯, 포스터의 카피들은 내용과 별로 관련 없습니다. -_-

3D 애니매이션 벡실을 봤습니다. 애플시드애플시드 엑스마키나를 만든 곳에서 두 작품 사이에 발표한 애니죠.

역시 애플시드 3D 시리즈처럼 액션과 영상미는 화려합니다. 다양한 아머 슈츠나 로봇들의 싸움, 적기지 쳐들어가기 등은 정말 멋집니다. 각종 디자인이나 디스플레이 화면도 분위기 있구요.

하지만 그 뿐입니다. 일본을 쇄국이 가능하게 한 레이스라는 기술이나 금속의 회오리인 재그(이거 금속이라는거 빼고 딱 듄의 샌드웜입니다. 적을 공격하는데 이용하려는 것마저 비슷.)나 원거리 생체반응체크는 어떻게 가능한지는 둘째치고라도, 스토리 중간중간 개연성이 너무 부족합니다. 마리아의 부하들은 그 들어가기도 힘든 쇄국망을 어떻게 나와서 돌아다녔는지, 어째서 마리아는 다이와중공업이 언제 뭘하려는지도 다 알고 있는지, 스워드들은 겨우 마크나 지우고 신분이 숨겨지길 기대하는지, 어떻게 틀킬수 있었는지, 무슨 이익이 있다고 일본의 산과 강까지 다 없애고 사막으로 만들었는지, 인간의 마지막 조각이 없어졌다고 왜 좀비같이 변화되는지, 키사라기는 도대체 목적이 무엇인지, 완벽한 앤드로이드를 만들려 했다면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과연 효율적인 실험인지..등등, 설명이 되는게 하나도 없어요. 설명이 안되고 스케일만 크다보니 일본 내부가 보인다던가 하는 충격적인 장면에서 그냥 벙찌기만 할뿐 놀랍거나 멋지질 않는…그런 느낌입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그냥 주인공이 거기 있고, 가다보니 누구 나오고 그렇게 흘러가요. 대체 3각관계는 뭐하러 설정한거야?

주제는….초록색 빛나는 주사는 조심하자?(농담) 인간성을 남겨두자? 음… 넘어가죠. 한 5번은 푹 고아야 우러날까 말까한 주제입니다.

3D 배우들의 모습이나 연기도 좀 그래요. 주인공 벡실과 남친 레온은 전형적인 ‘일본인 or 일본인 스러운 서양인’이죠. 그건 뭐 주인공들급이니 넘어간다 칩시다. 그런데 다른 아군들의 인종도 어딘가 다들 애매해요. 분명 스워드팀은 미국같은데 일본어 대사에 맞춰서 입모양이나 행동 하는 것도 어딘가 일본인들 같은 모습들입니다. 연기도 모션캡춰의 한계이겠지만 다들 같은 사람 같아요. 정작 도쿄의 일본인들은 주변 분위기 때문인지, 좀더 현실적인 얼굴때문인지, 일본인이 아닌 동남아 사람들 같이 보이더군요.

그냥 3D애니나 SF 좋아하시고, 한번보고 즐기고 망각하는거 잘하는 분들에게 추천.

ps. 일본 애니에서, 절박한 상황에서 하는 최종 짓거리는, 왜 항상 적 보스를 향해 가미가제 돌격인가?

참고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66589

해킹이나 고스트는 공안9과에게나 줘버리라구. 애플시드 엑스마키나를 보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
원제 – Appleseed Saga: Ex Machina

애플시드는 일본 SF만화 팬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작품입니다. 공각기동대의 원작자로 유명한 시로 마사무네라는 만화가가  그보다 먼저 그린 작품이죠. 공각기동대와 비슷하게 특수부대에서 전투력 짱인 여주인공과 그의 보호자격인 사이보그 브리아레오스 H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의 도시나 세계3차대전 이후를 다루고 있다는 것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두 작품이 다른것은, 공각기동대는 고도로 발달한 네트워크에 의한 범죄를 해결하면서 인간의 자아나 사회현상 같은 개념을 다루고, 애플시드는 고도로 발달한 사이보그나 로봇에 의한 범죄를 무력으로 해결하며 인류의 진화와 기계와 인공지능, 국가간 대립등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공각기동대는 개인과 개인을 다루고 소프트웨어적이며, 애플시드는 규모적이고 하드웨어적입니다. 그리고 액션은 공각기동대식 돌격보다는 SWAT 교본을 보는 듯한 팀플래이와 엄폐/엄호를 기준으로 합니다.무조건 돌격하기 보단 몸을 드러내지 않고 관찰하기 위해 주인공의 랜드메이트나 사이보그들이 카메라를 길게 뽑아서 쓰는것이나 랜드메이트의 조작방법 등, 미래적 설정을 넣더라도 하나하나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죠. 물론 두 주인공의 닿을듯 말듯한 사랑이야기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에피소드의 양념 수준에서 마무리 됩니다. 인간과 사이보그의 사랑이라는 애절함을 감질맛으로 처리해버리는 작가의 고단수 전략이 숨어 있죠.

여기까진 원작 이야기입니다. 이제 엑스마키나를 이야기 해보죠. 애플시드 엑스마키나의 기본 줄거리는 테러리스트들이 개인간의 개성을 없애기 위해 국가 안보용의 위성 네트워크와 개인 정보 단말기를 이용해 모든 인간의 의식을 네트워크로 하나로 만들려고 하지만, 사실은 이게 마인드 컨트롤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상향과는 거리가 멀고, 주인공들이 나서서 해결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개인의 의식을 해킹하고, 국가 기간망을 해킹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 주 내용입니다. 이게 애플시드입니까, 공각기동대입니까? 게다가 관객은 베일에 쌓여 있는 인물인 브리아레오스의 꽃미남 마스크도 알수 있고, 그 꽃미남이 “세상이 망하더라도 너는 지켜줄께”라는 초닭살 멘트를 날리는걸 들어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브리의 클론이 나와서 페이스오프 흉내도 냅니다.(역시 오우삼..) 엄폐나 엄호는 커녕 애인의 난사를 비집고 공중제비하며 총을 쏘는 듀난이라는 뻘짓도 봐야 하고, 몸 날리기나 비둘기, 탄피 흩뿌리기라는 홍콩영화식 미장센은 덤입니다. 등장인물들이 다 꽃미남 꽃미녀이고, 험악한 인상의 아르게스가 (원작에는 FBI였는데, 여기서는 포세이돈 똘마니) 밸런스를 맞춰준다고 해도 너무 느끼합니다. 그외에 살짝 세계관도 바꿔놨는데, 설명하기 귀찮으니 넘어가죠. 하여튼 너무 버터칠 해놨습니다. 이게 애플시드를 영화화 한건지, 애플시드에서 차용해서 그냥 꽃치장 영화를 만들어 놨는지 의문입니다.

주제나 전개과정, 연출도 너무 도식적이고 뻔합니다. 범인이 동기가 별로 없습니다. 좋아하던 여자 박사가 자살해서 부활시켜 놓고 세상에 복수한다는 거였을까요? 이상론을 펼치지만 어차피 개인을 네트워크로 이어버린다고 평화롭게 하나가 되진 않습니다. 그건 매트릭스 영화에서 아키텍터가 네오에게 설명했죠. 거기다 그 사람들을 조종해서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을 죽인다는건 어차피 병정놀이에 불과합니다. 수많은 인간들이 연결되었는데, 그 장점을 살려 지능플래이를 하기는 커녕, 그냥 어기적 거리며 돌진하는 좀비에 불과하게 표현된건 안타까울 뿐입니다. 흔하디 흔하게 영화에서 보여진 사이버 테러, 그리고 그 뻔하고 뻔한걸 당하고 나서야 이해하는 주인공들과 조직들, 그리고 해킹사건을 총들고 쳐들어가 해결하려는 모습은 마치 다이하드 4.0에 나오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영웅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주인공들을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역시 총들고 맞이해주는 적들은 참 친절하죠. 거기다 브리아레오스가 해킹당하는건 좋은데, 그걸 꼭 금속으로된 머리에 핏줄이 서는 말도 안되는걸로 설명해야 합니까? 드론들 수천기가 꼭 매트릭스의 로봇들 흉내내서 빨간불켜고 줄줄이 뱀처럼 날아다녀야 합니까? 여자보스 샌드 박사는 완전 캐리건이네요. -_-; 마지막에 기지 무너지는건 유명한 라퓨타의 밑장빼기 아닙니까? 브리아레오스의 칼질이나 랜드메이트의 공중전은 너무 건담스럽습니다. 연출이란 연출이 전부다 어디서 본듯한 느낌이라서 마지막까지 지루해지는데, 마지막 대사들까지도 버터칠이니…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설정도 있습니다. 오픈소스나 자유소프트 진영에서 아주 싫어할만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바로 인간들을 해킹하는데 사용되었던 개인 정보 단말기 ‘커넥서스’에 대한 설명에 “오픈소스로 디자인을 공개해서 누구나 만들수 있어 널리 퍼졌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오픈소스는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바이러스 같은 테러 요소가 숨겨질수가 없습니다. 커넥서스는 오픈소스인데 어째서 인간을 해킹할수 있는 알고리즘을 아무도 눈치 못채고 양산했을까요? 그리고 정작 소스가 아닌 커넥서스의 파편을 가지고 모든 흑막을 밝혀낸 요시츠네는 천재?…원래 랜드메이트 전문가 아니었어?

그래픽은 멋집니다. 이제 일본 사람들은 3D의 이질감이나 리얼리티의 부족을 2D셀화의 스타일을 흉내내는 걸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은듯 합니다.(이거 셀화 작업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애니업계에 안좋은 거 아닌가요?) 이전 애플시드 극장판은 일반적인 애니 같은 단순한 렌더링 이었다면, 엑스 마키나는 미색계통의 색감을 텍스쳐로 사용해서 마치 일본 미소녀 게임들에 사용하는 미려한 일러스트 같은 느낌을 줍니다. 움직임도 더 자연스러워지고, 표정도 풍부해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애플시드의 묵직함을 느끼기보단 그저 보여주기 위해 뻔하고 뻔한 이야기의 블럭버스터 영화 한편 본것 같은 느낌인 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네요.

ps.
이 영화는 마치 느끼 대사 베스트 30을 뽑아보란 듯이, 느끼하고 똥폼 잡는 대사들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감상문에 몇개 적어보려고 했다가, 한도 없어서 그만둡니다.

ps.
엑스 마키나?라는 말은 전에 들어보셨을 겁니다. 진중권씨가 디워를 비판하면서 말한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용어와 같은 단어거든요. 기계장치에 의한이나 기계장치로부터 라는 의미입니다. 영화에는 기계장치에 의한 인간의 통합, 그리고 사이보그나 바이오로이드같이 인간이 만들어낸것에 의지하는 인류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목의 무게감을 영화의 뻔한 연출로 망쳐 버렸습니다.

ps.
처음 교회 전투씬에서 망토를 걸치고 있던 사이보그의 모습이, 원작 만화 팬들에게 많이 익숙할거 같습니다. 바로 듀난이 프랑스 진압 임무때 착용했던 파워 슈츠 “오크”의 디자인입니다.

참고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_Ex_Machina
http://www.imdb.com/title/tt1043842/

애플시드 (극장판 3D, 2005)

appleseed_p 애플시드의 원작은 1985년, 공각기동대로 유명한 만화가인 시로우 마사무네의 장편 데뷔작 만화였다. 사이보그화된 브리아레오스 H와 여전사 듀난 너츠의 커플이 유토피아로 불리는 미래도시 올림포스에서 특수부대인 E-SWAT로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과 인간보다 전투능력이 뛰어난 사이보그, 그리고 인간의 불안정성을 보완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바이오로이드(DNA조작 클론 인간)로 구성된 사회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결함과 그 돌파구를 비추는 상당한 작품이었다. 거기에 부부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 동료도 아니고, 사이보그와 인간 커플인 브리아레오스와 듀난의 티격태격하면서도 죽이 맞는 모습이 양념이 되어 아주 재미있는 만화였다.

새로 제작된 애플시드 애니매이션은 그런 만화에 비해 많은 실망을 안겨준 작품이다. 우선 갈등구조가 인간과 사회의 본질에 대한 탐구보다는 인간과 바이오로이드의 갈등만을 비추고 있다. 왜 인간이 바이오로이드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에 안주하지 않고 미워하는지는 전혀 나타내지 않고 그냥 미워한다. 브리아레오스가 듀난이 떨어질수 없이 서로를 지키는 용사가 아닌, 듀난을 이용하려는 그저 과거의 연인이었던 브리아레오스로 설정이 바뀐 점도 많은 흥미요소를 잃게 만들었다. 그 밖에 설정이 다소 다르다. 원작에는 없던 올림포스 군대가 나오고, 당하는 조연으로 잘 나오는 경찰의 고릴라형 LM도 안나오고, 올림푸스의 중추 AI인 가이아가 반란을 일으키긴 커녕 입법원 노인네들에게 당한다. (다각포대 눈은 원작의 외눈박이 형태와 달리 매트릭스의 Sentinel을 연상시키는 붉은 벌레의 눈 형태이다.)

가장 큰 변화는 주인공인 듀난이다. 생뚱맞은 듀난의 어머니(원작에는 흑인이라 아프리카에서 차별받다 죽은걸로 언급된다)가 올림푸스 건설과 바이오로이드 창조에 선구자이다. 바이오로이드의 설정도 많이 다르다. 원작에는 ‘애플시드’가 무엇인지 나오지도 않았고, 바이오로이드가 수명이나 기타 부분에서 인간과 그리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전투를 잘하도록 개조된 바이오로이드도 있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바이오로이드가 단지 인간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수명제한과 번식제한이 걸려 있고, 고작 그걸 보완하는게 애플시드이며, 인간을 번식 못하게 해서 입장을 바꿔버리는 D탱크라는 설정까지 나온다.

하지만 볼거리면에서는 확실히 압도적이다. 카툰렌더링된 깔끔한 3D와 모션캡춰된 캐릭터들의 자연스럽고 빠른 액션. 만화에서 보던 규게스 LM이나 다각포대등이 박진감있게 살아 움직이는 모습. 원작에서는 훨씬 후반부에 나오는 다뮤소스 반중력 코일을 이용한 E-SWAT 규게스들의 대규모 전투또한 볼만하다. (다뮤소스 장비를 이용한 비행을 너무 강조하려고 몇일전까지 안쓰던 장비를 모조리 탑재하고 날아가던 규게스들이나, 옛날 모 애니매이션의 초자력 충전을 연상시키는 듀난의 규게스 공중 합체는 너무하지만) 원작에 있는 장면인 듀난의 칼한자루로 16kill 훈련장면이나, 타르타로스 대형구조물, 브리아레오스의 LM등도 원작을 좋아했던 팬들에게는 서비스같은 장면이다.

일본에서는 다음 버전인 애플시드 EX Machina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기대해본다.

IMDB http://www.imdb.com/title/tt0401233/

Wikipedia http://en.wikipedia.org/wiki/Appleseed%282004%29